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545)... 닭의 해 ‘설날’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붉은 닭의 해, 丁酉年
1월 28일은 ‘붉은 닭’의 기운을 상징하는 정유년(丁酉年)의 ‘설날’이다. 역법에서 <丁>은 불의 기운을, <酉>는 닭이므로 <붉은 닭>의 운을 지닌 금년은 밝고 붉은 기운이 일어난다는 뜻이 된다. 또한 닭의 해이므로 명복자래(鳴福自來) 길게 울어 복이 저절로 오게 하는 상서로운 해이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중 닭(酉)은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긴다.
우리 선조들은 닭을 오래 전부터 길러왔기에 우리에게는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이다. 또한 우리 국토의 지명에도 닭과 관련된 유래와 전설이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약 140만개 지명 중에 닭과 관련된 것은 총 293개로 집계됐다. 이는 12지(支) 관련 지명 중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경상북도 봉화(奉化)군 봉화읍 유곡리(酉谷里)는 ‘닭실마을’이라고도 부르며, 지형이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인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다. 풍수(風水)에서 우리 선조들은 닭의 습성과 의미를 반영해 ‘금계포란형’을 명당(明堂) 중의 명당으로 꼽는다.
‘닭실마을’은 조선중기 문신 충재 권벌(1478-1548)의 고택(古宅)을 중심으로 이뤄진 안동 권씨의 집성촌이다. 또한 안동 권씨 가문의 며느리들이 440여년간 대물림해온 솜씨로 제사상에 올리던 한과(韓菓)를 수십년전부터 명절 선물용으로 상품화한 <닭실한과>는 맛이 일품이다.
닭은 새벽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동물이다.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은 빛의 전령,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닭은 12지(支) 동물 쥐-소-범-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중 열 번째 동물이며, 예로부터 다섯 가지 덕(德)으로 상징되어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고 한다. 계유오덕이란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의 덕을 말한다.
<文>의 덕은 닭이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어 글을 세워 벼슬을 하는 것을 상징하며, <武>의 덕은 닭은 발 뒤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을 무기로 사용하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굳세게 자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勇>의 덕은 적과 잘 싸우는 날렵함과 민첩함이 있다., <仁>의 덕은 먹이를 보면 “꼬꼭꼭”하면서 가르쳐 주고 함께 나누어 먹는다. <信>의 덕은 닭의 울음소리가 시보(時報) 역할을 하여 시간을 알 수 있어 믿음을 준다.
‘붉은 닭(red rooster)의 해’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올해 신수(身數)를 보기 위해 설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세시풍속 중 하나인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사주(四柱)는 태어난 년/월/일/시 4개를 보나, 토정비결은 년/월/일 3개로만 보며 상괘 8개, 중괘 6개, 하괘 3개로 총 144개의 괘(卦)로 만들어져 있다. 올해 운수대통(運數大通)하시기 바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 37곳과 대형 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설 명절 차례상(茶禮床)을 차리는 데 필요한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면 대형 마트보다 7만원을 아낄 수 있다. 즉, 4인 기준으로 설 차례상 용품을 전통시장에서 사면 평균 22만3383원이 들지만, 대형 마트는 이보다 7만원 정도 비싼 평균 29만3001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격과 비교하면 전통시장은 6.5%, 대형 마트는 9% 올랐다.
지난해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알을 낳는 이른바 산란계(産卵鷄)가 2300만 마리 넘게 살(殺)처분되어 올해 계란 생산량은 작년(64만톤)보다 12.7% 감소한 56만톤에 머물 전망이며, 달걀 생산량 회복에 시일 걸릴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계란 산지 가격(특란 10개 기준)이 평균 1772원으로 예상되어 지난해 연평균 가격(1101원)보다 무려 62.3% 급등하여 ‘금계란’이 됐다.
