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초보 36기의 작지만 소중하지 않은 후기입니당
첫 용화산 멀티와 첫 캠선등의 고생을 작게 기록해둡니다
유쌤께서 목표 길 3개를 제시해주셨습니다. 근데 그 난이도가 막 11도 있고 그러드라구요. 저는 설마 36기 신참들에게 어려운 걸 시키시진 않으리라 유쌤을 믿는 병아리의 마음으로 성호선배의 차에 타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채 용화산으로 배달되었습니다
목표 길 3개는 청룡 매 마담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화요일에서야 성호선배와 함께 도착했고 저희가 몰랐던 화요일의 결정사항대로 새남b라는 뒤쪽의 멀티길을 거쳐서 용화산의 여러 등반루트가 있는 쪽으로 하강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늦게 등반지에 도착했기에(정확히는 유쌤이 말씀하신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이미 유쌤은 먼저 떠나셨기에) 허선배와 보라선배, 그리고 36기최고아웃풋 세윤선배는 먼저 한팀으로 출발하고, 뒤 팀은 유쌤, 저, 승민선배, 성호선배의 순서로 등반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저였지만 유쌤의 세컨을 맡아 정신이 없어 사진이 몇 장 없는 관계로 선배님들의 사진을 기다리겠습니다.
1피치는 A0과 10 루트가 한 피치로, 난이도가 명확하지 않은 10루트(아마 c쯤은 되보이는)도 처음이고 트레바스 A0도 처음인 저에게 둘이 합쳐진 코스는 상당한 당혹감을 선사했습니다. 볼트따기는 그래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트레바스에서 하려고 하니 잠시 머리가 띠용하더라구요. 근데 그렇게 절 당황시킨 수트는 다음엔 재밍만 되고 손에 걸리지도 레이백도 잘 안되는 크랙이 저를 덮쳤습니다. 오늘 35-36기 모든 분들이 고전하셨으니 작은 위안을 가져봅니다. 물론.. 언젠가의 복수를 기약해보고 싶습니다.
2피치는 왼쪽 레이백이 20미터 오른쪽 레이백이 10미터는 되는 것 같은(체감입니다. 아마 자일 길이상 그렇진 않겠죠... 하지만 정확한 수치를 확인해보면 좌절할 것 같아요) 정말 힘을 쏙쏙 빼는 길이었습니다. 텐A라고 했는데.. 저는 난이도 옆에 난이도 결정 년도를 적어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는 재밍이나 스테밍으로 무난히 갈 수 있는 구간이 있었지만 이미 레이백으로 체력을 쏙 빼놔서 초보클라이머를 놀리면서 그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선등자는 레이백을 어떻게 하는지 아직 상상도 잘 안 되네요.
3피치는 트레바스 느낌의 슬랩을 가야 하는데 그나마 있는 발 딛고 눈앞의 가로크랙을 잡으면 머리가 위에 부딪치는 곳을 간신히 지나면 (트레바스 선등은 아직도 상상이 안 가네요..) 오른다리 재밍인데 손은 안 걸리고 다리가 빠지면 펜듈럼을 치는 그런 크랙이었습니다. 3피치 자체는 가장 난이도가 평이했던 것 같긴 한데 힘 쏙 빼놓고 힘빠지면 펜듈럼을 치니까 끝까지 정신력을 시험하는 기분... 그렇게 간신히 3피치 등반을 마치고 오늘의 메인코스로 하강했지만... 이미 세시였다고 합니다. 유쌤의 계획을 초보들이 거하게 깨뜨렸습니다. 유쌤의 데이터에 저희의 실력을 다시 한 번 추가했지요 ㅎ;;
길게 썼지만 후등이었기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집중력을 시험하는 곳에서 세컨 본 것도 좋은 경험이었구요. 다치지 않고 힘든 곳 어케든 끝내면 언젠가 나아질 거라고 늘 생각합니다.
내려와서는 한번도 안 해본 캠치는 선등이 해보고 싶어 거의 캠 연습용 쉬운? (크랙길 선등난이도 아직 감이 잘 안 옵니다) 길에서 성호선배의 빌레이와 능무선배의 캠으로 30cm마다 캠을 쳐가며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장비 흔쾌히 빌려주신 허선배와 마지막까지 남아주신 성호선배, 초보클라이머의 바보짓이 터지지 않게 잘 지켜주신 유쌤, 밑에서 기다려주신 다른 선배동기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승민선배와 항상 긍정적인 36기 미래의 에이스 세윤쌤 그리구 트레바스 많고 캠도 많았던 앞사람들은 열심히 잡고 지난 길을 든든하게 마무리해준 성호선배. 든든한 선등의 유쌤과 허선배 그리고 두번의 멀티에서 제몫을 해준 보라선배 모두 오늘 참 감사했습니다.
23년 현충일의 용화산 ...
많은 걸 느끼고 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더탑 최고입니다 ㅎㅎ
(늦게 내려와 남은 막걸리 한 병을 혼자 마시고 쓰는 후기. 이만총총)
첫댓글 새남b입니다...ㅎㅎ
ㅋㅋㅋㅋㅋ아 감사합니다 ...
난이도(난이도 결정 년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