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돌아 가시고
삼복 더위 속에
여러날 청소를 하고
유품 거의 다를 처분했다.
그 중 서예에 관한 것만 몇개 남겨 두었는데
그냥 쳐 박아 둘 것이 아니라
기록을 해 둬야지 하는 생각으로
해가 잘 드는 오후 빛을 이용해
사진을 찍게 되었다.
(아버님이 쓰시던 방은 완전 서향이다.)
넘어가는 빛이 아주 잘 들어오는군!
합격!!
장롱 한쪽 켠에 쳐 박아 뒀던
유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붓은 이 것 말고도 더 있으나~~
책도 꺼내 놓고
벼루엔 항상 먹물이 마르지 않도록 해 둬야
한다고 병원에 계실 때에도 물이라도
부어 놓으라고 하시더니~
끝내 가시고 말았다.
서예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인사동에 있는 봉원필방을 늘 다니셨고
종이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두 가지 신문을
보시면서도 종이가 모자라
재활용 종이 쌓여 있는 곳에서
걷어 오시기까지 하시며 글씨를 쓰셨다.
멋지게 글씨를 쓰시고
10폭짜리 병풍을 만들고 싶어 하시더니~~
빈 종이는 그대로 남겨지고 말았다.
연습 그만 하시고 작품을 좀 쓰시잖구서~~
명심보감을 제일 많이 쓰셨다.
오전 오후 잠깐 운동하는 것 빼고는
내내 책상에 앉아 글씨만 쓰셨다.
치매 예방에도 그 것 만큼 좋은게 없으시다며
운동과 병행해서 참 열심히 사셨다.
그래서 건강하게 93세로 병원 입원 2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화선지는 그렇게 사 모으시더니
언제 작품을 쓰시려고
글씨 쓴 신문지 한 아름씩 끌어안고
재활용 종이에 갖다 놓으시고
출처: 노란새 원문보기 글쓴이: 여유(유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