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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언어로 채워진 삶, 생태문학으로의 승화
- 세렌디피티'나 '싱크로니시티'의 미학 -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인간이 자신을 완전히 헌신했을 때 하늘도 움직인다. 예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그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을 돕기 위해 발생한다. 모든 일은 결심에서 시작되며, 이전에 그가 믿지 않았던 사건들이나 만남 그리고 모든 물질적 수단들이 그에게 이익이 되고 일이 잘되도록 도와준다.
- 탐험가 W.H. 머레이
Ⅰ.
프로이트는 잠재의식을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런데 그 잠재의식이 내면적으로 정신영역의 90%를 차지하는 반면에 현재의식은 10%에 불과하다. 그래서 잠재의식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무한의 힘을 내장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해 얼마만큼 개발하는가에 따라 위력의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잠재의식은 단순하여 상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어떤 것이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속성이 있다. 이런 속성에 기반해서 생겨난 플라시보효과, 피그말리온효과, 위약효과 등이 있다. 김예순의 수필 <저 불빛처럼>은 ‘일체유심조’라는 원료의 가르침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런 긍정효과를 과학적으로 발전시킨 맥스웰 몰츠 박사는 정신적인 자동유도장치라는 의미의 '사이코사이버네틱스'Psycho-Cybernetics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말하자면 인간의 뇌는 미사일의 자동유도장치와 같아 자신이 목표를 설정해 주면 스스로 그 목표를 향해 자동적으로 유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잠재의식 속에 어떤 목표를 정해 주는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긍정의 목표를 입력시켜 주면 잠재의식은 그에 맞춰 자동유도된다. 반대로 부정의 목표를 정해주면 그것 또한 그대로 유도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언제나 마음속으로나 실제적으로 긍정을 생각하고, 한결같이 성공적인 삶을 그리며 언어로 표현을 한다. 그러다보니 잠재의식은 자신이 믿고 말하는 대로 행동을 하도록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는 어떤 생각과 상상과 언어를 구사하는지에 있다.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점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말을 한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미흡한 것에 중점을 두고 부정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런 생각의 접근 차이는 나비효과가 되어 각기 다른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주게 되어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언어표현법은 적극적이며 주도적이고 현재적이다. 성공을 '희망하는 것'wanting과 '이루어지는 것'having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곧 미래형과 현재형의 차이지만 생각과 말의 씨앗이 맺는 열매는 전혀 다르게 된다. 단지 희망하는 것으로 그치면 인간의 잠재의식은 그 자체가 어느 면에서든 아직 부족하거나 더 갖취야 하는 것으로 미래의 일어날 일로 인식을 한다. 하지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상상하면 잠재의식은 이미 모든 것을 다 갖춰 목표를 획득하고 있는 것의 현재진행형으로 인지를 해버린다.
다시 말해 희망하는 것 은 두뇌 신경체계가 앞으로 그 목표를 위해 강하게 작용을 하게 될 것이지만, 현재 이루어지는 것으로 집중하면 두뇌 중추신경계는그 목표를 루려고 환경을 만드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해서 긍정의 에너지를 최대로 생성시키게 되면 자신을 둘러싼 기운도 뜻을 이루는 데로 모아지게 된다. 긍정학에서 말하는 우연같지만 필연의 좋은 기회를 의미하는 ‘세렌디피티’나 생각지도 않게 일이 좋게 맞아 떨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싱크로니시티’가 바로 그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조사결과를 통해 ‘운이 좋은 사람들 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특성이 있어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의 열린 문을 찾아 나선다. 바로 이런 긍정마인드가 좋은 운을 만들어낸다’ 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은 상상력을 통한 긍정적인 두뇌 학습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인간의 두뇌는 마음속에 상상하는 것과 현실세계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해 잠재의식은 농담과 진담조차도 구분 짓지 못한다. 그래서 성공은 긍정적인 정신습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성공을 이끌어내는 마음의 법칙인 긍정적 행동전략은 어떻게 자아 이미지를 갖는가가 관건이다. 미래 희망을 내다보고 갖는 수동적인 '긍정적 생각'positive thinking의 틀에서 나아가 지금 온전히 성공을 이루고 있다는 주도적인 '긍정적 앎'positive knowing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김예순의 <저 불빛처럼>은 ‘된다 된다 잘된다 더 잘된다’라는 긍정 메시지의 피그말리온효과를 노린 수필로, 메직언어로 긍정의 삶을 채워가자는 작가 자신의 철학이 노정된 캠페인수필이라고 하겠다.
