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밤마다 이 기계를 하러 온다
문이 하나도 없는 기계
너는 어느 순간 공처럼
이 기계 속으로 뛰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들어오는 순간 너는 죽음을 먹게 된다
이 기계는 너를 먹고, 먹을 뿐
아는가, 너는 없다
오아시스에서 잠들었지만
자고 나면 늘 사막이라고나 할까
너의 손이 닿자 기계 전체가 살아난다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내려다본 밤의 뉴욕처럼
기계 전체에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너는 마치 경광등을 켠 앰뷸런스처럼
별들 사이를 헤엄쳐가는 핼리 혜성처럼
내 몸 안을 휘젓고 다닌다
고동치는 도시, 부르르 떠는 별의 골짜기
내 몸 속이 번쩍번쩍 한다
그러나, 너, 착각하지 마라
차디찬 맥주라도 한 잔 마셔두어라
너는 이 기계의 서랍을 열어본 적이 있는가
서랍 속에는 너와 같은 모양의 쇠공들이
백 개 천 개 들어 있다
모두 불쌍한 사랑 기계 자체의 물건들이다
밤하늘에서 가늘게 떨고 있던 행성들을
통제하는 기분인가
인생 전체를 배팅하는 기분인가
그러나 속지 마라 떠들지도 마라
기계는 혼자서 자기 보존 프로그램대로
움직여가는 것일 뿐
너만을 모셔둘 곳은 이 기계 내부 어디에도 없다
네가 할 일이라곤 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일 뿐
이 문 없는 기계가 만든 텅 빈 속을 헤엄치다 사라지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