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3% 올렸던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다음 달부터 보험료를 2.7% 또 올리겠다고 밝혔다. AXA손해보험과 하이카다이렉트도 이달 초 2.7~3.4%씩 올린 데 이어 다음 달 중순부터 2.4~2.5%를 추가로 인상키로 했고, 다른 보험사들도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보험회사들은 불과 30~50일 간격으로 보험료를 6% 안팎 올리게 된다. 자동차 보험료가 이렇게 연속 오르는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업계는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보험 손해율(보험료 가운데 보험금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85%를 돌파, 경영수지를 맞출 수 없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보험료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두 달 연속 보험료를 올리는 행태가 합리화될 수는 없다. 교통사고가 한 달 사이에 돌연 급증한 것은 아닐 터이고, 경영수지가 한 달 사이에 갑자기 나빠진 것도 아닐 것이다. 보험료를 연달아 올릴 정도로 사정이 급박해졌다면 그 원인을 경영 실패나 다른 데서 먼저 찾아보는 것이 옳다.
국내에는 온라인 자동차 보험사 4곳을 포함 삼성·동부 등 모두 13개 자동차보험사가 난립해 있다. 이번에 온라인보험사들이 연쇄 인상에 앞장선 것도 자기들끼리 수년간 과당 경쟁한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 회사가 과잉서비스 경쟁을 벌이다가 비용 지출이 급증, 스스로 수지 악화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원칙적으로 회사가 알아서 결정할 수 있으나, 사실상 금융감독원이 행정지도를 통해 통제해왔다. 업계는 정부의 보험료 인상 통제로 그동안 인상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두 번에 나눠 인상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하필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의 감사 출신이 자동차 관련 손해보험협회 회장에 새로 취임하자마자 느닷없이 연쇄 인상이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임원을 협회장에 받아준 자동차보험 업계에 감사하는 뜻으로 감독 기능을 포기한 채 연쇄 인상을 묵인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자동차 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이 서민 생활에서 가입을 피하기 어려운 의무 보험 중 하나인 현실을 감안해 보험료 인상 시기를 조정하는 염치쯤은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