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봄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강원도 스키장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좋은 기회에 3월 6~9일까지 4박 5일간 용평스키장과 하이원 스키장을 각각 2일씩 연이어 방문했다. 우선 하이원 스키장 방문기를 올린다.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하이원 스키장은 3월 14일 폐장한다. 작년에는 3월 말까지 열었는데, 스키장은 따뜻하면 인공눈을 만들어 뿌리는 데도 한계가 있어 닫을 수 밖에 없다^^ 코로나로 여행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끝물에 리조트와 스키 리프트 반값 할인으로 다녀왔다. 여행에서 날씨는 중요한 요소인데, 첫날은 온통 안개로 뒤덮여 불투명 하얀색이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하얀 공간 속으로 사라져간다.
안개가 많아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안개 속에서 스키 혹은 스노보드 타는 자들이 간간히 보인다. 마운틴 콘도하우스에서 '마운틴 허브'로 오르는 리프트 바로 옆에 곤돌라도 있다. 그래서 아래 사진을 보면 내가 타고 올라가는 리프트 옆에 곤돌라가 보일 것이다. 합성 사진이 아니다^^
스키장 중간 지점의 '마운틴 허브'이다. 스키 슬로프 이름은 '아테나'이다. 안개로 시야확보가 어려워 처음엔 스키로 내려가는데 다소 겁이 나기도 했는데, 몇 번 해보니 문제 없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산 중턱에 있는 휴식 공간으로, 음료와 식사를 파는 레스토랑이다. 투명 유리로 되어 있는 한쪽 면에는 하이원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 '빅토리아' 슬로프가 비추고 있다. 깃발들이 꽂혀 있는 창문 밖 슬로프는 선수들이 연습하는 곳이라 일반인 출입은 통제된다.
백운산 해발 1004m에 자리하는 건물이다. 그래서 이름이 '힐링천사' 이다.
산 아래에서 중턱까지 운영되는 리프트 이름이 '아테나'이고, 산 중간 지점에서 정상까지 운행하는 리프트 명은 '헤라'이다. 정상에는 초 중 상급 코스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전사 '아테나'보다 왕비격인 '헤라'가 높은 레벨이다^^
스키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지역 맛집을 찾았다. 강원도에 오면 맛봐야 하는 더덕구이 한상차림 밥상이다. 지역 특산물 곤드레 나물과 고춧잎 나물도 밑반찬으로 나왔다. 평균적으로 일인당 12,000~15,000정도면 아래 사진과 같은 식사를 할 수 있다.
더덕구이 클로즈업이다. 사실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장소와 상황에 따라 개인의 미각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맛도 있겠지만, 외재적 요인에 의해 '맛있다' 혹은 '없다'가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사북읍 소재 사북시장 내의 '사북청년몰' 건물 1층 '감탄카페'에 들렀다.
이곳은 수익의 일부를 지역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경찰관과 소방관 분들에게 하루에 한 번 아메리카노를 제공한다고 쓰여 있어 팔아줘야지 했던 곳이다.
커피값도 3,000~4,000원으로 저렴하고 커피맛도 생각보다 훨 좋다는~ 게다가 사이폰 커피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탄 모양의 쫀득쪽득한 브라우니를 맛보아야 한다. 개당 2,500원으로 부담없는 가격이다.
(c) 정선오일장
'감탄카페' 옆의 '난타케잌' 집이다. 사북시장 내에 위치한 '청년사북몰'에 입점해 있는 가게들이다.
하이원 마운틴 리조트의 숙소 거실 창문 앞이다. 오전 6시44분을 지나고 있다. 오랜만에 일출을 목격하고자 기다린다. 반대편 건물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한다.
오전 6시 48분 해가 떠오르고 있다. 내가 일출을 직접 목도하고 촬영한 것은 장장 17년만이다. 갑자기 그때 사진을 뒤적거려 찾아보기로 했다. 연상 작용이다.
기록을 보니 2003년 12월 31일 11시에 출발하여 2004년 1월 1일 새벽까지 해가 뜨기를 기다렸드랬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이다. 아래 사진부터 1)시나이산의 해뜨기 전, 2)일출, 3)이후 시나이산을 내려오는 장면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풀한포기 없는 황량한 바위산이다. 금번 여행 덕분에 죽어라 고생한 이집트 여행이 기억났다.
내 생애에 이곳을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에 도착해 도보로 이집트 국경을 통과하면서 시나이반도에 입성했었다. 여행기가 주제를 벗어나 산으로 갔다^^
하이원 2일째이다. 오늘 날씨 예보는 파랗다고 했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인 '하이원 탑'에 오르려 탑승한다. 강원랜드 하이원의 마스코트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하이하우'이다. 중동 지역의 개인 아프칸 하운드를 의인화한 캐릭터이다.
아래 사진의 왼쪽 뒤쪽 산등성이에 북북 그어댄 듯한 자국은 벌목한 나무들을 모아 놓은 흔적인데, 하얀 눈 색깔이 어우러졌다.
곤돌라에서 찍은 것인데, 바깥에 보이는 곳은 스키장이 아니라, 튜브를 타고 즐기는 눈썰매장이다. 내가 본 썰매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길다.
청명한 파란 하늘은 아니지만, 조짐이 보인다. 야간 스키장이 개방하면 아래 조명을 받는 산세를 즐길텐데, 방문 당시 주간만 운영하여 살짝 아쉬웠다.
하늘이 온통 하얀색이었던 어제와 비교하면 오늘은 멋진 배경을 뒤로 기분 좋은 스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원 탑 정상이다. 소망나무 추억 정원이라고 하는 '소추원'인데, 눈이 와서 입장은 금지되어 있다. 하이원은 겨울에는 스키장이지만, 3월말 골프장이 개장하고, 여름에도 트래킹과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곳이다.
아래 사진 눈꽃나무들 사이의 팻말에 왼쪽으로 가면 백운상 마천봉으로 가는 길이라고 씌어 있다. 1달 후면 등산로로 변모할 것이다.
어제 '헤라'와 다르게 날씨가 좋으니, 사람들도 많아졌다.
2일 스키장에서 지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다리 건물처럼 보이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하이원이 자리한 정선 사북은 과거 탄광촌이었다.
지금은 폐광되었지만, 과거 탄광 흔적을 '석탄역사체험관'이라는 생생한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
그런데 내가 방문한 3월 8일, 공사중이라면서 입장이 불허되었다. 그래서 외관만 몇 컷 찍기로 했다. <알쓸신잡>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곳이라는데, 조금 아쉽다.
광부들은 지하 땅 속에 깊숙이 작업하던 와중에, 지하와 연결되어 바퀴를 끊임없이 굴렸을, 현재는 가동하지 않지만 하늘 높이 뻗어 있는 저 녹슨 기계 건물이 을씨년스럽다.
하이원은 강원랜드가 자리하여 도박장과 스키장와 골프장이 있지만, 동시에 과거 역사 현장이 공존하는 오묘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