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회적이슈들이 갑자기 매직과 관련이 있는 듯 느껴져서 또 글을 쓰게 되네요.
매직을 시작하지 얼마되지 않은 플레이어가 매직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시작한지 오래되신 분들은 처음에 느꼈던 재미와 지금 느끼는 재미가 상당히 다르다는 걸 깨달은 적이 있을겁니다)
그 초보자만의 재미중의 하나가 남들이 잘 쓰지 않는 카드로 자신만의 덱을 만들어 보는 것인데요.
저도 초기에는 똥레어가 만들어내는 여러 콤보를 활용한 덱을 만들며 즐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Nefarious Lich
If you would be dealt damage, exile that many cards from your graveyard instead. If you can't, you lose the game.
If you would gain life, draw that many cards instead.
When Nefarious Lich leaves the battlefield, you lose the game.
Confessor
Whenever a player discards a card, you may gain 1 life.
Wild Mongrel
Discard a card: Wild Mongrel gets +1/+1 and becomes the color of your choice until end of turn.
이 3장 콤보는 제가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덱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나네요.
(오디세이는 제가 공인토너를 처음나가던 시절의 블럭이라 애착도 많았지요)
그 외에도 코인덱같은 것도 짜서 굴린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왜 지금은 그런 짓을 안하게 되었냐 하면....
'지고나면 뭔 짓을 했어도 재미가 없어서','그런 짓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아서'
입니다.
이 부분은 동의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는게 이기는 것보다 좋다.' 라고 말하시는 분은 아직 못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매직을 오래 즐기다 보면 결국 Tier1에 가까운 덱을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주변분들이 다 같이 캐쥬얼을 선호한다던지, 금전적인 여유가 없던지...)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매직을 쉬어본적없이 하면서 여러 플레이어들을 지켜본 결과는 그렇습니다.
매직에서 자신만의 덱을 만드는 것을 큰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덱을 카피해서 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고나서도 '토너입상덱을 베껴서 나와서 이기는게 재밌냐?' 는 식의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자신만의 덱으로 상위입상을 하는게 로망이라는 기분도 이해는 합니다. 저도 그랬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토너먼트 플레이어들이 여러대회를 통해서 '똥레어는 그냥 똥레어다' 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면서
더 이상 구린 카드를 잘 활용해보고자 하는 생각은 접어두게 됩니다. 그 편이 효율이 좋으니까요.
혹시 지금이라도 다른 많은 플레이어들을 '창의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남들이 구리다니까 생각없이 카드를 평가절하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평가에 따라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도 다 당신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하시는 편이 옳을겁니다.
선입견이라는 말은 나쁜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데 배경지식을 사용하는 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매직으로 예를 들어보지요. 상대가 셔플을 하다가 실수로 Secluded Glen이 덱에 있는 것을 보여줬다고 합시다.
토너경험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상대의 덱이 페어리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고 초기핸드가 페어리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고민 후 다른 덱에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페어리에게는 꽤 좋은 핸드라 그냥 킵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3랜드와 4 Volcanic Fallout 정도?)
A.헌데 알고보니 랜드가 모잘라서 어쩔 수 없이 Secluded Glen을 넣은 크루얼 컨트롤이라고 한다면 저 핸드로는 이기기 좀 힘들겠지요.
선입견을 가진 내가 잘못이었구나. 앞으로는 내 배경지식을 섣불리 적용시키면 안되겠다.
이렇게 될까요?
B.결국 페어리였음. 상대가 비터깔고 3턴에 벤델리온으로 핸드를 보는순간 절망하는 것이 느껴졌고, 게임은 쉽게 이겼습니다.
이렇게 될 확률이 많겠지요.
A가 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페어리라고 가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의 배경지식이 A의 확률 <<< 넘사벽 <<< B의 확률 이라는 것을 유추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Sphinx of the Steel Wind과 같이 온갖 좋은 능력이 붙어있는 생물을 왜 컨스에서 쓰지 않을까요.
잘 죽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3마나이하에서 이 8마나 생물을 처리할 수 있는 스펠들은 널려있습니다.
결국 Sphinx of the Steel Wind가 컨스에서 쓰기에 좋지않은 생물이다 라는 것을 알기위해서는
T2의 다른 스펠들(Path to exile, Oblivion Ring, Deathmark...)이 이 생물을 처리하기 어렵지 않게 한다
라는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즉, 지금까지 저는 배경지식(나쁜 의미로 쓰일때는 선입견이라고도 하지요)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배경지식을 쌓는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BR을 굴리는데 토너를 나가서 페어리한테 2번 연속 졌다고 합시다.
그럼 이 사람에게는 페어리가 BR에게 강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경험으로 얻은 통계에 의한...) 하지만 토너먼트를 한
30번쯤 나가게 된다면, 그 통계는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될 확률이 꽤 높아집니다.
긴 시간을 통해 경험으로 얻어진 배경지식의 힘은 상당합니다.
