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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는 구수한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지금이 한창 맛이 들어서 먹을만한 때입니다. 그것도 여수에서 전어 회가 유명한 소호에서 먹기 위해서 많이 기다렸습니다. 안심산에 오르면 가막만 소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바다 경치가 죽여주는 그런 곳입니다. 아마도 소호동에서 사시는 대부분 시민들은 아름다운 소호 바다에 미쳐서 소호에 산다고 하실 것입니다.
소호 바닷길을 거니는 것도 멋이지만 더 감동을 주는 것은 안심산에서 바라본 잔잔한 호수 같은 소호 앞바다입니다. 거기에다 윈드 서핑하거나 하얀 돛을 올리고 물살을 가르는 요트를 본다면 환상적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안심산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을 손님은 바로 구절초와 쑥부쟁이입니다. 5월 단오에는 줄기가 5 마디인 것이 음력 9월 9일이 되면 9 마디가 된다고 해서 구절초라고 합니다. 국화과 중에서 소국으로 통하며 꽃이 줄기 끝에 한 송이만 피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화 중에서 가장 약으로 효과가 있다고 해서 다량으로 꺾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국화가 길이 시작하는 곳에서 드문드문 보이던 것이 유심천 온천 가까이에 가면 무더기로 피어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가을의 전령 또 다른 국화과 쑥부쟁이도 시샘을 하며 자랑을 합니다. 쑥부쟁이는 대장장이의 쑥 캐는 딸이 임 그리다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벌개미취도 다 같은 들국화 종류입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가 어떻게 다른지 그 자리에서 설명을 들으면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서쪽편으로는 아직 베지 않은 관기들의 누런 나락이 황금 물결을 너울처럼 치면서 여자만쪽 바람에 묻어 불어옵니다. 가막만 바람과 여자만 바람이 안심산 능선을 타고 오르는 우리들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산꼭대기까지 올려놓을 것입니다. 정상에서 관기쪽으로 내려가면 소제마을이 나옵니다. 근처에 디오션리조트가 생겨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소제마을은 소지개라고 불렸습니다. 물이 고여 있는 포구라는 뜻에서 소지개라고 한 것 같습니다. 소제마을의 소와 항호마을의 호가 합쳐져서 소호가 되었다고 합니다. 소제마을에서 전어횟집이 몰려있는 송소마을까지 걸어가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어회를 먹게 됩니다. 회로 먹어도 되고, 무침을 해서 비벼 먹어도 맛있지만 구어서 머리채 먹는 재미는 그 구수한 맛을 평생 잊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구절초가 몸매를 자랑하기 위해서 가을을 기다렸다면 전어는 그 기름이 번지르한 모습으로 가을을 찾아와서 이렇게 안심산에서 구수한 만남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여수의 산과 여수의 맛이 만나는 다섯번째 여수풀꽃사랑 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