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5일 경기도지사배 그레이트맨 하프대회 2km 수영 후기
물을 좋아하지만, 항상 두렵다.
이런 모순이라니.
나는 맑은 물을 보면 강이든 바다든, 여름이든 겨울이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발이 닿지 않는 물에서는 몸이 경직되고, 호흡이 절로 가파진다.
스쿠버다이빙을 100회 넘게 했어도, 올해만 3km이상 바다수영을 20회가 넘게 했는데도, 마찬가지다. 물에 들어가기 전 항상 긴장된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기 시작하면은 심박수가 빨라진다.
자유형은 할 수 있지만 바다에서 입영을 하거나 고개를 든채 평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물 위에 떠있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력을 보조받는 슈트를 입기 때문에, 그리고 그 부력을 몸으로 확인을 한 후부터는 그나마 위험하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작년에는 물이 많아서 수영이 취소되었고,
올해는 수온이 높아서 노슈트 수영이 결정되었다.
노슈트도 연습했지만, 나는 여전히 물에서 뜨질 못한다.
대회 전날, 수영 사전 연습부터 노슈트라 경기복 바지에, 저지는 아무래도 저항이 있을 것 같아 브라탑만 입고 수영에 나선다. 물에 들어가자마자 시멘트 바닥이 절벽처럼 뚝 끊긴다. 갑자기 당황스럽다. 멈춰서 발과 팔을 열심히 저어보지만 턱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다. 너울이 약간 지자 몇 번 물도 먹게 된다.
바다에서 숏핀을 착용했지만 발차기는 거의 없이 노슈트로 수영 연습을 했던 적도 있어 걱정이 없었는데, 수직으로 몸을 띄우는데는 숏핀이 생각보다 역할이 컸구나란 생각이 든다. 여전히 맨몸으로는 물 위로 몸을 띄우지 못한다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난다. 130이던 심박이 167까지 치솟는다.
그래도 수영을 하면 나아지겠지, 앞으로 수영을 해 본다. 바다에서 연습했을 때보다 민물이라 확실히 몸이 덜 뜨는 기분이다. 전방 주시를 하느라 고개를 자주 높이 들려다 보니 하체가 더 가라앉는다. 이러면 저항이 커서 나아가기 쉽지 않을텐데.
수영장이든, 바다든 수영연습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물에서 몸을 띄우지 못한다란 생각에 무거운 마음으로 수영 연습을 마친다. 내일 노슈트가 아니길 바란다.
대회에선 아무도 나를 구할 수 없다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
멈출 수 없으면 앞으로 갈 수 밖에...
다음날 아침, 자봉 선배님들이 일찍부터 준비해준 밥과 설렁탕, 햄구이, 계란후라이로 아침식사를 잘 마치고 바꿈터로 이동한다. 자욱한 안개에 오늘 하루 얼마나 더울까 걱정이다.
바꿈터 입장하며 노슈트 수영이라고 듣는다. 하…
어제와 동일한 복장으로 버스에 올라타 수영 스타트 지점으로 이동한다. 앞에 강물을 보니 마음이 약간 심란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첫대회 출전인 아미씨보다 더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대회측의 생수가 찬물이라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서 속을 비우니 조금 마음도 편안해 졌다. 선수 수송 버스 한 대 고장으로 대회 시작이 15분가량 지연됐다. 롤링스타트로 여성은 맨 끝, 릴레이 앞에서, 7시 26분 입수를 한다.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다리 기둥을 왼편으로 돌아 본격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대회전 긴장되어 몇 번이나 잘 닦아 놓은 수경을 입수 전 미리 꼈더니 안쪽이 뿌옇게 된다. 이대로 계속 갈까. 그래도 수경을 헹구는 것이 마음을 편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엎드린채로 수경을 약간 들어 물을 채우고 몸을 돌려 배영 상태로 다시 수경을 고쳐쓴다. 하지만 배영도 완전히 잘 뜨지 못해 수경을 급하게 썼더니 물이 계속 들어오는지, 차 있는지 계속 신경이 거슬린다. 다시 수경을 고쳐 쓰느라 수영을 멈추고 발로만 몸을 띄우려니 되지 않고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아 물을 몇 번이나 먹는다. 약간 허우적 거리면서 양쪽을 보는데, 구조대원이 있지만 나를 구해 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좌측 모터바이크는 주위에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데다 이미 모터바이크에 사람이 매달려 있어 빨리 가까이 다가오기 어려울 거 같고, 우측은 레인 밖에 있는 sup가 레인을 넘어 와 줄 수 있을까 싶다. 할 수 없이 레인 쪽으로 수영해 간다. 줄을 잡았다가 물을 먹었던 적이 있어 줄이 아닌 노란 부표를 잡고 수경을 고쳐 쓴다. 부표를 놓기 싫지만 잡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시 수영을 해 나간다. 의외로 주변에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전엔 별로 없었는데^^. 물론 50대 빨간 수모, 6070대 노란 수모, 여성 보라 수모, 릴레이 하늘 수모들이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지만 레인에서 좀 벗어나서 수영을 하다보니 다른 선수들에게 걸리거나 맞거나 하는 것이 없어 안심이다. 이전에 평형 발차기로 수경쪽을 얻어맞은 적도 있고, 뒤에서 남자 선수가 올라탔던 일도 있었는데 정말 공포스러웠다.
