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방치에 버려지는 치매 노인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노령화 시대가 다가왔다. 65세 인구가 총인구에 차지하는 비중으로 노령사회와 초고령 사회를 갈음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우리나라, 그만큼 노인에 대한 복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할까?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또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미만자가 대상이다. 전통적으로 가정과 이웃과 같은 비공식적인 체계가 요양을 해왔다면, 이것을 국가가 관여해 사회적인 서비스로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전문적인 노인요양시설들이 생겨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일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먼저 대상자가 건강보험공단에 인정 신청을 한다. 그러면 심사를 위해 간호사‧사회복지사‧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공단 소속 직원이 방문 조사를 한다. 여기에는 52가지 항목이 있는데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변화, 간호처치, 재활 등의 다양한 부분을 판단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등급을 판정하고 지원금이 나오게 된다. 1~3급까지 차등적인 금액이 지원되고 전문시설에 들어갈지, 집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을지 선택할 수가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실제로 시설이나 재가서비스를 받을 때, 그 요양서비스의 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그 중 책임감 없는 일부 요양시설들이 원인이다. 노인들을 돈으로 생각하는 요양시설의 실태에 대한 보도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 중 한 기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경북 고령에 사는 고모(45·여)씨. 지난해 여름 치매를 앓는 친정어머니를 요양원에 한동안 모셨다가 크게 후회했다. 고씨는 어머니를 3년간 집에서 모셨는데 병세가 악화되고 집안 사정도 여의치 않아 요양원을 찾았다. 처음 2~3개월은 주 1회, 이후에는 월 1회 꼴로 어머니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엉덩이와 등에 욕창이 생기고 피부가 심하게 말라 있었다. 사무실에선 ‘별문제 아니다’라고만 했다. 요양보호사에게 슬쩍 물으니 ‘원장이 요양보호사 월급을 30% 이상 깎고 결원이 생긴 요양사도 충원하지 않아 노인들이 거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한 명이 20명 가까이 돌보고 하루 3교대도 제대로 안 돼 밤에는 노인들이 화장실에 못 가 그 자리에서 대변을 보기도 한다’고 했다.』
이처럼 요양시설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양보호사에 대한 대우도 커다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시설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무리하게 근무시간을 편성하여, 한 보호사가 20명 이상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열악한 현실은 100만원 남짓한 월급뿐만 아니라 근무의 전문성에서도 나타난다. 말만 보호사이지 가정부의 일과 다를 바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손발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보고서를 쓰는 등 행정업무 그리고 각종 자잘한 업무가 겹쳐져 업무강도가 보통이 아닌 것이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의 도입 이후 이와 관련된 시설은 1700개에서 4326개(2012년 기준)로 늘어났다. 그중 절반 이상인 2500여 개를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부실 운영, 운영자의 비도덕성으로 인한 비리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감사원에 적발된 사례를 보아도 서울의 한 사회복지법인이 국가보조금 2억원 중 6700만원 가량을 허위로 청구한 경우가 있다. 또 전남의 노인전문요양원 사무국장이 시설 차입금 8억4000여만원 중 3억80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도 있었다. 나라 돈이 가장 훔치기 쉬운 돈이라고 하더니, 장기요양보험에서도 그 사실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요양원 운영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경쟁이 과해져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다. 원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주는 지원금 외에도 법으로 정한 본인부담금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편법으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곳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손님 끌기, 즉 시설에 노인 명수만 더 채워놓는 ‘장사’에 치중하다보니 서비스는 뒷전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행위가 필요해 요양병원으로 입소하라고 판단해도 싼 가격에 요양시설에 넣는 세태도 있으니, 가격경쟁이 시장에 효과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효는 인간이 행해야 하는 기본적인 도리라고 한다. 부모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핵심인 것이다. 그런데 더 잘하기 위해 만든 제도 안에서 어느 한쪽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노인, 요양보호사, 요양시설, 그리고 부모님을 맡긴 자식들 중 불만이 없는 곳이 없다. 특히 우선되어야 할 것은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의 만족감이다. 그런데 만족은커녕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채, 양계장 같은 병실에서 처참한 대우를 받는 노인들이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먼저, 본인부담금의 현실적인 납부를 위해 정부에 선납하고, 바우처 형식으로 업체에 지원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서로 피를 보는 경쟁이 해소될 수 있다. 또 적정수가를 다시 계산하여, 요양보호사에게 제대로 된 급여와 근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가 제대로 되어야 노인들도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양시설에게도 처음의 설립의도를 달성할 수 있게 지금의 균일한 수가 책정 대신, 맞춤형 수가를 제공해야한다. 결국에는 운영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비리의 차단을 위해 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지고 감독할 수 있는 구조의 완성해야 한다. 독일의 상시 평가 시스템과 같은, 시설을 감독하고 경고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안 그래도 우리는 일정 요건만 되면 요양시설 운영이 가능한 신고제이기에 후속으로 관리 감독이 더 절실하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누구나 다 늙고 병들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지금과 같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이 문제가 그렇게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먼 미래의 이야기만을 아닐 것임을 공감할 것이다. 자식들이 깊은 고민 후에 죄짓는 마음으로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도록, 좀 더 성숙하게 변모해가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