오늘날 ‘값싼 단백질 공급원’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계란이 반세기 전까지 명절의 인기선물이었다. 1950년대의 설 선물 목록에서 계란은 토종닭, 돼지고기, 찹쌀과 함께 4대 인기 품목으로 꼽혔다. 필자의 中ㆍ高 학창시절 기억에도 先親께서 1950년대 재무부(財務部) 산하 전매청(專賣廳)에서 근무(大邱專賣署 署長)하시던 시절 명절 때 계란, 닭 등을 선물로 받았다.
AI 사태로 빚어진 ‘달걀 대란’속에 최근 한 수퍼마켓이 30개들이 한 판을 1만원에 판매하는 설 선물 세트로 내놓았다고 한다. 양계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1970년대 초까지 대부분의 서민 가정에서는 생일이나 잔칫날이 되어야 계란을 양껏 먹을 수 있었다. 1962년 이화여대 기숙사탐방 신문기사에서 “기숙사 식당에서 달걀 프라이가 매일 하나씩 나온다”는 사실을 중요한 자랑거리로 소개한바 있다.
달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일화(逸話)도 전해지고 있다. 1967년 가을 박정희(朴正熙, 1917-1979)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서 코 수술을 받은 후 10월 18일 퇴원할 때 40대 여성이 병원장실로 계란 두 꾸러미(20개)를 들고 찾아와 대통령께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즉 수술 받은 대통령께 몸조리 잘하시라고 전한 선물이었다.
정부는 AI 사태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계란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설 연휴 전까지 미국산 흰색(白色)계란 등 계란 2200여만개를 시장에 풀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선(新鮮) 달걀 수입과 시장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1월26일까지 통관된 달걀에 대해 항공운송비 지원 상한가를 1톤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달걀 신선도(新鮮度)를 확인하려면 물을 채운 그릇이나 컵에 달걀을 넣었을 때 옆으로 가라앉으면 가장 신성한 상태이다. 오래된 달걀일수록 수면 가까이 뜬다.
한국은행의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의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10-12월) AI로 인한 가금류(家禽類) 산업의 직접적인 생산 손실 규모가 164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을 0.03%포인트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걀의 생산 차질액이 75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금육 가공 등은 544억원, 도축 생산은 375억원의 피해가 각각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생산 손실에 따른 부가가치 감소 규모도 1056억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AI 발생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2ㆍ4분기 이후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달걀을 낳는 산란계의 살처분 규모(사육두수 33%)와 성장기간(6개월)을 감안하면 달걀 및 제빵ㆍ제과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소지가 있다. 산란계 부족으로 달걀 값이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며, 닭고기 값도 병아리 입식 제한 조치로 공급이 줄면서 점차 오를 것이다.
지난해 11월17일부터 올해 1월11일까지 살처분된 전국의 가금류는 3161만 마리이며, 동원된 인력은 2만9000여명에 달한다. 두 달 가까이 강도 높은 방역 및 살처분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현장 방역 관계자들의 피로가 크게 누적되었다. 특히 닭과 오리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요원들은 심각한 불면증(不眠症)과 불안(不安)증세를 보이며 트라우마(trauma)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전국 14개 시ㆍ도에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올해 설을 맞아 작년 설 때보다 매출이 20% 이상 줄었으며,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상인들은 말하고 있다. 즉 정부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 품목과 금액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농축산물의 명절 대목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설 선물세트의 판매 실적(품목별)이 정육 12.3%, 수산물 11.1%, 과일 12.5% 감소했다. 과거 인기 설 선물세트였던 한우, 인삼, 굴비 등의 매출이 저조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1000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4년 만의 최저인 ‘89’고 집계됐다고 밝혔다. RBSI가 80점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RBSI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좋아지리라고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끗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이다.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가 빨리 안정되어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하기를 희망한다.
중국인은 설날에 궁씨파차이(恭喜發財: ‘부자되세요’)라는 덕담을 나눈다. 우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남을 위해 복을 많이 지어야 받을 복도 많아지므로 올해 설날에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545). 2017.1.25>
첫댓글 봉화닭실마을은 유명하지요. 청송, 이 글은 메뉴관리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청송건강칼럼은 건강에 관한 것이므로 글 내용과 부적합합니다. 우리글의 메뉴로 옮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