500m 지나면서는 호흡이 점차 안정된다. 우측으로 레인과 수모들이 보여서 전방 주시 횟수를 줄인다. 상체를 들려하지 않으니, 하체가 좀 더 뜨게 되어 평소 자세대로 수영이 되는 것 같다. 보라 수모와 빨간 수모를 간혹 제치기도 한다. 좀 더 스트로크를 빠르게 하고, 강하게 물을 눌러 잡아 당긴다. 레인에서 좀 떨어져 강 중앙이긴 한데 유속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1km를 지나고, 당남리섬을 우측에 두고 섬을 따라간다. 레인은 섬 수풀 쪽 너무 가까운 것 같아 붙지 않고 여전히 중앙으로 수영을 한다. 1.5km 지점을 지났는데, 섬이 길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힘이 빠지는데, 피니쉬 지점이 보이지 않아 물속에서 팔을 당기며 시계를 한 번 확인한다. 300m 가량 남았다. 50m풀 3번 왕복하면 끝나는 거리다. 다시 힘을 내 빨리 팔을 젓는다. 나아가긴 하는데, 거리가 안 줄어드는 기분.
저 멀리 피니쉬 지점이 보인다. 아 드디어 끝나는구나! 시멘트 턱까지 수영을 하는데, 그 턱까지도 왤케 먼지, 다온 거 같은데도…
이번 대회에서도 살아서 나왔구나! 기쁘다. 턱 위에 올라 시계를 보니 48분. 이게 늦은건지 빠른건지 모르겠다. 옆에 물을 집어 바꿈터로 이동하는데 은파 선배님이 “ 잘했다” 하며 부르셔서 가다 멈춰 사진을 찍는다. 잘 한 건가?
2.1km 48분.
이번 대회에서도 살아서 나왔다!
바꿈터에 자전거도 많고,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내 자리 좌우로도 자전거가 빼곡하다. 내가 늦은건 아니구나. 저 앞에 칠성선배님이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는 것이 보인다. 몸을 닦고, 찬찬히 발바닥 흙을 털고 양말과 신발을 신는다. 파워젤을 하나 먹고,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가지고 나간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해 뜨겁지 않고 맞바람도 없다. 이정도면 날씨가 환상적인데! 자전거 속도는 32~34. 이대로면 3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고, 런만 걷지 않으면 되겠다,
턴 지점에서 시양 선배님과 진영 선배님이 응원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신다. 포즈도 취하고 기분좋게 몇몇 사람을 제치며 달리는데, 캠핑장으로 들어서는 부분에서 대회가 취소되었다고 서행을 하라고 한다. 수영에서 한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아 이렇게 대회가 취소도 되는구나… 일철 캠프로 들어가 자봉이 준비해준 수박화채를 안주삼아 맥주로 쓰린 속을 달랜다. 나름 훈련을 했는데, 연이어 결과를 보지 못하니 마음이 답답하지만, 그래도 사고없이 무사한 것 또한 복이라 생각한다.
PS. 1박2일 자봉으로 김은파, 전호수, 장진영, 성시양 선배님 고생많으셨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대회를 앞두고 새라를 이끌어주셨던 문상익 선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새라는 계속 되는거죠? ㅎ
첫댓글 에궁 !
군산에 이어 두번이나 실망 !
살아 나온것에 감사를 ......
수고하셨소.
새라 나가는데 이제부터
뒤에서 훌치기 ?
고생했구먼~
결승선이 또다시 미뤄졌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나난의 묵직한 도전을 응원합니다. 아쉽지만 얼굴 볼수 있어 다행^~^ 다음 도전에 함께 했으면 좋겠네
어제 참가한 일철 회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녁에 용진씨 하고 통화하면서.."난이는 어떠나?"했던 기억이..
난이씨가 있어서 참 든든한 시합이었는데 완주못한 아쉬움도 반으로 나눕시다~~ 고맙고 수고했어요
선배님 고생많으셨습니다^^*
진솔하고 단백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여러 부분에서 공감도 가고, 대회에대한 아쉬운 생각도 들고,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어 찹잡한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운동을 하다 먼저 떠난분께 명복을 빕니다.
예상 보다 일찍 나오는 난이 보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역시 훈련이 보답하는구나!! 했는데...ㅠㅠ
그간 흘린 땀은 삼척 대회에서 보상 받을겁니다.^^
열훈했는데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즐기는 마음으로~~
훈부장님 군산이후로 오픈워터 클럽까지 알아보며 강으로 바다로 열훈 하셨는데 너무나 안타깝네요.
물에 대한 공포가 이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목숨을담보해야 될 만큼의 두려움에맞서 물살을 헤치고 살아 나왔는데 경기가 취소 되다니 얼마나 허탈했을지...잘 극복하시고 다음도전 응원합니다.
물에대한 공포…너무 와닿네요~
울 훈부장님 수고 많았어요👏🏼
저도 계속 얼굴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다음대회에 무사완주 기원하고요~🍀
훈부님, 올해 이렇게 액땜하면 내년에는 만사형통, 나가는 대회마다 호기록 뫈주할 겁니다. 나처럼 물만보면 뛰어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걸 첨 알았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물고기도 아니고 양서류도 아니고 뭍으로 올라와 진화된 수영 못하는 영장류인걸 어떡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이씨는 연습과 노력으로 물에대한 공포심을 이미 극복한거 같네요^^
후기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