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2003년에 가입했으니, 꽤나 오래된 회원이로군요.
저 역시 이 카페 (제가 시험 준비했을 당시에는 웹진 언론고시란 게 있었는데, 그것과 더불어 양대 산맥이었죠. 아, 퀴진과 취승대필이 돌던 시절...지금 회원 여러분은 무슨 말인지 모르실 겁니다) 에서 스터디를 구했고, 회원분들이 올려주신 후기를 읽어봤고, 합격 후기도 올리지 못한 채 허겁지겁 회사에 들어가 기자가 된 사람입니다.
한겨레 경향 책임론, 읽어봤습니다. 법조 출입해 봤던 기자로서 공감이 가는 지적이었습니다.
조중동이 검찰에서 흘린 것 연신1면에 깔아댈 때, 한겨레와 경향도 열심히 따라가기 바빴죠.
네, 이 점에서는 모든 언론이 책임이 있습니다. 연일 검찰발로 기사가 터질 때 (주로 조중동이 그랬는데)
따라가기 바쁜 모든 법조 기자들.
한겨레와 경향도 결국 따라간 책임은 져야겠죠.
하지만, 조중동보다 그 죄가 더 클까요? 조중동과 검찰은 대단히 악의적으로 프레임 자체를 만들었으니까요. 검찰의 애드바룬 띄우기에 (이 업계 용어를 이해하신다면 저의 말이 이해가 가실 겁니다) 한겨레와 경향도 놀아난 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검찰에 확인해 보니 맞다고 하니, 아니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는데 (이 말은 보통 맞다는 말과 동의어로 쓰입니다만 -_-)
안 받을 도리가 있을까요? 따라가는 수밖에.
그게 검찰발 기사의 무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검찰이 흘리는 대로 기사 흐름이 정해지는 것.
자기가 취재가 안 되면, 남이 써지르는 것 따라가는 수밖에 없죠.
근데 모든 팩트는 검찰이 쥐고 있고. 일심회 사건 때 기자들이 왜 가장 고통스러워했는지 아십니까?
계속 조동에서 지르는데, 이거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는 건지 판단이 안 서서 그랬습니다.
노통 사건은 그 보다 수십배 고통스러웠다고 봅니다. (직접 안 해서 모르겠습니다만, 고민은 같다고 봅니다. 이거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는거야? 하는 것이죠) 게다가 노통은 재야생활을 하면서 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고, 후원자들과의 돈 문제가 클리어하지 않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이 정도 심증이 있으니, 다른데도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드디어 올 게 왔다" 하는 분위기로 따라가지 않았나 추정은 해 봅니다만.
저는 이것이 한겨레와 경향의 책임이 아니라, 법조 기자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입만 보고 기사 쓰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인데,
저 자신도 검찰 출입하면서 대단히 불만이 많았습니다만, 이른바 언제나 단독하는 놈은 검찰에 빨대 꽂아놓은 놈이더군요.
(법원에서 영장을 빼내든 검찰 수사관하고 친하든 검사들하고 친하든, 아니면 검사들이 그 언론사에 흘리든)
그래서 이른바 친검 기자들이 항상 명성을 날려 왔고.
그런 면에서, 한겨레와 경향만 대놓고 욕을 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욕은 조중동과 검찰이 먹어야죠. 그런 놀음판을 만들어놓은 장본인 말입니다.
한겨레와 경향은 놀아난 죄는 물어야겠죠. 그런데 조중동이나 검찰만큼 죄가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 정권 말기에 한겨레와 경향이 노 정권 비판한 것까지 싸잡아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군요.
그 때는 한겨레와 경향이 할 말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때 노통은 솔직히 KTV 많이 보라고 할 정도로 균형감각이 흔들린 상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욕을 먹는다면 서초동에 있는 모든 법조기자들이 함께 먹어야죠.
p.s. 노통에 대한 추모의 분위기가 열광주의 내지 팬덤 (fandom)현상까지 나타났다는 점에는 저도 동감합니다.
근데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너무 커서 그런 식으로라도 해소하지 않으면
폭발할 것 같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이 정권의 실정으로 국민들이 당하는 고통의 정도가 너무 커서,
노통에 대한 열광적인 추모라도 없다면, 이 정권 들어 더욱 암울해진 서민들의 삶은, 희망 자체라는 게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점점 이 사회가 폭주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나,
거기에 자제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을 표합니다.
눌려 있는만큼 자제가 안 되는 것이니까요.
첫댓글 이츠미님 글의 논점은 이 카페에서 최근 보이는 행태에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그게 논점일 수도 있겠지만 그 글이 나오기까지의 전반적인 맥락 하에서 답한 것입니다.
근데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요? 너도 옳고 나도 옳다? 전 뭐 게시판이라는 공론장에서, 더구나 언론인을 꿈꾼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페에서 이 정도 쌈박질 하는 건 지극히 건강한 현상이라고 보는데요. 밖에 나가 좌우끼리 편나눠 패싸움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