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8일 정오 무렵, 동자동 ‘새꿈 공원’에서 어버이날 잔치가 열렸다.
관이나 자선단체에서 마련한 잔치가 아니라 주민 모임인 ‘동자동사랑방‘에서
주민 한 분 한 분의 정성을 모아 마련한 자리다.
잔치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11시 무렵 공원으로 나갔는데,
‘동자동사랑방’ 식구들이 분주하게 잔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다가오니 한 분 한 분 모여들기 시작하여 찾아온 분이 대략 2백 명은 넘을 것 같았다.
텅 빈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며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정재은씨 등 몇몇 분이 어르신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는데,
전도영씨가 내게도 꽃을 달아주었다.
고마움을 기념하기 위해 셀카로 찍었으나 못난 내 얼굴이 잘려버렸다.
정대철씨는 모금을 접수했고, 선동수 간사장을 비롯한 심경섭, 박종근씨 등
사랑방’ 식구들이 술과 음식을 부지런히 날랐다.
모처럼 동자동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작년 홈리스 추모제 때 전시했던 ‘버려진 사람들’ 초상사진 액자 전해주지 못한 분부터 찾아야 했다.
가끔 공원에서 만나기도 했으나 4층 방까지 가지러 올라가기 힘들어 어버이날로 미뤄 둔 것이다.
예전에는 추석이나 어버이날 찍은 사진을 빨래 줄에 걸어 나누어 주었으나
싫어하는 분이 있어 중단했는데, 외출을 잘 하지 않아 이런 날이 아니면 당사자 만나기가 쉽지 않다.
돌아다니며 사진 찍은 분을 찾았으나 김상진씨 밖에 전해 주지 못했는데, 다들 왜 나오지 않았을까?
일을 돕는 사랑방 식구 외에 아는 분이라고는이상준, 박소영씨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식사 시간을 놓쳐 간신히 밥을 얻어먹었는데, 늦게 온 김창현씨는 막걸리 한 잔으로 허기를 매워야 했다.
내 가슴의 꽃을 김창현씨에게 달아주었다.
잔치는 ‘동자동사랑방’의 양정애, 윤용주 대표를 비롯하여 김호태, 최갑일, 차재설,
김장수, 조인형씨 등 많은 주민이 협력하여 일사불란하게 치러졌는데,
특히 ‘식도락’에서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겠더라.
그런데, 아래쪽에는 ‘장성교회’에서 집회를 열고 있었다.
다들 배낭을 짊어지거나 가방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지역에서 온 분 같았다.
차례대로 신원을 확인하며 통조림 두 개와 현금 2천 원씩 나누어 주었는데,
다들 돈 때문에 기다린 것 같았다.
김밥 한 줄도 사 먹을 수 없는 돈에 왜 그렇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돈을 미끼로 사람을 모운 교회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어버이날은 동자동 빈민들의 텅 빈 가슴을 채워 준 의미있는 날이었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