도서관에서 어쩌다 본 책을 통해서, 인터넷게시판에서 우연히 읽은 글에 의해서, 교수가 한 강의를 통해서
얻어진 지식보다 현실에 가까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게시판에서 입매직해서 유명해진 사람보다 토너먼트장에서 계속 보게되는 얼굴의 그 사람이 더 실력이 좋을 거라는 건 제가 보증하지요.
화제를 돌려서...
대중의 힘이라는 것은 아주 뛰어난 개인의 힘(혹은 소수집단)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Gilded Lotus
Glimpse the Unthinkable
Raven Guild Master
Crucible of Worlds
이 카드들이 토너에서 자주 보이던 파워카드들입니까?
그냥 그런 1,2불 짜리 레어같다고 생각하면 카킹가를 한번 찾아보세요.
다들 기본적으로 5불 이상은 찍고 있습니다.
왜? 프로들이 좋다고 평가한것도 아니고, 토너에서 상위입상한 덱들에서 쓰이는 카드도 아닌데?
대중의 취향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대중의 취향이 로망이 있는 카드들에게 향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글의 내용은.
1.선입견이 나쁘다는 선입견을 버립시다. 더 나은 플레이어일수록 똥레어를 알아보는 능력은 좋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2.대중은 무섭습니다. 프로들이 뭐라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첫댓글 한 10 까지 쭉 갔으면 싶네요. 좋은 내용임 ! 공감도 가고 !
저는 굉장히 덱짜는데 열정적이였고 성과도 보았지만 시간과 노력과 돈이 많이 투자되야 합니다. 하지만 팀활동을 하고있고 팀의 카드가 풍부하다면 자기덱을 짜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어째든 가장 효율적인건 입상덱을 환경에 맞게 개조하는것이라고 생각해요
한때 자기덱을 짜볼려고 노력도 했지만... 또 남들이 않쓰는덱을 써볼려고 노력도 했지만... 결국 남는거는.....
매직을 쉬는건가요?
저는 여전히 그런 놀이를 좋아해서..결과적으로 컨스를 안함..-ㅅ- 리밋에서는 그런 놀이를 할 수 있게 집는게 즐겁거든요.
타임 스파이럴 블럭 드랩에서 Dimir 컬러로 밀덱 짜는게 로망이었죠~ (실제로 도봉에서 리밋 8강 때 종종 나오곤 했었습니다.)
리밋은 컨스에 비하면 양호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똑같아지더군요. 애매하던 픽순위도 정리되가면서 정형화되기도 하고, 무슨 덱을 짜더라도 크리쳐디나이얼이 상위픽이 되는건 피하기 힘들고...단지 리밋은 덱에 대한 연구가 컨스보다 까다롭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적은 편이라 이거저거 실험해가면서도 이길 수 있는 기간이 좀 긴 편이지요.
확실히 리밋도 시간이 지나면 픽순위도 정리되면서 정형화되긴 합니다. :) 하지만 역시 가장 다른 점은 어떤 레어나 언커들이 나오느냐에 따라 결코 단순한 정형화는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군더더기 없는 글. -_-)=b 매직이랑 인생을 접목해서 이렇게나 잘쓰시다니 ^^
한가지만 덧붙이고 싶은 것(이런게 바로 군더더기지만ㅋ). 선입견이 배경지식과 똑같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겹치는 부분이 크겠군요. 배경지식 때문에 선입견이 생기는 거니까요. 여튼 그것은 버리고 싶다고 해서 버릴 수 없는(일단 받아들이고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또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적응기제입니다. 결국 선입견을 극복하고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는 경험보다 좋은것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꼬투리 잡히는 게 싫어서 세세히 분류하다보면 내용전달이 안되는 거 같아서 그냥 뭉쳐버렸음.
이 글을 읽고나니, 이 글 내용처럼 변화해온 수 많은 사람이 생각나네요 오.. 근데 BR/페어리 얘기 왠지 제 얘기? 뜨끔..ㅋㅋ
전 그래서 Tier1급덱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는 플레이어들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카드를 넣더라도 허를 찌르는 플레이가 가능한 경우에는 좋은 카드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최근에는 Colfener's Plan을 활용한 덱정도가 있겠네요. 아니면 박서영님의 Umbra Mentle을 이용한 덱이라던지, Safe Passage를 쓰신 조정우님 등등).
그것 또한 환경에 따라 선택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있겠지요.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함정수라는 것은 상대가 제대로 대처하게 되면 이쪽이 손해를 보게되니까요. 깜짝카드(함정수)가 잘 통하는 환경이라면 물론 사용하는 편이 효율이 좋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에도 좋은글 감사요. ㅋㅋ 어서어서 다음편도!!!!! +_+;;
좀 성의있는 리액션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네.. ㅜㅜ; 다음편엔 성의있는 리액션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_+
DP3님의 말씀처럼... 제 생각엔 효율이 좋은 (검증된) 카드들로 덱을 구성하다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반영하는 카드를 한두장 추가하여 허를 찌르는 상황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저도 처음엔 이리저리 덱을 짜보곤 했지만; 시간과 예산만 좀더 주신다면...........
역시...제목에 인생 정도의 단어를 붙이려면 신익형 정도의 관록은 붙어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