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은,
높지는 않지만,
암벽 구간도 있고,
나름 험한 산입니다.
그래서,
채비를 단단히 하고서,
산을 찾아 나서는데...
신발이 오래돼서,
산행 당일에는 조금 걱정이...
그래도,
투 다리를 믿고서,
인왕산으로 갑니다.
독립문을 출발해서,
인왕사 절에 도착했는데...
조금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일주문은,
글씨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쓰여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여기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인왕산 인왕사'라는 현판이...
가을이 저물어 가는데,
은행나무는 이제야 가을인 듯...
홀로 가을이라서,
유독 눈에 들어온 은행나무를 보면서,
늦가을을 즐겼고...
절을 지나고,
산성으로 오르는데...
도심 부근이라 그런지,
아직 단풍이 제법 남았고...
날은 조금 흐리지만,
가을 단풍과 남산의 모습은,
오히려 보기가 더 좋았고...
성곽 주변에 살고 있는 개나리는,
철이 없어서 그런지 벌써 꽃을 피우고...
이 녀석 뿐만 아니라,
제법 많은 개나리들이,
노랗게 피었네요.
그리고,
아직 피지 않는 꽃들에게는,
한겨울 잘 지내고 이른 봄에 피라고 했고...
괴상한 바위 앞에는,
불심이 깊은 신도들이,
간절하게 소원을 빌고 있네요.
나도,
소원을 빌고 싶었는데,
아무리 빌어도,
효과가 없어서 구경만...
참고로,
인왕산 선바위는,
기도빨이 좋다고 해서,
정말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입니다.
선바위를 지나고,
해골바위에 도착 했는데...
겁도 없는 사람들이,
바위 정상에 우뚝 섰고...
저런 곳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럽기만... ㅎㅎ
조그만 우물이 있는 곳에는,
이제야 단풍이 한창이고...
물이 풍족하고,
산의 기운이 좋아서 그런지,
단풍도 장수하는 듯... ㅎㅎ
등산로는,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하고...
참고로,
인왕산 산행 코스는,
등산로와 산책길의 중간쯤으로,
어렵지도 않지만,
결코 만만한 곳도 아닙니다.
서울 도심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계단은,
한양도성길의 일부 구간인데...
도성길은,
하루에 걷기에는 조금 힘들지만,
걷기에는 정말 좋은 코스이고...
도심이 근처인데,
이런 성곽이 함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복이고...
더구나,
성곽 주변은 보기도 좋은 뿐만 아니라,
천천히 걷다 보면 역사 공부도 저절로 되고...
암튼,
인왕산은 무지 좋은 곳이고...
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었고...
젊은이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장소임에도,
우리 친구들이 없다는(??)) 것에,
조금 아쉬운 생각이...
성벽에는,
나이가 아주 많아 보이는 나무가...
이름은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군인과 함께 했을 텐데...
이제는,
군인이 떠난 자리에서,
민간인들과 함께하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성곽은,
멀리 보이는 남산까지 이어지는데...
물론,
건물이 숲을 이루는 구간에는,
형체만 조금 남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높은 산을 가지 못한 다면,
이곳을 자주 찾을지도...
성곽길은,
오르막 구간을 지나고,
인왕산 능선을 따라서 이어지는데...
능선에는,
아직도 군사 시설들이 여기저기에...
불과 얼마 전까지,
나라님이 살던 곳이라서,
아직까지도 군대의 흔적이 남아있고...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인데...
사람이 많아서,
잠시 기다려야 했고...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는데,
참으로 희한한 소나무가...
분명히,
모형은 아니었고...
소나무 한구루가,
저 자리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니,
그것이 놀라울 뿐이고...
20이라는 숫자를 못 읽는 사람도 있었지만,
앞으로 100년은 더 살라고 했고...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많아서,
잠시 자리를 비켜줬지만,
사람은 끝없이 밀려오고...
암튼,
인왕산은 접근성이 좋아서,
젊은 친구들도 많고,
연세 많은 사람도 많고,
나처럼 한량도 있었고... ㅎㅎ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여기저기에 가득하고...
그나마,
산이 높지 않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서,
다시 도심으로 발길을...
가려고 하는 산은,
북악산입니다.
멀리,
구름에 가린 북한산을 가고 싶은데...
오늘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성곽을 따라서 북악산까지만...
인왕산 정상은,
한쪽은 완만하지만,
반대편은 절벽이 펼쳐지고...
누군가는,
권력을 지키려고 바위를 깨고 날라 성을 만들었고,
나는 그 성을 걸어가며 건강을 지키고...
