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조남주 작가의 단편 '교양있는 서울 시민 희진'에서 보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민병식
조남주 작가는 1978년 서울 태생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어 주목을 받고 있고. 우리 또한 잘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으로 2017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사진 네이버
이 작품은 ‘서영동 이야기’이라는 소설집에 나오는 6번째 단편이다.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의 주인공 희진, 맞벌이를 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마흔다섯 살 희진 부부의 처음 시작은 대출 3천만원을 낀 보증금 7천만원짜리 다세대주택이었다. 그런 희진이 부동산 중개인의 권유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다. 그렇게 희진은 25평에서 34평으로 34평에서 42평으로 차근차근 집을 넓혀나간다. 적절한 시기에 집을 팔고 대출을 더 받아 큰 평수로 갈아타기를 하고 거기에다가 42평을 하나 더 전세를 끼고 매수를 하면서 자산을 늘려가는 것이다.
주인공 희진은 전세살이의 설움을 탈피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 25평 아파트를 3억에 구매했다. 남편 몰래 저지른 일이다,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 전세 끼고 사놓았던 42평 아파트는 10억대가 넘어 있었다. 42평 아파트로 이사하는 날 남편이 자신에게 대단하다고 칭찬하지만 희진은 맞벌이 하며 자녀를 키우는 것보다 집을 사서 집값이 오른 것이 더 자랑스러운 건가 의문스럽다.
남편의 칭찬에 희진은 마음이 되레 이상해졌다. 유별나게 열렬하거나 애틋한 연애를 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사랑해서 결혼했다. 남편의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존중하려 노력했고, 딸 하나 아들 하나 잘 키웠고, 회사도 성실하게 다녔다.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사람이고 삶이라고, 좋은 아내라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남편에게는 희진이 자산 관리를 잘해서, 부동산 투자를 잘해서, 결국 10억을 만들어내서 최고의 아내인 걸까.
- 본문 중에서
그러나 희진 인생 최고의 성취, 네 식구의 안식처 42평 아파트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자신들은 위층에서 소리가 나도 꾹 참고 사는데 아래층에서는 층간소음이 일어
난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뻔질나게 찾아온다.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희진은 감정이 복잡해 진다. 그러나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은 115동 1202호 아파트를 떠날 수 없다. 그만한 시세에 이와 같은 평수를 사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윗집과 아랫 집 사이에서 시달리는 동안 집값은 15억이 넘어갔다. 희진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지난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유례없는 폭등을 보였다. 전 정부에서 집값 안정을 한다고 대책을 수십 차례 내놓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서울시의 집 값 평균이 10억이 넘는다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 월급을 저축하거나 한 푼 두 푼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거기에 올해는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되어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주택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서민들은 이자 부담에 깡통을 차게 생겼다. 집을 사도 걱정, 안사도 걱정인 세상이 된 것이다.
집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편하고 안식해야할 보금자리라는 개념의 집이 어느새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린 지금, 잘 살지 않으면 불안한 현실이 물질적으로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을 뭐라고 할 수 없게 만든다. 작품은 산다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과 함께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사는 것과 잘 사는것에 대한 차이를 생각해보라는 듯 난감한 질문을 던지며 각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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