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16
“한국의 경우 해상 미사일방어체제(MD)로는 해안 시설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나, 내륙의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하는 데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중략) 해상 MD는 저고도로 날아오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의 3분2를 방어할 수 없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1999년 작성한 ‘동아시아 MD 구축 계획서’에 담긴 내용이다. 한마디로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하는 해상 MD 체제는 한국 방어에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도 MD용 요격미사일인 SM-3를 도입해 이지스함에 장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군 일각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앞선 글에서 이미 살펴본 바 있다.
(관련 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31007151414)
이에 더해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10월 8일자 <동아일보> 기고문을 통해 “PAC-3는 미사일 고도 15km, 거리 30km 이내에서만 요격이 가능하므로 광범위한 지역방어는 불가능하며 대응시간도 5초 이내로 극히 짧다”며 “SM-3를 세종대왕함에 조속히 탑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군 출신 최초의 합참의장 내정자인 최윤희는 10월 11일 인사청문회에서 SM-3이 현 단계의 KAMD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하층방어로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 “다소 미흡하고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간단계 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군을 중심으로 한 군당국이 현 단계에서는 SM-3 도입을 결정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심도 깊게 검토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10월 6일자 <중앙일보> 온라인판이 “지금까지 미사일 방어는 패트리엇-3 미사일을 위주로 한 고도 30㎞ 이하 저층 방어였으나 최근 국방부 기조가 바뀌었다”며 “국방부는 상층 방어가 필요하며 관련 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이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군당국은 패트리엇의 실효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시스템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잡는 ‘신의 방패’인 것처럼 주장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패트리엇에 기반을 둔 저층 방어로는 부족하다’며 상층 방어 체계인 고고도지역방어체계(THAAD)나 SM-3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MD가 품고 있는 자기증식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SM-3 한국 방어와는 관계없다
99년 펜타곤 보고서도 지적한 것처럼, 해상 MD 체계는 한국 방어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핵심적인 이유는 SM-3 요격미사일은 최소한 100km의 요격 고도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중북부를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유가 있다. 가령 수도권에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이지스함을 동해나 서해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측면에서 요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남해에서 요격을 시도할 경우 SM-3의 유효 사거리가 수도권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가 MD의 총아로 삼고 있는 SM-3의 성능이 과장되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SM-3 미사일의 요격율이 84%에 달한다며, SM-3를 MD 체제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MIT 대학의 데오도르 포스톨(Theodore A. Postol) 교수와 코넬대의 조지 루이스(George N. Lewis) 박사는 자체적인 분석 결과 실제 요격율이 10-2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접근하는 미사일이 SM-3와 충돌해 비행경로가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탄두가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MD가 품고 있는 또 다른 한계를 보여준다. ‘총알로 총알 맞추기’이 비유되는 MD는 탄도미사일을 맞추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그런데 설사 맞추더라도 탄두를 파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탄두의 3분의 2는 고열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탄피로 구성되어 있고 비행 속도 역시 초속 1-10km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격탄(hit-to-kill) 방식이든 근접 폭발 방식이든 요격미사일로 탄두를 파괴하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공이 골키퍼의 손에 맞더라도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처럼 말이다. 이는 SM-3뿐만 아니라 모든 MD 체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이다.
그런데 왜?
이처럼 SM-3에 기반을 둔 해상 MD 체계가 한국 방어에 실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군당국은 SM-3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왜 한국에게 해상 MD에 참여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일까?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는 한국 해군의 조직 이기주의와 미국의 상업주의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본질적이고 전략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한국-일본 본토-오키나와-괌-하와이는 ‘단일 전장권’에 해당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이들 지역에서 미국의 증원 전력이 파견되고 일본은 후방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도 이들 지역을 방어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거의 전폭적으로 수용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시 작전권 전환 연기를 요청하면서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더욱 취약해진 것 역시 두 정부가 안고 있는 공통점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가 의미하는 바는 중차대하다. 우선 사실상 한일 양국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일본으로 향하는 미사일 정보를 해상 자위대에 제공하거나 미사일 요격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집단적 자위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일이 MD에 기반을 둔 사실상의 3자 동맹으로 변질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에 깊숙이 편입될수록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 한반도 정세의 불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 상실 등 엄청난 국익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MD와는 무관하다던 제주해군기지가 MD 체계에 편입되는 것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더 늦기 전에 MD에 발을 빼야 하는 이유들이 아닐 수 없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 겸 프레시안 편집위원.
* 이 글은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