Ⅱ.
물론 수필창작에서 문학적 성취를 부여하는 구조적 속성은 당연히 중요한 덕목이다. 다만, 이 구조적 속성은 디자인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의 작품, 하나의 예술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구조는 물론, 표현기교, 상상력, 철학성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협업해야 한다.
저 불빛처럼
해가 진다. 성큼 다가오는 가을 냄새 묻은 더 시원한 바람이 분다.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중앙동 마로니에 가로수길이다. 그냥 가기 아쉬워 마로니에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내 젊은 날의 한참 동안을 이 거리에서 보냈다. 동광동 B 서원에서 인문학 공부를 하는 등 행복한 기억이 참 많이도 쌓여 있다.
이곳 빌딩 숲 중앙동에는 점심때가 되면 거리는 온통 축제장이 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커피잔을 든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여름이면 매미 소리도 한몫한다. 저물녘이기도 하지만 때아닌 소슬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온다. 8월인데도 처서가 지나서일까 아니면 한반도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화하기 때문일까. 그저께 현재 9호 태풍 '사올라'와 10호 태풍 '담레이'가 각각 대만과 일본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영향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참으로 세월은 화살 같다 곧 9월이다. 올 계묘년 신년맞이 얼마나 좋아했던가.
빌딩 숲 마로니에 나무가 줄줄이 서 있다. 나무 아래 ‘GS 25시’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분위기 있는 카페거리, 부산의 오래된 빵집 B 제과점과 H 커피집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벤치 발아래에 잘 익은 밤톨 같은 열매가 곳곳 많이도 떨어져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내 키의 열 배도 넘는 거목인 마로니에 나무에 꽃이 피었다. 분홍빛 숭어리로 달린 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에서처럼 그림 속 화사한 꽃송이가 보고 싶다. 자세히 보고 싶어 사진을 찍어 확대해 근근이 보며 몇 미터의 높은 거리에 아쉬움만 더했다. 열매는 낙하해 마음껏 보게 해주니 고맙다. 서양에서는 실에 열매를 꿰어 아이들 장난감이 된다고 한다. 꽃 진 뒤 결실을 본 토실한 형 열매 동생 열매가 사이좋게 속삭이듯 머리를 맞대고 있다.
길 건너 대로에는 높은 은산베이빌딩이 중앙동을 대표하듯 우뚝 서 있다. 빌딩 꼭대기 옥외 간판 붉은 불빛의 긍정적 메시지를 본다.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 난 이 글귀가 참 좋다. 거리를 지나다 만나는 의미 있는 좋은 글귀를 내 것인 양 만들고 싶다.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나의 단면적인 감성 때문이다. 오래전, 이 글귀가 좋아 사진 찍어 내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해 두고 가끔 꺼내본다. 업무상 광고지만 업체 사장님이 참 멋진 분 같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내가 더욱 사랑하는 거리가 된 것은 이 문구의 영향도 크다. 나들이할 때마다 정이 들어 중앙동 마로니에 이 거리풍경과 내 감성으로 한 편의 시도 지었다.
