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아트(11/2 권해효,이대연,조희봉)

[신의아그네스]

더블캐스팅이 너무 좋아서 누구를 볼까 고민하다 권해효,이대연,조희봉 캐스팅으로 일단 봤습니다. 연극 [아트]는 2003년 예술의 전당 공연이 초연으로 같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예술의 전당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제일화제 세실극장에서 재공연을 했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초연이 2004년 대학로 공연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따지고 보면 초연이라면 초연이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원하고 있는 [아트]는 대학로에 오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대학로 공연이 초연 아닌 초연처럼 비춰진 건 그 만큼 화제가 됐고 작품 성격이 확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역사를 2004년 학전블루 소극장 공연으로 시작하고 예술의 전당 공연은 그냥 처음 올라간 것에 의미를 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기인합니다.

예술의 전당 공연은 지금과 같은 코미디적 요소보다 작품의 진지한 이면을 파고들었고 보다 예술적인 의미에 중점을 뒀습니다. 프랑스 작품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를 충족시키기에 웬지 잘 어울려보였고요. 그래서 예술성은 획득했지만 주목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대학로 공연은 예술의 전당의 무게감을 떨쳐버리고 보다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작품을 재구성하면서도 작품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으로 하여금 보편적인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건 '대학로 초연'때 정보석이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12년 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정보석의 출연이 작품 홍보에 큰 도움을 주었죠. 언론에서 작품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줬고 무대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정보석 출연의 희소성과 배우에 대한 신뢰로 예매율이 높았는데 결과적으로 수확은 이대연이 거두었습니다. 2004년 공연도 지금처럼 팀 별로 꾸려진 공연이었는데 관객 호응도 권해효,이대연,조희봉 팀이 더 높았죠. 그래도 정보석이 바람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분에 작품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그의 연기도 좋았기 때문에 12년 만의 무대 복귀는 결코 허사는 아니었습니다.    

[아트]는 국내에서 드물게 10만명 넘은 소극장 연극으로 2003년 부터 해마다 올려지고 있습니다. 캐스팅이 거듭 바뀌면서 초연 만큼의 파괴력을 이어가진 못했지만 본국에서도 없는 여성판 [아트]까지 변형돼서 올려진 걸 보면 이 작품의 잠재 가치를 주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2008년 [아트]는 모처럼만에 [아트]의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하는 의욕적인 기획을 눈여겨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대학로 초연'팀의 복귀라는데 의미가 있죠. 아쉽게도 유연수가 영화 촬영 일정 때문에 화,목.토 팀에는 2005년 부터 합류한 정원중이 가세했지만 그래도 4년 전 '대학로 초연'팀이 거의 그대로 재공연에 임한다는 것 자체가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영화계나 공연계가 관객이 쑥 빠졌다는데 그걸 감안할 때 이 정도 예매율을 보이는 것만도 다행이죠.   

배우들의 출연이 인상적인데 더블캐스팅 된 6명의 배우들은 무대 복귀에 대한 강박증이나 경력 관리 차원에서의 선택이 아닌 오로지 [아트]란 이유와 '대학로 초연'팀의 만남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이 작품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다 같이 모이기가 쉽지 않은 캐스팅 일정인데 선뜻 출연에 응한 걸 보면 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의리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특히 4년 만에 또 [아트]에 서는 정보석은요.

작품은 유명세에 걸맞게 재미있는 연극이었습니다. 아주 깔끔하고 담백하더군요. 내용은 별 거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친구가 비싼 그림을 샀고 그 그림으로 하여금 갈등이 일어난다는건데 딱 봐도 이야기가 풀립니다. 3명의 주인공이 나오고 그들 관계가 오랜 친구 사이이고 그림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불화라면 그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미를 파악하는 건 쉽습니다. 세 인물의 갈등 관계를 통해 미묘한 심리 변화와 번민과 인간사를 파헤치려는 것이죠. 그래서 전개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어요.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대신 다른데 집중했죠. 이런 류의 소재로 전개되는 작품의 성공여부는 호흡 조절인데 [아트]는 그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능숙합니다.

[아트]의 장점은 그 리듬감에 있습니다. 우선 이렇게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 깊이로 확장시킨 작가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대본을 100%이상 소화한 배우들의 근사한 연기 궁합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세 배우들은 혼자서도 잘 하지만 같이 있을 땐 더 잘 합니다. 오랜 연기 경력과 수 십번 함께 무대에 섰던 경험이 이들의 리액션을 자연스럽고 환상적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숙련입니다.

특히 직장 성인 남성들이 이 작품을 보면 큰 공감을 가질 것 같군요. 우리는 살면서 친구라는 것에 너무나 판에 박힌 강박관념을 갖고 있죠. 기실 남자친구들의 의리와 우정이라는 구호도 한낱 허영과 사치스러운 센티멘털리즘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위선의 실타래입니다. 진실한 우정을 나누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사심을 버려야 순수할 수 있는 건데 [아트]의 핵심이 거기에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를 남기고 있지만 결국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최종목적은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이해관계와 따뜻한 포용인거죠. 그걸 국내 정서에 잘 맞게 번안한 덕분에 의미를 깊게 새길 수 있었고요.

