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인터넷선교를 하는 제 친구가 쓴 글입니다.
고향친구로서 한 교회를 다녔으며 또 제 후배와 결혼하여 지금은 대전에서
살고 있지요. *파피루스 사랑편지* 라는 메일을 통해 읽을만한 소식들이
가끔 보내지는데 저희 카페에도 올려 보겠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겪는 아픔 중에 견기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가족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그러했다. IMF로 인한 아버님의 부도로부터 시작된 경제적인 어려움이 바로 그러하다.
당시 아버님의 사업체는 대전에서 도급 순위가 2~3등 하였던 전기공사업체였고 부도나기 몇 해 전에도 도급 액이 약 67억 정도였던 규모 있는 사업체였다. 하지만 IMF로 인한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 여파가 건설업 쪽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셨던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에는 모체인 사업체까지 영향을 미쳐 부도를 맞게 되었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절망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때 나는 상대적인 빈곤이 절대적인 빈곤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부족함이 없는 윤택함을 누리다 갑자기 상대적인 빈곤을 겪게되면,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병으로 눕게 되거나 자살을 택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부족함 없이 누렸던 부유함이 한순간 사라지고 난 이후의 삶이 결과적으로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또 다른 축복이었다는 것을 수년이 지난 뒤에 깨달았지만 그때 당시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당시 내 앞으로 되어있었던 아파트 3개를 처분하면서, 보험회사와 은행에다 넣어둔 큰 돈들을 처분하며 또 수십 개나 되는 보험 증권 및 적금들을 해약하면서, 상대적인 빈곤이 물밀듯 밀려오는 공포를 경험하며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짐을 경험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새벽예배 때 드리는 통곡의 기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욱 더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가슴을 찢으며 울부짖어도 오랜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위로도 없이 침묵하고 계시었던 것이다. 더욱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아내 역시 일을 할 수밖에 없어서 석호와 유림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아이들의 유치원비가 이미 3달치가 밀렸다는 얘기를 아내에게 들었을 때 느꼈던 절망감은 극단적으로 현재의 삶을 도피하고 싶을 정도로 나를 절망의 심연으로 끌고 갔다.
그것이 서두에서 말하였던 가장으로써 겪는 가장 큰 아픔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사실 부모들에게 있어서 본인들 자신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궁핍함은 그리 큰 고통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으로써 아이들과 아내가 겪는 고통을 바라보는 것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생부(生父)라는 위치에서 결코 도피할 수 없는 그 본능적이고도 원초적인 이유가 각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모진 삶이라해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그래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생에 대한 질긴 집착으로 삶을 이어가게 하나 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 모진 이유로 적지 않은 가장들이 뇌물과 돈의 유혹에서 쉽게 자유롭지 못하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결혼을 꿈꾸다가도 막상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 그 순수했던 고백들을 기억도 못한 채 기를 쓰고 배우자의 경제적인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도 어찌 보면 그 또한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삶의 또 다른 애증(愛憎)인가 보다.
그러한 고통과 절망 가운데 만약 그때 아내의 사랑과 격려가 없었다면 당시 나로서는 그 절망의 자리에서 쉽게 용기를 내어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서야, 나는 아내의 그 순전한 고백들을 통해 아내가 진심으로 하나님 안에서 나를 깊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온전히 알게 되었다. 아내에 대한 그 신뢰와 믿음이야말로 하나님께서 한없이 연약하고 연약한 내게 베푸신 최고의 선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의 삶이 허락되어지는 날까지 나만의 아내이고 나에게만 허락되어진 나만의 샘물임을 알았다. 그 이후, 나는 나에게 용기를 주고 사랑으로 감싸준 아내의 신뢰와 격려야 말로 이 땅에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하나님이 내게 베푸신 가장 큰 도우심이었음을 거짓 없이 고백하며 하나님의 그 풍성한 베푸심을 당당히 누리며 살고 있다.
아내와 나는 내가 아직 졸업하지 않은 대학 4학년 때 같은 교회 커플로 결혼하였다. 당시 아내는 이미 대학을 졸업하여 YMCA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아내로써는 사실 미래를 알 수 없는 학생인 나와 결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무모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각자의 환경을 바라보지 않고 서로의 신앙과 인격을 존중하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깊은 확신 속에 살갑게 사랑하며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다.
당시에 놀라웠던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서로 은밀히 결혼을 약속한 이후, 장모님은 장모님 나름대로 장성한 본인 딸의 배우자를 놓고 기도하던 중에 장모님이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이미 남편 될 사람을 내가 주었는데 너는 왜 자꾸 달라고 하냐?"고 하시는 바람에 어느 날은 아내에게 "너 혹시 누구 사귀고 있니?"라고 물어 보셔서 아내와 내가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그처럼 그 때나 지금이나 아내와 나와의 사이에는 늘 하나님이 계신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많이 부족한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 그 이유에도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 아내의 그 순전한 사랑을 거짓 없이 믿고 신뢰하는 그 이유에도 또한 하나님이 계신다. 아내와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고백한다. 하나님이 우리의 사랑을 지키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그리고 아내는 내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가장으로써 위기에 놓일 때마다 나와 하나님 앞에 고백을 한다. 자기는 나의 환경과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결혼한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있는 그대로의 나와 결혼한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우리는 잃은 것도, 앞으로 잃을 것도 없는 것이라고……. 단지 남보다 조금 불편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시니 우리는 가장 큰 부자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그의 크신 계획과 섭리 속에 우리를 기뻐 드러내시고 쓰실 것이라고…….
그 고백들이 하나님 앞에서 정말 거짓됨 없이 신실한 것이었을까? 아내의 고백대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첫댓글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고백 앞에 부끄러운 하와가 된 심정이다 나를 통해 나의 남편에게 하나님의 모습을 보일수 없고 힘껏 사랑하지도 못하는 내가 너무 부끄럽다
내가 정말 힘들때 내 힘이되어줄 가장 허물없는 사람... 바로 아내겠죠.... 이분처럼 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