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지는 12월22일이다. 초순에 끼면 애동지라 해 팥죽도 끓이지 않는 법이지만 올핸 그렇지도 않다. 팥죽 한 그릇이 그냥 팥죽 한 그릇이 아니고 우리의 삶이며 정이고 아름다움이며 나눔이던 시절이 있었다. 호호 불며 한 수저 가득 팥죽을 넣어주던 엄마의 눈을 마주보던 아이들은 아마 지금 중년 노년이 되었을 게다. 가난한 이웃 팥죽 돌리기에 나섰다 벌건 팥죽을 뒤집어 썼던 아이도 그럴 테지.
왕십리 중앙시장, 독립문 영천시장, 영등포시장 등 재래시장에는 옛날 팥죽을 쑤어 파는 곳이 있다. 불린 쌀을 넣어 함께 끓인 서울식, 새알심만 넣고 끓인 남도식이 그곳엔 다 있다. 입언저리를 핥으며 먹는 팥죽이 제 맛이다. 세상은 추워도 거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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