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桂花)-廣寒樓(광한루)(가을밤 당신을 그리며)
織罷冰綃獨上樓(직파빙초독상루) 흰 비단 짜던 손 놓고 홀로 누대 올랐더니
水晶簾外桂花秋(수정염외계화추) 수정 주렴 너머엔 계화 핀 가을이네요
牛郞一去無消息(우랑일거무소식) 견우 낭군 한 번 간 뒤 아무런 소식 없어
烏鵲橋邊夜夜愁(오작교변야야수) 오작교 옆 서성이며 밤마다 그립니다
*위 시는 “한시 감상 情정, 사람을 노래하다(한국고전번역원 엮음)”(風謠續選풍요속선)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이정원님은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런가? 사람들은 가을이 깊어지면 이런 저런 생각과 그리움에 잠기곤 한다. 지난 일을 떠올릴 때면 대체로 감정이 누그러져 미소를 지을 수 있고, 멀리 떠나오면 마음도 멀어져 어쩌다 생각이 나도 무덤덤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 기억은 가물가물해도 더해진 시간의 깊이만큼 사랑과 그리움이 더욱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 시는 계화라는 여인이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계화에 대한 정보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신분은 기생으로 알려져 있고, 거주지는 전라도 남원이라고 한다. 이 시에서도 남원의 광한루를 배경으로 자신과 떠난 임을 직녀와 견우에 비유하고 있다. 만남의 장소인 오작교를 밤늦도록 서성이지만 기다리는 임은 오지 않고 밤이 깊어갈수록 그리움만 더해 간다.
역사 속의 여인들, 특히 시인들은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기다리는 존재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백제 가요로 알려진 ‘정읍사’에서부터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정읍사’는 행상을 나간 남편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행여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은가 걱정하며 남편을 기다리는 내용이다. 여인들은 원망 없이 떠난 이를 그리워하기만 한다. 다음은 능운凌雲이라는 여인이 지은 시다.
郞云月出來(낭운월출래) 낭군은 말하셨죠 달 뜨면 오신다고
月出郞不來(월출낭불래) 달이 떴건만 낭군 아니 오시네요
想應君在處(상응군재처) 생각자니 그대 계신 그곳은
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산이 높아 달이 더디 뜨나 봅니다.
달이 뜨면 다시 돌아오겠노라 약속하고 떠난 낭군은 달이 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허나 임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 임을 원망하지 않고 그를 대신해 변명을 해주고 있다. 임 계신 그곳은 달이 늦게 떠서 오는 것도 더딜 것이라는 이치에 닿지 않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과 기다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 다르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원망 없이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그리움이 남아 있을 그녀를 위해 편지 몇 줄을 띄워 본다.
낮에는 일상에 쫓겨 그나마 잠시 잊을 수 있었는데 밤이 깊어 혼자가 되니 생각이 깊어져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네요. 나도 모르게 달빛 비추는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가을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대는 무심하게도 아무 소식이 없고 언제 다시 오실지 기약도 없습니다. 못 견디게 사무치는 마음에 그대 만났던 그때의 그곳을 서성이지만 오늘밤도 어젯밤처럼 그리움만 쌓입니다.
가을 깊은 오늘밤에 당신, 당신이 그립습니다.”라고 감상평을 하셨습니다.
*罷(파) : 마칠 파, 고달플 피, 가를 벽, 1.(마칠 파), 2.마치다, 3.그만두다
*冰綃(빙초) : 얇은 흰 비단, 綃(생사 초, 건 소)
첫댓글 그리움 가슴에 담아 님을 그리는 여인의 안타까운 심정.
그대와 사랑을 나누었던 그곳에 와 보지만
보이는 건 쓸쓸한 달빛 뿐....
지기님의 시정 넘치는 댓글에 감사드리고,,
이번 주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