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영웅호걸 英. 雄. 豪. 傑.
초한지 楚漢志나 중국의 4대기서 四大奇書 중, 삼국지연의 三國志演義에서는 영웅 英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수호지 水滸志나 서유기 西遊記, 금병매 金甁梅 등에서는 영웅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고,
호걸 豪傑이라는 낱말을 많이 사용한다.
영 英이란 속뜻은 만 명 萬名 중에 특출하게 뛰어난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며,
웅 雄은 천 명 千名 중에 특별하게 우월한 사람이란 뜻이다.
호 豪는 백 명 百名 중에 가장 뛰어난 한 사람이란 의미이며.
걸 傑은 열 명 什名 중에서 선별 選別된 사람이란 속뜻을 지니고 있다.
영웅은 천명이나 만 명 중에서 특출하게 뛰어난, 입지전적 立志傳的인 인물이며,
호걸은 열 명이나 백 명 중에서 선발 選拔된 최고의 인물이라는 의미이니,
적절한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수호지의 주인공들은 산동성의 큰 호수인 양산박 梁山泊을 거점 삼아, 활동한 108명의 호걸이 거느린
수 백 명의 도둑 무리에 지나지 않았으니, 영웅이란 호칭을 사용하기에는 함량 미달 含量 未達이다.
그들이 거느린 무리의 규모도 적거니와 그것보다 양산박의 호걸들이 영웅으로 추대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대의명분 大義名分이 없다는 것이다.
소설 첫머리에는 대부분 힘과 무예가 걸출 傑出한 호걸들이 탐관오리 貪官汚吏나 나쁜 호족 豪族에게 억울한
누명 陋名을 덮어쓰고, 귀양(歸鄕:귀향)을 가거나 도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다.
자신의 안위 安慰를 위하여,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관군을 피해 이곳저곳으로 숨어다니다 보니,
범죄인 犯罪人들의 도피처 逃避處로 안성맞춤인 양산박에 모여들게 된 것이다.
당시, 시대 상황이 세계 정복을 꿈꾸는 몽골의 원 元나라를 상대로 40여 년을 힘겹게 버틴 송 宋나라다.
그런데, 수호지의 등장 인물들은 구국 救國의 의지 意志가 미약 微弱하다.
백성들을 보호하고 적을 무찔러 나라를 지키겠다는 명분 名分보다는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 解消하고,
개인적으로 홀대받고 쌓인 그 원한 怨恨 분풀이하기에 급급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호걸 중 일부는 사람의 생 피를 빨아먹는 자도 있으며, 아무런 죄 없는 선량 善良한
행인 行人을 죽여, 그 인육 人肉을 만두소에 넣어 파는 등 출신성분과 지나온 과거가 비천 卑賤 난잡 亂雜스럽고,
그 범죄행위들이 잔인 악랄 殘忍 惡辣하기 그지없다.
또, 무리가 형성되어 힘이 생기자, 주변의 부덕 不德한 호족 豪族의 저택 邸宅을 털고,
탐관오리가 있는 관청을 습격하고 강도질을 일삼는 등
녹림 綠林 출신들의 전매특허 專賣特許인, 자국 自國 백성들을 대상 對象으로 하여
약탈행위에 불과한 치졸한 행동을 보일 뿐이다.
그 사유 事由는 어찌되었던 간에 대국적 大局的으로 크게 보면 당시, 적국 敵國인 원 元나라가 바라는
자중지란 自中之亂의 이적행위 利敵行爲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영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웅이란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이나 국가관 國家觀,
그리고 자행 恣行하는 그 반국가적 反國家的인 행위들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대국관 大局觀이 없다는 것이다.
품격 미달 品格 未達이다.
광세영웅 曠世英雄들의 조우 遭遇.
막북무쌍과 묵황야차의 날카롭고 엄청난 기세가 맞부딪친다.
세기 世紀의 대결이 벌어진다.
양날 창을 꼬나쥐고 백마를 몰고 나오는 한준, 이에 맞서 묵직한 묵황도를 치켜든 이중부.
두 영웅은 서로가 노려보며 말을 몰아 돌진한다.
