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성(性)과 음란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형식적인 학교 성교육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삼청동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서 열린 전국 성교육 업무담당자 및 교사 세미나에서는 학교 성교육의 문제점과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박효정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수업 비는 시간에 비전문가에 의해 수준미달의 특강 형식의 성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오히려 성교육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정규교과과정 속에 편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양호교사나 생물,교련,가정,사회,체육 등 관련 교과교사가 성교육을 하는 게 학교 성교육의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성에 대한 각종 고민과 궁금증,더 나아가 문제행동으로 분류되는 성관련 문제와 비행에 대한 상담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또 “중복학습,수준미달,비현실성 등의 문제로 학생들이 성교육을 딱딱하고 지루한 수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성교육 수업을 시?도교육청 수준에서 조례로 정하거나 행정조치 등을 이용해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안으로는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연수를 강화하고 성교육지도서,지침서,교과서,기타 교육보조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개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전남숙 성교육 교사용 홈페이지 운영위원은 “학교현장에서 성교육과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성문제를 도와주는 기관과 각종 성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라며 “성에 대한 연구 및 교육을 하고 있는 사회기관과 연계하여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도움을 받는 방안도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제주 외도초등학교 이재금 교사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한 인터넷 성교육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며 “실제 운영 결과 1일 평균 1500명 정도가 접속하고 있으며 10건 내외의 상담은 물론 친구들과 대화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학교에서의 공식적인 성교육은 1983년 서울시 교육연구원이 교사용 성교육 자료를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함으로써 시작됐다. 이때 배포한 교사용 성교육 지도서는 순결교육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성교육에 인간의 성장 발달에 따르는 성 현상을 보다 사실적으로 취급했으며 이어 90년 발간 자료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성교육을 다루기 시작했다.
교육과정 상에서는 6차 교육과정에서 성교육을 관련 교과와 특별활동 중심으로 지도하되 학교 교육 활동전반에 걸쳐 실시하도록 했으며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이들 시간 이외에 재량활동 중 창의적 재량활동에서의 범교과 학습에서 성교육을 지도할 수 있도록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역시 제한된 시간 속에서 실시돼 극히 피상적이고 비체계적인 성교육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교사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