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은 운동광은 절대 아닙니다만 짬을 내서 틈틈히 운동을 하는 척 하고픈 1人입니다. 사실 운동신경이 그리 우수하지를 못해 어렸을 적 부터 사내애들이라면 대개 좋아한다는 축구놀이를 포함함 대부분의 구기종목에는 그닥 흥미를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 대신 주로 장남감 따위의 도구를 이용하는 놀이를 즐겼습니다.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것도 무척 좋아했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스케치북은 당연하고 연습장, 공책, 심지어는 교과서에 까지도 온통 그림(낙서)으로 도배를 하기 일수였습니다.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시절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는 것보다는 자유로이 돌아 다니며 구경하고, 사진촬영을 하거나 도서관에 콕 박혀서 이런저런 장서를 읽는 것을 훨씬 더 즐겼습니다.
그나마 학창시절에 운동을 했던 기억은 국민학교 때 급우들과 팀을 짜서 각자의 배번과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윗옷만)까지 맞춰 입고 야구를 했던 것과 국민학교 때와 중학교 때 태권도를 했었고, 고등학교 때 집 차고에서 기구를 이용한 헬스를 했던 것이 전부이지 싶습니다. 오히려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 수영, 등산, 자전거 등의 운동에 취미를 붙였습니다.
강구막회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이런저런 핑계로 규칙적인 운동보다는 간헐적인 운동을 했습니다. 낮에 짬을 내어 한 두 시간 가량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도 했으나 혼자하는 운동이라 꾸준히 할 만큼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는 수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전 8~9시 강습반에 등록을 했는데 일하는 시간과 겹쳐 여러 번 가지를 못했습니다. 갑판장은 한낮이 자유로운데 성인남자의 수영강습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 동안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세 시간 동안에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강습을 포기하고 자유수영으로 등록을 했습니다.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두 시간 중 편한 시간에 가서 각자가 알아서 자유롭게 수영을 하면 됩니다.
금천구민문화체육센타 실내수영장
자유수영시간이 애매하다 보니 그 시간대에 수영장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 할머니, 할아버지이십니다. 그 분들은 딱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팔 다리를 뽈뽈뽈 거리시며 겨우 수영을 하는 느림보그룹과 마치 국가대표 수영선수인냥 살벌하게 수영을 하는 타짜그룹입니다. 앳(?) 된 갑판장은 당연히 타짜그룹에 속할 줄 알았는데 10여년 만에 다시 수영을 하는지라 그리 호락호락 하질 않습니다. 서너 달 강습반에서 자세교정을 받으면서 수영을 위한 몸으로 변신을 하고 왔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바로 자유수영에 투입이 되는 바람에 곧장 타짜그룹에 낑겼다간 이물질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빤스에 모자만 걸치고 하는 운동이라지만 수영장내에서도 완장(계급)이 존재합니다. 강습반 회원들은 그룹별로 수영모 색깔을 달리 해 맞춰 쓰기에 수영모의 색깔이 완장입니다. 수영모의 색깔부터 평범한 갑판장이 완장을 머리에 두른 타짜그룹에 낑기기 위해선 그들 못지않은 체력과 실력을 갖춰야만 하는데 아직은 준비가 덜 됐습니다.
타짜그룹에 낑길 준비가 덜 된 갑판장은 어쩔 수 없이 느림보그룹에 속해서 몸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느림보그룹은 서너 레인을 이용하니 수준별로 레인을 나눠서 이용하면 좋겠은데 인플레가 심해 스스로의 수준보다 높은 레인에서 수영하고픈 어르신들 덕분(?)에 타짜레인을 제외한 나머지 레인에서는 스피드가 느린 분에 맞춰 상습 정체구간이 여러 곳에서 발생을 합니다. 또 그 곳에도 텃세가 있어 정체미상의 자가 레인에 침범해서 조금이라도 속도를 낸다 싶으면 어르신들이 똘똘 뭉쳐 타짜레인으로 옮겨 가라는 무력시위를 하십니다.
바로 타짜레인에 낑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느림보레인에 낑기기도 곤란한 참으로 애매한 상황입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일단은 느림보그룹에 침투하였습니다. 그 대신 경마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말에게 중량부담을 주듯이 스스로에게 부담을 가중했습니다. 킥판을 손에 들거나 다리 사이에 끼고 다리 또는 팔 만으로 수영을 하며 기초체력 및 셀프 자세교정에 치중하는 중입니다. 이리하니 느림보그룹에 속해서도 양껏 운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30분가량 수영을 하다보면 사람이 점점 줄어 레인이 한적해집니다. 그 때부터 킥판을 빼고 팔, 다리의 콤비네이션과 웨이브에 치중하여 20여분간 수영을 즐깁니다.
예전에 수영을 배울 때도 처음 1년간만 강습반에서 수영을 배웠고, 그 후로는 짬이 날 때 마다 자유수영을 하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자유수영시에는 동작이 커서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접영을 가급적 삼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영법에 비해 접영이 서툽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수영을 시작하며 강습반에서 접영을 다시 익힐려고 했는데 도저히 강습시간을 맟출 수가 없어 접영은 포기상태입니다. 그 대신 평영의 자세를 교정하는 중입니다. 예전에 배울 때는 동작이 큰 웨지킥을 익혔었는데 이번에 비록 서너 번이었지만 강습을 받으며 동작이 간결한 윕킥과 웨이브에 집중을 했습니다.
갑판장의 밋밋한 수영복
수영복의 세계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갑판장이 수영을 배울 때인 1990년대에는 삼각이 대유행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허벌레한 군청색의 밋밋한 사각수영복을 입지만 실력의 향상에 따라 차츰 수영복의 면적이 쪼그라들고 무늬가 화려해졌었습니다. 그래서 코치급들은 자신의 신체 사이즈보다 두어 치수 작아서 똥고가 보일락 말락한 초미니삼각에 화려한 표범무늬나 흰색의 민무늬 수영복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 땐 그랬었습니다.
수영을 다시 시작하려니 요즘엔 어떤 수영복이 대세인지 궁금했습니다. 낭성용의 경우 대퇴부를 가리는 5부길이의 수영복이 가장 흔하더군요. 예전에는 선수들만 입던 거였는데 말입니다. 코치들은 빠듯해 보이는 초사각을 주로 착용합니다. 그래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수영실력에 비례해서 수영복의 면적이 쪼그라듬과 색상과 무늬의 화려함입니다. 갑판장도 호피무늬 핫삼각 수영복을 입기 위해 열심히 수영장에 들락거려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배둘레햄이 좀 빠질라나. 아님 술이 더 늘라나?
<갑판장>
첫댓글 호피 입기에 성공하게 되시면
꼬리 달아드리겠습니다.
꼬리한 와인 먹고잡네
입으시라~~~
입으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