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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2-4 울산 : 예측이 불가능했던 동해안 더비는 원정팀 울산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막상막하로 예측되었던 양 팀의 전력, 하지만 순간의 집중력으로 판가름났다)
이번 시즌의 유력한 우승후보들이자, 가장 사이가 나쁜 동해안 이웃 두 팀의 대결이 2012년 개막전과 작년 개막전에 이어 리그 초반에 또 다시 잡히면서 영일만의 온도를 높혔다. 항 상 이 두 팀이 맞붙을 때는 재미난 경기양상과 전술들이 선보여서 흥미를 돋구게 만들고, FIFA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명실상부 K리그 최고의 더비다.
포항은 자신의 홈인 스틸야드에서 경기를 치름에도 불구하고 썩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스틸야드에서 울산을 상대하면서 승률이 50%를 넘지 못하며, 더군다나 자신들의 안방인데 주객전도가 되어 울산에게 승점을 갖다받치는 모양새를 보여주곤 하였다. 역대전적에서는 포항이 앞서지만, 최근 전적에서는 울산이 앞서고 있기에 포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걸린 경기나 다름없었다.
항상 스틸야드 원정만 가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울산이지만, 이번 경기는 솔직히 승리를 예측하기 다소 어려웠다. 비록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여 90분 내내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곤 하였지만, 한 경기만으로 울산이 강해졌다고, 또 윤정환 감독이 명장이라는 점을 증명하기에는 서울이 포항에 비해 전력이 여러모로 뒤쳐졌다. 그렇기에 포항전이야 말로 울산의 리그 우승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라자르 이펙트(Lazar Effect) vs 제파로프 신드롬(Zeparov Syndrome)
이 경기에서 불을 먼저 당긴 것은 포항에서 새로 영입한 세르비아 스트라이커인 라자르 베셀리노비치였다. 해외 무대 경험은 이번 K리그 처음이라고 밝혔을 만큼, 그가 제대로 기량을 선보일 확률은 절반이었다. 지난 수원전에서는 사실 그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으나, 울산을 상대로 그는 경기 시작부터 수비진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라자르는 최전방에 배치되었지만, 그의 역할은 횡적으로 움직이면서 울산의 수비진을 흔들어놓는 역할이었다. 리그 내에서 견고한 수비진으로 손꼽히던 이재성-김치곤도 라자르의 저돌적인 몸싸움과 드리블을 막아내는 데 상당히 고전하였다. 특히 그는, 정동호가 있는 울산의 왼쪽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포항의 오른쪽 공격을 주도하면서 그는 수비수들의 시야를 빼앗으면서 손준호가 전진하여 득점찬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하였다. 마치 '질주하는 드록바' 같은 인상이었다.
포항이 라자르로 전반전부터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면, 울산은 제파로프를 이용하여 포항의 틈새를 공략하였다. 포항의 중원 듀오(김태수-황지수)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점과 동해안 더비 때 선발로 출격한 두 센터백(배슬기-김준수)의 기량이 주전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점을 감안하여, 그는 기동력과 활동량을 앞세워 중앙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결과적으로 포항은 제파로프를 막아내는 데 실패했고, 전반 종료 직전에 기선제압 당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 터뜨린 제파로프의 골을 다시 한 번 복기하자. 제파로프는 동료 선수들(양동현, 따르따 등)을 이용하면서 페널티박스로 쇄도하였고, 포항은 그를 완벽하게 놓쳐버렸다. 양동현과 따르따가 포항 선수들의 시야를 빼앗은 점도 칭찬받을 만하나, 전반 내내 제파로프가 중앙으로 공격을 시도할 때 포항은 그를 매번 놓쳤다. 중앙에서 뚫리게 되니, 포항은 손준호를 전방으로 올려 공격가담 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울산은 라자르에게 종종 돌파를 허용했음에도 결과적으로 그를 막아냈다. 김치곤이 부상으로 아웃되고 난 후, 윤정환은 이재성과 김근환에게 각자 역할을 부여해주었다. 라자르보다 더 장신이자 유연한 김근환을 1대1 마크하라고 지시하면서 수비 경험이 풍부한 이재성으로 하여금 지역 방어로 2차 돌파를 저지하라고 지시하였다. 이 두 수비수가 포항에게 2골을 헌납하긴 했으나, 라자르를 비롯하여 다른 포항 공격수들의 공격을 절반 이상은 막아냈으니 어느정도는 성공했다 볼 수 있겠다.