동아연극상을 받은 이대연의 연기가 발군인데 이건 배우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역할 덕분이기도 합니다. 중반부 이대연이 등장해서 5분 넘게 성대모사를 곁들여 장황설을 늘어놓는 장면은 오로지 배우 한 사람을 위해 씌어진 씬입니다. 동시에 배우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초반에 의도적으로 덕수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다 갑자기 중심으로 파고들게 하는 이 장면은 대사가 많을 뿐 아니라 리듬이 중요해서 한번 틀어지면 전체가 망가져버릴 수 있습니다. 대사를 빠르게 치면서도 정확해야 하고 제 멋에 빠지면서도 주변 상황을 인식해야 하는데 이 까다롭고 한 순간에 몰아치는 짧은 모노드라마를 이대연은 훌륭히 해냈습니다. 이 장면만으로도 상 받을 자격이 있어요. 권해효와 조희봉도 제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세 배우의 조화도 빈 틈 없이 완벽합니다.

재미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후반부 10분 정도만 쳐내면 더 좋을 것 같군요. 딱 끝내야 할 시점에서 작가가 지지부진하게 캐릭터를 못 놓고 있어요. 그래서 후반부엔 별 의미없는 말장난이 반복되고 있죠.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쓰면서 자꾸 더 쓰고 싶은 작가의 욕구가 빚어낸 불일치라고나 할까요. 끝의 사족은 안 붙이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냥 친구 셋이 어디 가지도 못하고 멍하니 쇼파에 끼어앉아 병나발을 부는 장면에서 끝나는 게 더 좋아요. 그랬다면 작품의 의미를 더 확고할 수 있었읉텐데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뒷 이야기까지 첨부하니 지겹더군요.

 - 이렇게 티켓박스가 썰렁하게 자리잡은 대학로 공연장도 오랜만이었습니다. 정말 대책이 없는 걸까요? 의도적으로 피하다 오로지 작품 때문에 감수한거지만 괴롭더군요. 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내가 왜 발권하는데 이렇게 긴 줄에 묻혀 있어야 하며, 직접적으로 욕을 먹은 건 아니지만 극장 옆의 유료주차장 관리 요원 노인네의 궁시렁을 들어야 하나 싶은 게 화가 나더군요. 이런 식의 티켓박스가 무차별적으로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대학로 공연장은 정말 위험합니다. 

적어도 최소한 줄 설 수 있는 동선은 확보해야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대기장소도 없고 극장 들어서기 전까지 악전고투를 겪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티켓 값이 대극장에 딸린 소극장 공연과 별 차이도 없고요. 화장실 문제도 그래요. 화장실 지을 형편이 안 된다면 어차피 사방이 극장이니 극장끼리 연계해서 적당한 공간에 공동 화장실을 설립하면 화장실 문제 때문에 10분이나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볼 일 보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는 여성 관객들 보는 것도 민망한데 당사자는 어떻겠어요? 이건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입니다. 변명은 통하지 않아요.  

 - 공연시간 100분 입니다. 넉넉히 2시간은 잡고 가야 합니다. 관객 많은 날은 화장실과 발권 문제로 10분 넘게 지연되니까요. SM아트홀은 1층과 2층 객석 상태가 눈에띄게 다릅니다. 1만원 더 주고 1층에서 보는 걸 권하고 싶군요. 대학로 소극장 치곤 객석이 괜찮은 극장이지만 1층만 그래요. 붙박이 객석인 1층과 달리 2층은 일반 플라스틱 의자를 배치해놓은데다 사이드 좌석은 시야 장애도 심합니다. 제대로 된 ㄷ자형 배치인데다 비좁아서 옆 좌석 관객이 조금만 난간에 기대고 보면 같이 기대고 봐야 해요. 무대 반이 가려지거든요. 그나마 사이드 앞 열은 허리 숙이면 볼 수 있지만 뒷열은 장담 못 합니다. 사이드 뒷열은 2열까지 있습니다. 그래도 2층에서 봐야 겠다면 무조건 2층 중앙 앞 열에서 보시고요. 전 사티 스폰서 예매로 본 거라 좌석을 몰랐는데 보는 내내 옆 좌석 여자 관객이 난간에 몸 숙인채 팔 내밀고 봐서 괴로웠어요.      

[무다무(박경민)]

참~ 친절한 후기에요~!^^

[지별]

극장이 파~야요

[똥그랑땡]

사실 저도 아트 정보석씨가 나온다구 해서 보긴 했는데....나중에는 권해효씨가 하는게 더 끌리드라구요 멋진 후기 잘 보고 갑니다^^

[바보박]

뭐 하시는 분이세요,,궁금하네요....사실 아트를 보고,,,프랑스 여류극작가와..연출자가 궁금해졌어요...나름대로 두 시간 즐겁게 본것 같아요 ..맨 마지막에 배우들의 머리가 땀으로 범벅이돼고 맥주 한병씩 들고 나오는데 연기가 아니라 진자 시원한 맥주 한 잔 하고 픈 그런 눈들 이었어요 ....공연장 시설문젠 누구의 몫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몫 인거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