마로니에 줄지어 선 중앙동 카페거리
오늘도 바람은 잠자는 나뭇잎을 깨우지 못하고
함께 가지에 걸터앉아 졸고만 있는데
중략
하지만 젊음 앞에서만 어쩔 수 없나 보다 짝을 지어 웃음 나누며 얘기를 나누며
뜨거운 차 한 잔으로 더위를 날리는 젊은이들
두려움이 없는 젊은이들 앞에선 어쩔 수 없나 보다
잠자던 바람도 눈을 떠 나뭇잎을 흔든다
중앙동 카페거리 마로니에 넓은 잎들이
한 장씩 하늘 향해 하얀 날개를 펴고 있다
–졸시 「중앙동 카페거리」 중 일부
극심한 기상이변이 전 지구를 덮치고 있어 가뜩이나 고난을 겪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에 집에서도 선풍기만으로는 불가항력이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못 견딘다. 혼자서 몇 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내 마음이 허락하지를 않는다. 미미한 노력이지만 가까운 카페에 들러 책과 함께 차 한 잔으로 더위를 보낸다. 지구의 경고를 무시하고 생활 속 편리를 위해 무모한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폭염과 산불 등 세계 기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 우리의 노력으로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탄소 중립 상태를 만들어 기온 상승을 막아 기후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이 멋진 중앙동 카페거리는 거목인 많은 마로니에 나무 덕분에 쾌적함을 느낀다. 해마다 마로니에 나무를 볼 때 작은 변화를 느낀다. 언젠가부터 푸르고 넓은 잎이 생기를 잃은 느낌이다. 낙엽 되어 떨어진 잎새도 예전 같지 않고 검은 점들과 어두운 빛을 띠어 나뭇잎 색이 곱지 않다. 교통량이 많은 대로에 인접해있으니 매연과 공해에 많은 고통을 받는다. 2030 세계박람회가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실무진과 온 국민이 노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중립을 늘 염두에 두고 유치를 염원하며 세계 속 아름다운 항구도시 부산을 지켜야 한다. 안간힘으로 이겨내야만 한다.
우뚝 솟은 높은 은산베이빌딩 꼭대기의 붉은 불빛 메시지처럼 우리 국민 전체가 탄소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인과 우리 국민이 함께 노력하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 은산베이빌딩 옥외 간판 붉은 불빛 글귀를 보며 파이팅을 외쳐 본다. 내 안 빛이 저 불빛처럼 반짝이기 시작한다.
Ⅲ.
이상으로 수필 분석을 통해 김예순의 수필세계를 긍정미학의 관점에서 소상하게 살펴보았다. 좋은 문학은 삶의 횃불이고, 등불이고, 수레여야 한다는 것이 평자의 주장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예순 수필은 과거 회고적 그리움의 흔적들을 생태문제와 연결시켜 풀어내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지식이나 관념의 노래라기보다는 일상의 소중한 체험에서 생태환경 보전의 가치를 건져낸 글이기에 그녀의 수필은 무엇보다도 지성적인 향기가 풍긴다는 게 좋다. 김예순의 수필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도 체험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지구를 생각하는 지성적인 마인드는 미적 진보의 전제다. 그녀의 수필은 그냥 스쳐 지나는 글귀도 예사롭게 여기지 않고, 긍정의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삶에서 활력을 느끼게 한다. 지구문제를 향한 생태적 합리성은 자기 존재의 성찰과 인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자기 완성에 이르는 지성인의 길에서 찬연한 꽃으로 피어난다. 모든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는 긍정 마인드와 생태적 상상력, 그리고 삶의 열정은 그녀의 수필을 포근한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따스하게 한다.
수필은 완성의 문학은 아니다. 어쩌면 완성을 향해 가기 위해 우리는 수필을 쓰는지도 모른다. 주제적 장르로써 수필은 무엇보다도 주제의 단일성과 내면화를 요구한다. 김예순은 수필의 제목을 제재로 정하고, 수필의 결미를 여운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본격수필이 요구하는 작품 외적 조건을 나름대로 충족시키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모자람이 없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일상에 머물러만 있지 않고 시선을 생태문제에 겨눔으로써 언제나 지구의 그늘을 포착한다. 긍정의 마인드로 가족과 이웃에 밝은 기운을 전하는 일이나 따스한 체온을 전해주는 작가이기에 우리는 그녀의 다음 작품에 더 기대를 걸 수가 있는 것이다. 김예순 수필가가 걷는 인생의 길은 깨달음의 길이니만큼 더욱 더 좋은 작품을 써내리라 확신해 본다. 본격수필의 잣대를 들이대어도 하나도 속아내어야 할 것이 눈에 보이지 않도록 수필은 주제 중심의 문학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계속 긍정미학을 노래한다면, 김예순 수필은 치유문학으로서 수필의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구호 한 번 외치며 마치고자 한다.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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