동해안 더비의 메인 전쟁터 : 중원 싸움
이번 경기에서도 두 팀의 중원 싸움이 관전 포인트로 손꼽혔다. 항상 점유율의 포항과 역습의 울산, 성향이 전혀 다른 두 팀이 맞붙을 때 승패는 항상 중원에서 누가 압도하느냐에서 승패가 엇갈렸었고, 실제로도 결과로 반영되었었다. 이 더비에서도 중원 싸움이 경기결과를 예견하였다.
전반전 중반이 다다를 때까지 중원은 포항이 주도하여 공격을 이끌어갔다. 이명주의 역할을 이어받은 손준호가 전진하면서 공격을 주도하였고, 전방에서는 라자르와 심동운이 울산 수비진의 틈을 벌리면서 손준호를 향한 마지막 패스를 제공하였다. 손준호가 공격에 가담하면, 황지수와 김태수는 뒤를 받쳐주면서 다소 역습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포항은 머지 않아 울산의 기동성이 강한 중원을 넘어서질 못했다. 2년 전부터 황지수-김태수 조합은 기동력이 떨어져 공수전환 및 속공에 취약점을 보였는데, 활동량이 뛰어나며 커버공간이 폭넓은 마스다-하성민은 포항의 베테랑 미드필더 듀오를 힘으로 밀어부쳤다. 마스다와 하성민의 활동공간이 넓어지면서 울산의 점유율도 35% 대에서 50% 가까이까지 올라섰다. 이 두 선수가 중원에서 포항의 모든 패스를 끊어버린 것이다.
울산이 공격으로 전환할 시, 마스다와 하성민의 역할은 분명히 정해져있었다. 하성민은 포항의 역습을 대비한 공간을 커버하면서 그들이 공격에 전환할 시 공격하지 못하도록 1차 컷백에 주력하였다. 마스다는 예리한 다이렉트 패스로 전방에 분포된 양동현 등의 공격수들에게 제공하면서 포항의 뒷공간을 노렸다.
기동성에서 문제를 보인다고 느낀 황선홍 감독은, 후반전에 공격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김태수를 빼고 박성호를 투입하면서 자신들의 약점을 상쇄시켰다. 티아고까지 투입하면서 손준호는 자신이 원래 뛰던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가 황지수의 부족한 기동성을 보완하면서 마스다-하성민에 대항하였다.
역습의 중요성
(포항이 넣은 두 골을 통해, 역습의 중요성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고무열이 왜 중요한가를 보여주었다)
후반전에 접어들고, 포항은 역습에 특화된 울산을 상대로 역습을 전개하여 그들의 골망을 두 번이나 흔들었다. 물론 포항이 역습 전술에도 문제없이 소화하지만, 그것을 울산을 상대로 펼쳐보였다. 일종의 그들을 향한 도발이었다. 포항의 도발하는 데 있어 중심축은 황선홍의 선수시절 등번호를 받은 고무열이었다.
사실 고무열은 전반전에 라자르, 심동운에 비해 크게 두각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후반전에 효과적인 역습 전개 두 번을 통해서 왜 그가 주전으로 나와야하는 지를 보여주었다. 후반 2분, 울산의 코너킥 상황에서 재빨리 컷백으로 따낸 공을 잡아 고무열은 전력질주를 하였고, 심동운에게 패스를 주고 들어갈 때까지 울산의 수비를 교란시키며 손준호가 동점골을 넣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볼터치 대비 효과적인 드리블이었다.
포항의 두번째골도 고무열이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성호가 따낸 공중볼을 받은 고무열은 왼쪽 측면을 돌파하면서 무려 6명의 울산 선수들을 따라오게 만들어 반대편에 티아고가 노마크 상황이 되도록 만들었다. 모든 울산 선수들이 그에게 집중된 것을 판단한 그는, 반대편 크로스로 티아고에게 연결시켰고, 티아고는 K리그 데뷔경기에서 데뷔골을 기록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것이 포항과 황선홍이 원하던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윤정환의 새로운의 실험 : 김신욱-양동현 투톱과 오른쪽 윙어 부재
(윤정환은 윙어인 김태환 대신에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투입하면서 오른쪽 윙어가 없는 투톱을 만들었다)
1대1로 다시 균형이 이루어지자, 윤정환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다소 부진했던 김태환을 빼고, 양동현과 비슷한 유형인 김신욱을 투입하면서 4-4-2로 전환하였다. 문제는 울산은 4-4-2로 바뀌면서도 제파로프를 그대로 중앙에 배치시켜 투톱을 지원하는 형태로 유지시키고 김태환이 빠진 오른쪽 측면에 윙어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밸런스를 깨뜨리는 상당한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울산은 비어버린 오른쪽 측면을 다른 방법으로 메꾸었다. 공격적인 사이드백인 임창우에게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주문하면서 오른쪽 공격을 전담하였고, 활동량이 뛰어난 하성민으로 하여금 임창우의 뒷공간을 커버하게 만들었다. 추가적으로 공격시에 김근환에게 오른쪽 측면까지 지역방어하라고 추가 지시하면서 오른쪽 윙어의 부재를 해결했다. 따르따도 필요시엔 오른쪽으로 스위칭하여 숫자를 채웠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전략이었다.
