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가 내 일을 흔들 때
날 좋은 일요일
형들에게 연달아 전화가 왔다.
평소 장난을 많이 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번만큼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큰 형의 전화를 넘기고
작은 형의 전화를 받았을 때
심장이 쿵 내려 앉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 허벅지 뼈 골절이래'
뇌출혈로 병원에 계신 어머니에게 골절은 치명적이었다.
재활은 중단되었고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사선으로 뼈가 부러져 고관절 부위를 찌르고 있는 상태였다.
주변 의사 지인들에게 연락해
혹시 수술실을 알아봐 줄 수 있냐고 연락했다.
하지만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없었고
있더라도 뇌출혈 환자의 외과 수술은 받지 않으려했다.
테이블 데스를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였다.
최근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더 정신이 없어졌다.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고 몸에 힘이 빠졌다.
점점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동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했지만
뭔가 속으로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해야 할 것들은 해야 했다.
미팅에 참석하고
곧 투입 될 업무에 대한 준비를 지속했다.
속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했다.
참 어려웠다.
마음도 어려웠고 해야 하는 일도 어려웠다.
더 힘든 것은 가정사를 회사 일과 분리할 수 없어서
계속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난 아직 한참 어리고 미숙하구나'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마지막 미팅을 마무리했다.
점차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어깨는 무거워졌다.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는 데
오늘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무거웠다.
뭔가 알지 못하는 세상 속에 툭하고 떨어진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웃고 있고 아이들은 밝아보였다.
이게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언제 이렇게 커서 또 이런 일들을 겪는지.
어머니에게 감사했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많이 벌어질 것이다.
그 때마다 흔들리고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인가.
뭐 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사와 일을 점차 분리해나가고
어른으로 성장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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