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누릴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건 아니다. 비장애인이 동네 마실 가듯 오르는 뒷산이 장애인에게는 에베레스트산만큼 까마득해 보일 수 있다. 인천에는 장애인을 소외시키지 않고 품어주는 너른 자연이 있다.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은 장애인도 해발 201m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등산로이고, 늘솔길공원의 편백숲 무장애 나눔길은 피톤치드 샤워를 하기에 제격인 산책로다. 장애인도 등산이 취미일 수 있어야 하고, 숲 산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 당연한 진리를 인천에서 깨닫는다.
휠체어 타고 오를 수 있는 산, 만수산 무장애나눔길
[무장애 관광 point!] 남동구의 무장애나눔길남동구는 만수산 외에 장아산, 늘솔길공원, 인천대공원 등에도 무장애나눔길을 조성했다. 이들 구간을 모두 합한 총 길이는 7.04㎞에 달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일상인 곳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입장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이 있다. 특히 산이 그렇다. 경사가 심하고, 울퉁불퉁한 돌길이 대부분이고, 계단도 많아 휠체어 이용자는 엄두도 못 낸다. 인천에는 장애인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 등산로가 있다.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2.75km 길이의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이다.
해발 201m 산 정상까지 계단을 없애고 나무 데크를 깔아 장애인·노약자·임산부·영유아 같은 보행 약자도 쉽게 산길을 걸을 수 있다. 2022년 초에 개방된 길은 당시 전국 무장애나눔길 100곳 중 최장(長)·최고(高) 규모로 주목받기도 했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했던 산을 직접 오를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데, 등산로 곳곳에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장치가 돋보인다. 나무 데크 경사도를 8.3% 미만으로 낮추고 데크 폭을 2m로 설계해 휠체어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으며, 휠체어의 방향 전환이 수월하도록 길 곳곳을 둔각으로 시공했다. 이외에도 추락 방지턱, 점자블록, 핸드레일, 전동 휠체어 충전소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장애인부터 무릎이 쑤시는 할머니까지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데크길을 이용하기 전 화장실은 미리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만수산 무장애나눔길 초입은 평탄한 황토 콘크리트 길이다. 520m 정도 이어지는 이 구간을 지나면, 매끈한 나무 데크길을 쭉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휠체어를 막아서는 계단이 없으니, 산을 오르는 약 35분 동안 자연을 느끼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등산로 곳곳의 만수 8경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만수 3경 ‘잣나무 숲’에는 잣나무 군락이 피톤치드를 내뿜고, 만수 5경 ‘만수동 전경’은 동네 일대가 레고 블록처럼 보이는 지점이다. 뭐니 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만수 8경인 ‘남동구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산의 정상인 무장애 전망대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남동구의 도심 풍경이 시원스럽다. 날씨가 쾌청한 날엔 인천대교까지 보이는 명당이다.
주소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동 산1-4
이용문의032-453-2870(남동구청 공원녹지과)
이용시간00:00~24:00, 조명점등 일몰~23:00
누구에게나 허락된 편백숲 무장애 나눔길, 늘솔길공원
[무장애 관광 point!] 편리한 교통 접근성
무장애 여행지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는 여행지까지의 접근이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솔길공원은 어떨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수인분당선 인천논현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가량을 걸어야 한다. 차를 타고 온다면 장애인 주차구역을 갖춘 공원 주차장으로 향하면 되고, 출입구까지 단차가 없어 휠체어도 이동할 수 있다.
늘솔길공원은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인근에 있는 자연 친화적인 공원이다. 56만㎡(약 17만 평) 규모의 공원에 양떼목장과 호수, 메타세쿼이아 숲, 장미원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모여 있다.
꽤 넓은 공원에서 장애인에게 추천하는 곳은 단연 양떼목장 옆의 편백숲 무장애 나눔길이다. 계단 없이 국산 목재만으로 지은 데크길이자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등 보행 약자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1.7km 구간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유아차를 끄는 가족, 아장아장 걷는 아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길을 오가는 이유다.
데크는 전동 휠체어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널찍하고, 경사도 전체적으로 완만하다. 길 양옆에 설치된 핸드레일이 보행을 돕는가 하면, 핸드레일 곳곳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가 부착되어 있다. 편백숲 무장애 나눔길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 공원임에도 강원도의 깊은 산속에 온 듯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길 따라 쉬엄쉬엄 경치를 즐기고,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만 가는 나무와 눈 맞추고,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시다 보면 마음까지 맑아진다. 10여 분쯤 걸으면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전망대에 닿는다.
아이와 함께라면 데크길을 좀 더 들어가면 나오는 숲속놀이터를 놓칠 수 없다. 둥지 전망대, 집와이어, 그네 등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놀거리가 많아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무 사이로 울려 퍼진다. 양떼목장에서 주변에 있는 아까시나무 잎과 칡넝쿨을 뜯어 면양에게 먹이를 줘도 좋겠다.
[TIP] 반려견 동반 늘솔길공원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양떼목장과 편백숲 무장애 나눔길 입구 사이에 반려견을 잠시 묶어놓을 수 있는 대기 공간이 있고, 반려동물 위생배변봉투함도 비치되어 있다.
주소인천광역시 남동구 앵고개로 783
이용문의032-453-2857
이용시간매일 00:00~24:00, 양떼목장 10:00~16:30 (우천 시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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