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까치집
임병식
여수 현대건설아파트 뒤편,
메타세쿼이아 나무 위에 까치집 몇 채가 걸려 있다.
겨울은 모든 것을 비워 가는 계절이지만
그 집들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람이 가지 사이를 지나가도
집은 흔들리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버틴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흔들림을 넘어섰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아래에서 한동안 서 있었다.
새의 흔적도, 날갯짓의 소리도 없었다.
다만 비어 있는 둥지들이
서로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겨울 햇빛이 가지 사이로 스며들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빛은 머무르지 않았지만
집들은 그 빛의 기억을 붙잡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시간이 머물 수 있는 또 하나의 형태라는 것을.
까치들은 떠났지만
그들의 삶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나무 위에서
조용히 형태를 바꾼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겨울의 정적 속에서
나는 오래된 한 문장을 떠올렸다.
“남아 있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첫댓글 까치는 그 어딘가에 새로운 둥지를 짓고 알을 퓸을 테지요 인생은 추억의 그림자를 안고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나그네의 여정이 아닐는지요
빈둥지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간 증거이겠지요.
“남아 있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젖어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세계가 펼쳐집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을 열어야 한다면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힐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새벽잠을 잃은지 오래되었는데, 문학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이 생겼으니
힘이 납니다. 닉네입에서 범상치 않는 기운을 느낍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고무신을 신고 다녀서 그때부터 별명이 고무신이었는데 대학가서는 신문사 기자랑 편집장을 해서 맨날 뛰어다녀서 구수한 사투리 느낌으로 뛰어댕기는.... 고무신이 되었답니다. ㅎㅎㅎ.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