경건해야 하는 장소에서,
조금은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터벅터벅 걸어 봅니다. ㅎㅎ
여기는,
북악산으로 가는 길목인데,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계획대로 북악산을 갈지,
아니면,
맞은편에 보이는 기차바위로 갈지...
차이는,
북악산은 힘든 계단을 올라야 하고,
맞은편 길은 그냥 내려가면 되는데...
결론은,
그냥 편안한 내리막으로... ㅎㅎ
이유는,
언제 비가 올지 모르고,
또한 소중한 친구가 가다리고 있어서...
암튼,
여러가지 핑계를 만들어서,
그냥 술집으로 갔네요. ㅎㅎ
참고로,
기차바위는 이런 모습이고,
기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냥 밧줄이 두줄이라서,
그런 별명이 있을 뿐이고...
그래도,
좌우가 급한 낭떠러지라서,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고...
가려고 했던 북악산은,
멀리서 안부만 전했고...
하늘에는 구름이 많지만,
시야도 좋고 바람도 선선해서,
산행하기에는 너무 좋은 조건이었는데...
홀로 걸을 수는 없음으로,
다 함께 인왕산으로 만족을...
여기도 산이라고,
막걸리도 한 병... ㅎㅎ
오래전,
녹동에서 가지고 왔는데,
내가 다 먹고 일행에게는 한 잔씩만... ㅎㅎ
어째튼,
막걸리 한 잔 하고서,
다시 술집으로 갑니다.
내려가는 길은,
바위도 없고,
그냥 뒷동산 느낌입니다.
편안하지만,
술에 취해서 걸음이 꼬이니,
모래에 미끄러진 뻔... ㅎㅎ
이제는,
폐허(??)가 돼버린,
그린벨트 지역을 지나서,
친구가 있는 곳으로...
아직도 사유 재산이라 그런지,
빈집들은 폐허로 남아 있어서,
보기에는 좋지 않았고...
어째튼,
다들 원만하게 정리되고,
좋은 모습으로 남기를...
산을 내려와서,
민가 구간을 지나는데,
붉게 물든 단풍이 길에 뒹굴고...
한 잎 주워서,
책갈피로 쓸까 했는데,
집에 도착해서는 찾지를 못했네요.
술이 웬수라서,
어딘가에 떨구었을 텐데...
길가에는,
모과 열매가,
모과나무의 잎보다 더 노랗게 익었고...
누군가는,
땅에 떨어진 모과를 주웠는데...
나는,
모과나무에게 부탁해서,
딱 한 알만 챙겨 왔고... ㅎㅎ
여기는,
도심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집들은 정말 오래된 모습으로...
예전에는,
떵떵거리며 살던 부잣집일 텐데...
지금은,
흉가에 가까운 모습으로,
애처롭게 버티고만 있네요. ㅠ.ㅠ
산을 내려와,
통인시장으로 가는 길은,
버스를 타도 되지만...
시간이 있다면,
잠시 걸어도 좋습니다.
걷다 보면,
이렇게 멋진 공원도 있고...
공원을 지나면,
조그만 문학관에는,
고궁의 정취가 느껴지기도...
건물은 근래에 지었지만,
가을과 함께하는 문학관은,
시가 저절로 쓰여질 분위기였네요.
암튼,
잠시 머물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꼈고...
문학관 한켠에는,
가을이 절정이네요.
가을이 아니라,
단풍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여기에 모아 놓았고...
한참을 멍 때리다,
술에 이끌려서,
발길을 돌렸고...
드디어,
친구 집에 도착을... ㅎㅎ
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친구가 술을 사줘서가 아닙니다.
항상 같이 하지 못하지만,
자주 보고 싶은 마음에...
식사를 마치고,
거나하게 취해서,
한옥마을에 왔습니다.
마을은 적지만,
비교적 온전한 집도 있었고....
일부는,
무너지려 하는지 그물망으로 감싸고 있기도...
친구가,
필요하면 한 채 사라고 하면서,
복권도 한 장 줬는데...
복권은,
나와 거리가 멀었고...
암튼,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할여해준 친구가 너무 고마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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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뱅이??
'비렁뱅이'의 비표준어...
비렁뱅이??
'거지'를 얕잡아 이르는 말...
거지??
남에게 구걸하여 얻어먹는 사람
나도,
친구에게 얻어먹었는데...
그럼,
나도 거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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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왕산을 가본지 오래되서.$.$
앙팡님!!
시험 잘 치뤘으면 이제는 산으로 갑시다.
이번 주말에 관악산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