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아침마다 공원에서 의뭉스러운 여자를 만나는 타카오가 그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내용이다. 맥주와 초콜릿을 함께 마시는 여자의 비밀은 무엇일까? 궁금하면 언어의 정원을 보자.
솔직히 보고 나서 이렇게 감흥 없는 영화도 오랜만이다. 집중해서 본 게 아니기는 했지만 정말 혹평이나 칭찬 중에 어느 것도 할 말이 없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항상 남자와 여자를 미스터리에 몰입하게 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역경으로 이를 극복하게 하면서 감동 포인트를 만든다. 근데 이건 미스터리가 너무 쉽게 풀리고 궁금하지도 않아서 등장인물의 심정에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까짓거 다 큰 성인이 비 오는 날마다 술 좀 마실 수 있는 거지. 마지막의 역경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일상적인 수준이라서 등장인물들이 오열하는 게 공감이 어려웠다.
그나마 인상 깊은 장면은 타카오가 학교에 있으면 어른들의 세계에서 사는 그녀와 너무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타카오는 참 아직 어린애인데도 어른처럼 살아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어서 학교 안과 밖에서의 차이가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상상이 간다. 동경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못 보니까 초조한 감정을 저렇게 표현한 건 되게 신선했다.
내용 자체는 무난했는데, 영상미가 너무 좋아서 중간은 간 영화가 아닌가 싶다. 배경의 묘사가 정말 아름다워서 내 기준 그것만 본다고 이 영화를 봐도 괜찮을 정도였다. 비 오는 날 보면 소소하게 힐링이 될 것 같은 영화 같다. 날씨의 아이는 너무 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