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경제 위기. 이미 IMF때보다 심각 --
이주혁님 페북
우리나라는 모두가 알다시피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행진 중이고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5,6월 무역수지/경상수지 통계는 아마 반짝 흑자로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코스피 등 주가는 미국 물가지수가 떨어지고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꺼란 예측이 많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아마 이런 통계들이 앞으로 나오게 되면 경제 성장률이 살아날 꺼란 희망이 퍼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단지 잠시동안의 반짝 흐름일 뿐이란 점이다. 무역수지가 스물스물 올라가는 건 석유 석탄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지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다. 무역수지는 통계치일 뿐, 수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른바 전문가란 사람들이 나와서 "앞으로 한국 무역이 중국에 의존해선 답이 없고 미국/유럽에 물건을 팔아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에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서 상당히 많이 팔렸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을 손절하고 미국/유럽 상대로 충분한 흑자를 거두면서 앞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그게 아니란 게 문제다. 첫째 미국 경제가 곧 침체로 돌아설 꺼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경제 어렵다. 작년부터 올 초까지 미국은 소비가 좋았지만 가계들이 이미 너무 많은 돈을 썼고 첫째 정부 부채가 말도 못하게 심각하다. 이 시국에 한국 제품이 미국 상대로 날개돋힌 듯 팔려서 성장률이 떠오를 꺼란 전망은 너무 순진무구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 상대로도, 미국 상대로도 돈을 못 번다는 뜻이다. 어떻게 경제가 돌아가겠는가?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어딜까? IMF때는 기업들이 마구 어음을 발행, 남발한 게 위기의 근원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질 않다. 대기업들은 지금 상황에서도 엄청 탄탄하다. 대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을 합하면 9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나라가 망하면 망했지, 한국 대기업이 망할 일은 없다. 허나 중소기업들은 부채의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하다. 가계부채가 너무 심하다 보니 가계가 고금리 속에서 가용소득이 없어 소비가 안 되고, 자영업자들은 이미 버틸 힘이 없다.
추경호 부총리는 하반기에 이미 기정사실화된 역전세난에 대비해 은행권에서 DSR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전세값이 너무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에 전세금 반환을 위한 경우에 한정해 은행 대출을 풀어주겠단 소리다.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대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안 그래도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인 가계대출은 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다.
가계대출의 위기는 기업금융위기와는 달라서, IMF때처럼 뻥하고 터지지 않을 것이다. 점점 소리없이 목을 졸라서 조여들어오는 식으로 매일 매일 더 심해질 것이다. 자영업자와 서민, 중소기업이 한계상황에 몰려 있는 상태에서 더 더 낭떠러지로 몰려가는 식으로 갈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절대 쉽지 않지만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어떤 지역에 가뭄이 들면 물이 많은 지역에서 끌어와서 우선 써야 하듯, 돈이 많은 대기업들과 부자들한테서 돈을 끌어다 자영업자 지원책을 쓰는 수밖에 없다. 그 외의 어떤 방법도 없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이렇게 하고 있다. 바이든이 취임하자 마자 단행한 게 트럼프때 내렸던 법인세를 다시 올린 것이다. 중산층을 살려야 미국이 살아난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핵심골자 중 하나다.
한국도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법인세를 올려서 대기업들로부터 세수를 거두고 부자들로부터 상속세든 뭐든 더 걷어서 사회적 재분배를 하는 것 말고 지금으로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수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고 제조업도 불안하고 원자재 가격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수 경제가 돌아가려면 가계들이 소비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판국에 1천조 가까운 현금을 대기업이 그냥 묶어두고 있는 걸 합리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겠나.
문제는 지금 정부가 구성 초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게 일방적인 부자 편들기 경제정책이란 점이다. 법인세는 깎아주고 노조 활동엔 언제나 공권력을 투입하려 했다. 과연 토건기업 및 부자언론사들이 밀어줘서 당선된 윤석열 정부가 심각한 가계부채 속에 내수를 살리기 위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같은 부자 증세 정책을 택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속에서는 중산층은 더 더 밑으로 떨어지고, 빈곤계층은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 후과는 전인구의 20%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의 완전한 몰락과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 강도 절도 등 강력범죄의 증가, 더 심각한 출산율 저하와 지금보다 더 더 심한 양극화일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저마다 질문을 하나씩 던져야 할 때인 것같다. 국가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사람들을 보호하고 약자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국가인가? 아니면 대기업 및 언론 귀족과 같은 특권계층과 이익을 공유하는 관료집단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국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