창과 칼이 서로 부딪치며 불꽃이 튄다.
용이 온몸을 꿈틀대며 입으로 새파란 불꽃을 토해내고,
범이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다.
용호상박 龍虎相搏이다.
서로가 감추어 두었던 발톱을 모로 세워 상대방을 후려친다.
치우창법과 조선세법의 위력이 드넓은 초원을 가득 채운다.
벌써 살얼음이 어는 영하의 메마른 초원이 두 영웅의 결투로 후끈 달아오른다.
이각 二刻을 다투어도 승부가 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과연, 호적수 好敵手 들이다.
순간, 막북무쌍 한준이 휘두르며 치켜든 창날이 하늘에서 아래로 쳐내려온다.
치우 13식 창술 중 제9식인 ‘천창파죽 天槍破竹’의 위맹한 초식을 전개 展開하여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다.
하늘이 온통 양날 창의 그림자로 뒤덮인 것 같다.
하늘로 높이 솟은 반달 모양의 창날이 대나무를 내려 쪼개듯이 펼쳐지는 화려하고,
위력적인 천창파죽 초식에 제대로 걸리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자 묵황야차 이중부의 커다란 묵황도가 아래에서 위로 양날 창을 마중 나간다.
그런데, 이중부는 도의 날로 창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도의 두꺼운 등 쪽으로 창을 막아내고 있다.
막북무쌍 한준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린다.
묵황야차 이중부의 예기치 못한 이상한 방어법 防禦法을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도 刀의 등으로 방어하면 수비자는 다음의 공격수단이 마땅찮은 것이다.
칼날로 상대의 무기를 막아내면서, 공격해 오는 적의 허점을 순간적으로 포착 捕捉하여,
방어하던 날카로운 칼날을 비틀어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 轉換하여야 하는데,
뭉돌스러운 칼등으로 막으려고 하다니,
일반적인 도검술 刀劍術에서는 보기 힘든 방어 수법인 것이다.
그런데, 창 자루와 도의 등이 맞부딪치는 순간, 이중부가 묵황도를 자신의 앞쪽으로 슬쩍 당긴다.
그러자 한준의 양날 창의 자루가 묵황도 등에 파 놓은 ‘』형’ 形 모양으로 된 3개의 ‘홈’ 가운데,
중간 홈으로 들어가 나오지를 않는다.
이에 당황한 한준이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말 안장을 힘껏 껴안으며,
“이~얍” 하며 기합을 넣으며 창을 힘껏 잡아당기니 오히려, 창 자루는 칼등의 홈에 깊이 꽉 껴 버렸다.
이중부의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한준은 창을 자기 쪽으로 힘껏 땅기니 오히려 더 깊숙이 칼등에 끼워진 상태가 되어 요지부동 搖之不動이다.
창과 칼이 한 몸이 되어 버린 것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막북무쌍은 크고 작은 전투를 수십 회 겪어봤지만,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다.
손에서 무기를 놓아버리면 맨손 격투기로 싸워야 한다.
완력 腕力으로는 이중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번엔 반대로 밀어본다.
드디어 중부가 노리던 기회가 왔다.
미끼를 문 물고기의 아가미에 낚시 바늘의 미늘이 깊이 박히도록 잽싸게 챔질 하듯이
묵황도를 자기 쪽으로 힘껏 당겨 버린다.
마치 낚시로 대어 大魚를 재빨리 낚아채듯이 순간적으로 당겨 버린 것이다.
그러자 양날 창을 두 손으로 거머쥐고 힘껏 밀고 있던, 말 안장 위의 한준은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 거리며 중부 쪽으로 쉽게 끌러왔다.
순간,
이런 상황을 미리 계획 예측하며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었던,
중부의 커다란 주먹이 한준의 왼쪽 안면 顔面 태양혈 太陽穴을 강타 强打한다.
얼떨결에 태양혈을 얻어맞은 막북무쌍 한준의 눈에 불이 번쩍하고 튄다.
한준은 예기치 못한 불의 不意의 큰 타격을 받고 마상에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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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웅호걸의 뜻을 정확하게 알게 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