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노련한 '기습'?…영수회담서 얻을 것 다 얻은 그 '15분'!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정장 주머니에서 A4 용지 10장 분량 원고지를 꺼내 읽었다. 崔普植(최보식의 언론 편집인)
어제 오후 2시 4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실에서 만나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이어서 ‘비공개회담’이 예정돼 있어 취재진과 카메라는 퇴장하려 했다. 지금까지 비공개 영수회담에서 통상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정장 주머니에서 A4 용지 10장 분량 원고지를 꺼내 읽었다.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 왔습니다. (국회에서) 오다 보니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까지 오는 데 700일 넘게 걸렸습니다.“ 아마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재명의 공개 발언이 15분이나 길게 갈 줄 몰랐을 것이다. 취재진이 지켜보고 TV 생중계가 되고 있어 뭐라고 중단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대표의 노련한 '기습'에 당했다고 해야 하나. "우리 국민들이 혹시 말 한 마디 잘못 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뜻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생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앉혀놓고 작살낼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당당한 모습을 다 보여줬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고개를 한번씩 끄덕이면서 듣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재명의 발언이 끝난 뒤 "좋은 말씀 감사하다. 평소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라서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체면상 인사치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15분 만으로도 이재명은 영수회담에서 얻을 것은 다 얻은 셈이다. 이번 영수회담은 총선 압승한 민주당 이재명이 윤 대통령에게 받아낸 ‘전리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 뒤 비공개회담에 가서 전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고(故)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을 요구했겠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 받아줄 수가 없는 것들이다. 이 대표도 이를 모를 리 없고 기대도 안 했다. 그걸 받아준다면 윤 정부는 '민주당 정부'가 돼야 하는 것이다. 당초 1시간가량 예정했던 영수회담은 2시간 10분 걸렸다. 국민들에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나라를 걱정하며 진지하게 회담을 했다는 인상을 줬을 것이다. 회담이 끝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자 자기 쪽에 유리한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변인은 "영수회담에 대해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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