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후·권희 씨 부부가 하동군 금남면 덕천리 청솔원 농장에서 생산한 자연방사 유정란을 들고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동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공부, 취업, 직장생활 또는 사업, 가사, 결혼, 정년후 은퇴 등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삶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변하면서 세대별로 이전과 다른 삶의 패턴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새로운 시대환경에 따라 종전과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을 세대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눠 살펴본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사회의 중심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들의 귀농과 재취업, 창업 등 ‘인생 제2막’의 방법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도 장년층의 귀농·귀촌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인구 유입의 계기로 삼고 있다. 여기다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하는 장년층의 재취업이나 일자리 창출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고향 하동에서 제2의 삶을 열다
하동군 금남면 덕천리로 귀농한 정진후(52)·권희(47) 씨 부부는 동물복지형 양계업이라는 새로운 축산업을 시작했다.
‘청솔원’ 농장을 운영하는 정 씨 부부는 현재 닭 1만7000마리를 키우고 있고, 자연방사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공장도 만들었다. 가공장 뒤편 야산에 앞으로 체험농장을 짓고 산책로도 조성해 도시민들에게 농촌 체험의 기회를 줄 생각이다. 아울러 후배 귀농귀촌자들을 위한 견학지로도 이용할 계획이다.
하동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고, 대구에서 유통업을 하던 정 씨는 사업 실패 후 귀향을 결심했다. 부부가 정착한 곳은 고향집이 있던 곳이다. 옛집 터가 남아 있는 곳에 집을 짓고 들어왔다.
양계는 전혀 몰랐지만 동네에서 병아리 30마리를 키워보라고 준 것이 귀농생활의 시작이 되었다. 요즘은 공장형 축산업이 대세지만, 그는 양계에 대해 너무 몰랐기에 어려운 ‘동물복지형 양계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닭들을 몰아넣는 축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들에 닭을 풀어놓고 키우는 축산을 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죠. 하지만 사업을 크게 실패한 터라 작은 실패에는 별로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농장을 크게 키운 것도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제2의 삶을 시작하고 가꾸고 있습니다.”
정 씨처럼 경남지역으로 귀농(귀촌)한 이들은 최근 5년간 5326명에 달한다. 2007년 277명이던 것이 5년 만인 지난해에는 1856명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경남은 경북 다음으로 귀농인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도내에서는 거창군이 790명, 하동군이 660명 등 이들 지역에 귀농인구가 많다.
경남도에서는 도내 대학 및 영농재단과 함께 ‘귀농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가족이 전입한 영농종사자를 대상으로 귀농정착 지원사업도 펴고 있다. 또 귀농하기 좋은 마을 130곳을 선정해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경남귀농사랑(http://cafe.daum.net/knrefarm)’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운영하는 등 귀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 살려 성공 재취업
정수영(53) 씨는 창원의 기계·중장비 업체에서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한 후 한동안 힘든 생활을 했다.
오랜 현장 경험으로 기술도 있고, 구직 의지도 높았지만 문제는 나이였다. 나이제한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다 경남경영자총연합회가 운영하는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희망센터 유희수 선임컨설턴트가 3개 기업체의 구인정보를 제공하며 면접을 알선했고, 3곳 중 1곳에서 면접을 보자고 해 취업에 성공했다.
자신이 해오던 업무와는 다르지만 풍부한 현장 경험을 높이 산 회사는 정 씨의 재취업을 받아들였고, 정 씨는 지난 13일부터 창원의 도료공장에서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정 씨는 “40대 후반이 넘어가면 나이제한 때문에 일자리 찾기가 정말 어렵다”며 “보통은 정보지 같은 걸 이용해서 일자리를 찾는데, 정보도 부족하고 신뢰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 씨는 50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제2의 인생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있다.
지난 1일 문을 연 경남경총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는 20여 일 만에 330명의 은퇴자들이 구직에 나서는 등 재취업 열기가 뜨겁다. 40~50대 등 주로 최근 기업에서 퇴직한 이들이 많다.
구인을 신청한 기업은 60여 곳으로 채용 예정 인원은 120명가량이다. 센터는 전문컨설턴트와 잡매니저를 채용해 구직자와 구인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취업전략교육, 상담을 통해 재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경남도에서도 ‘중장년 실직자 재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30세 이상 재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알선하고 있고, 베이비부머를 위한 재취업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두 사업 모두 1년간 사후관리까지 해준다. 차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