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바둑을 접한 지 2년이 약간 모자란 반상의 초보이다. 정식으로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았고, 바둑을 접한 3개월 동안은 책만 보며 반상에 돌을 놓아보지도 못했다. 홀로 시작 과정에서조차 우회로를 통하다, 이제야 모자라게 등굽잇길을 타면서 '바둑이 무엇인가' 에 대해 감을 잡아가고 있다. 그래서 바둑책에 나오는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도- 맥이라고 할만한 正手를 보면 희열을 느낀다. 대국 중에 상대방이 이런 正手를 둔다면 모르긴 몰라도 답답할 것이다. 가끔 대마 사활이 걸린 때라면 등줄기에 서늘함 마저 느껴질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문용직 사범의「수법의 발견」에서 명명하는 날붙이기, 여유수, 비낀수를 당할 때 아마추어의 심정이란.
。프로기사에게 바둑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고 행운이다. 사범들이 바둑에 투자하고 연구한 수의 행렬을 계속해서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마추어에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바둑은 바둑 그 자체' 이며, '승부'가 아니다. 사범들의 지도 대국이라면 이미 승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세계일 것이다.
。작년 여름, 여류 프로사범에게 9점을 놓고 접바둑을 둔 적이 있다. 바둑의 프로라. 그 날 필자의 대국은 형편없었다. 후수의 후수를 잡고 계속 기세에 눌려 프로의 압박에 손 따라 두다 손 따라 계가했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바둑을 두었는지, 바둑이 둬진 건지 분간 할 수 없었다. 응수만 하다 끝났으니 바둑이라고말하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프로기사와 -한 참 아래의- 하수 아마추어의 승부에서 대부분 양보는 기세의 눌림이고, 타협은 중복이고 손해이다. 그리고 처음 프로와의 지도대국에서 가졌던 생각 '어느 정도 타협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은 애초에 근본 자체가 옳지 못했다. 기보 하나 보자.
。백이 1로 다가왔다. 순간 우하 흑 대마가 휘청거린다. 도깨비뜨물 이라는 말이 있다. '술'의 다른 말인데, 마치 이 뜨물로 속을 적시고 도깨비가 된 듯 아른거리고 정신이 몽롱하다. 이 기보가 프로와 -한 참 하수인- 아마추어의 한 판이라면, 저 백 1의 압박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도 대국은 말 그대로 프로의 수법을 지도 받는데 의의가 있다. 바둑의 수법을 아마추어가 논하기엔 어렵지만, 프로들의 '수읽기'가 모든 수법의 근원이다. 프로 사범과 돌이 얽히고 배우는데 빈삼각이 나오면, 회돌이를 당하면 어떤가. 사범들과 돌을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프로의 수법을 발견 할 수가 있다. 박찬욱 감독이 '배우에게 고통을, 투자자들에게 행복을' 이라는 말을 했다면, 지도대국의 마음가짐은 '아마추어에게 고통을, 프로에겐 행복을' 으로 족하다.
이제서야 밝히지만 위 기보는 원성진 6단과 5점으로 필자와 둔 바둑이다.
좀 더 진행을 해보자.
역시나 전도 백1의 압박에 우하는 모두 죽었지만 좌변에서 흘러 나온 백대마의 사활로 승부가 나기 직전이다. 바둑의 승부가 보이는가. '대마가 살거나 혹은 죽거나' 다. 애초에 필자의 바둑이 프로와 5점을 놓고 둘 만 실력은 못 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수법을 배우길 원한다면 , 돌을 하나 두개 정도 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둑 내용 자체를 보여 드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 기사와의 지도 대국을 가질 기회가 있다면 - 이 역시 희박한 확률에 따라야겠지만- 자신의 바둑을 두는 것을 권한다. 힘을 쓰기를 권한다. 기세에 눌리지 않기를 바란다. 중요한 건 승부가 아닌 역시 지도에 따른 '배움'에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이 바둑의 결과가 궁금하신가.
。말하지 않았는가. 승부가 아니라 '배움'이라고.
덧붙여서 한마디. 지도 대국을 해주신 원성진 사범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첫댓글 앗 -_- 이런. 프바사분들은 결과 거의 다 아시겠네..;
단수 보셨으면 역시 백대마 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ㅎㅎ
거기서 장렬샤이류가 나온게 아쉽소...ㅎㅎ
음.. 내가볼땐 화화류로 보이던데 ㅡㅡㅋㅋ
ㅎㅎㅎㅎ 느림보님 말씀에 한표~
장렬샤이류는 신포석에 비교될정도...
20세기에 우칭위엔 선생이 있다면 21세기엔 샤이가?
흠...부러븐기라....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