오른쪽 측면을 과감하게 임창우와 하성민에게 맡기면서 울산은 중앙에 장신의 스트라이커와 저돌적인 플레이메이커로 들이받으면서 포항의 중원을 헐겁게 만들었고, 그들의 중앙 침략이 먹혀들었다.
(마스다의 중거리슛이 들어간 것도 결과적으로 울산의 장신 투톱의 영향력 덕분이었다.)
62분, 마스다는 자신의 앞이 다소 트인 것을 판단한 후 과감하게 중거리슛을 때렸고, 그 공은 김태수의 어깨를 맞고 굴절되어 포항의 골문을 흔들었다. 어찌보면 행운의 골일 수 있겠지만, 이 골이 들어간 것 이유가 바로 울산의 투톱과 연관성이 깊다. 마스다가 슈팅을 때릴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포항은 김신욱-양동현을 집중적으로 마크하면서 페널티박스 외곽 부분 수비가 헐거웠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공을 받은 마스다가 딱히 수비로부터 제약받지 않았기에 그는 마음놓고 슈팅을 날릴 수 있었던 셈이다.
(울산의 투톱 전술에, 포항도 투톱으로 맞대응하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김신욱-양동현의 위력에 포항 또한 곧바로 대응하였다. 박성호-라자르를 전방에 세우면서 추격의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울산에게는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 마스다-하성민부터 이재성을 거쳐 '마지막 수비수'인 김승규까지 모두 격파하는 데에 한계가 따랐다. 그리고 그들의 의지를 본의아니게 같은 팀 선수들이 꺾어버리면서 사실상 경기는 울산으로 기울어졌다.
신화용, 그리고 김준수
(김준수와 신화용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포항의 패배를 불러왔다.)
67분과 78분에 일어난 울산의 두 골은 울산이 잘했다기보단, 포항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는 게 더 맞다. 67분 상황부터 설명하자면, 김준수와 신화용의 콜플레이의 미흡으로 일어난 대참사였다. 포항팬들은 이때만큼은 수원전 퇴장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던 김원일을 매우 그리워했을 것이다. 이 골로 인하여 포항의 센터백이 다소 불안하다는 사람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67분의 실점으로 멘탈붕괴를 일으킨 신화용은 11분 뒤에 김신욱의 중거리슛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쐐기골로 만들어주었다. 이는 명백히 신화용의 실수였다. 김신욱의 중거리슛 궤도나 파워가 강했다곤 하나, 김승규와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경쟁하는 선수 입장에선 치명적인 오점이었다. 신화용의 단점으로 손꼽히는 부분이, 종종 이렇게 멘탈붕괴로 하지 말아야할 실수를 저지르는 점인데, 동해안더비에서, 그것도 동점으로 만들어가야할 분위기에 곧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 두 골로 인하여,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질 경기가 아니라고 응답하였고, 윤정환 감독은 경기력에 비해 결과물이 좋다고 말하였는데, 두 감독의 의견이 공감될 수 밖에 없었다. 김준수와 신화용의 실수가 경기 승패를 결정지어버렸기에, 질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졌으니 포항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었고, 울산 입장에선 금상첨화였다.
초반에 이슈메이킹의 2연승을 거둔 울산은 다음 홈경기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축인 전남을 상대하면서 연승행진을 이어가고자 한다. 분명 그들이 포항전에서 측면 수비수(특히 왼쪽)에서 약점을 보여주긴 했으나, 윤정환의 실험 전술이 또다른 공격카드이기에 전남을 상대로 무엇을 보여줄 지 사실 예측이 안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경기를 통해, 울산이 전북을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반에 김승대, 김광석, 모리츠를 부상으로 잃고, 김원일이 퇴장으로 동해안더비에 결장하는 바람에 위태로울꺼라는 포항, 그들은 오히려 다른 부분에서 문제점을 보여 생각지도 못한 고민거리가 생겨버렸다. 다행히 다음 경기가 2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이기에, 포항은 서울전을 통해서 반전을 꾀하고자 한다. 특히, 라자르라는 뉴페이스의 등장과 고무열의 활약상에 한 번 걸어볼만하다.
원문 : http://blog.daum.net/manutdronaldo/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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