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랑식객 임지호 님을 만난 건 TV프로그램에서 였다.
다큐 형식의 은은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가방 하나 달랑 메고 곳곳을 다니며..산지와 들판에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풀과 자연의 식재료를 가지고 뚝딱 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는 투박한 손길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댁이 산속에 있어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께서 산에서 금방 뜯은 나물을 가지고 요리하시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임지호 님의 모습은 왠지 투박한 손놀림이 놀라게 했다.
남자가 이렇게 요리에 대해서 잘 알고 식재료의 특성도 잘 알고 음식궁합도 잘 아는 구나..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음식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자연의 재료만 가지고도 일류 레스토랑의 번쩍한 장식의 요리보다도 아름다운 음식이 탄생하곤 했다.
TV속에서 그의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서점에서 낯이 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임지호 님의 얼굴이 담긴 자연 속에서의 한 컷..
그걸 보고 책이 출판되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방랑식객'은 생명 한 그릇. 자연 한 접시라는 부제를 단 두꺼운 책으로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망설일 틈 없이 집어 들었다. TV프로그램으로 보았던 몇 가지의 음식 외에 그가 던져줄 다양한 재료의 음식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산당 임지호는 사람이 좋고 강산이 좋아 요리를 하는 자연요리연구가이다.
우리 땅, 우리 물에서 나는 재료들만 가지고 얼마든지 최고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주방이 아니라 자연에서 음식을 배웠고, 자연의 재료를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는데..현재 양평과 청담동에서 음식점 '산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12살 때 집을 나와 전국을 떠돌며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음식을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일하기 시작했지만 요리에 빠져들면 들 수록 찾는 요리, 하고자 하는 요리는 어느 주방에도 어느 책에도 없다는 것을 할게 되고 전국의 산으로 강으로 돌아다니곤 했다고 한다.
진정한 맛은 물속에 땅 위에 바람결에 깃들어 있었고 우리 땅 우리 물에서 나는 재료만 가지고 최고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좋아서 음식을 만들고, 강산이 좋아서 요리를 하고 그렇게 살다보니 '자연요리연구가'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데..나라 밖에서 먼저 이름이 알려졌지만 떠돌던 시절에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자 길을 떠난다는 그의 방랑의 기록과 자취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음식은 보은이다. 이 부분은 TV로 먼저 만난 내용을 담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지리산 나물 코스 요리와 버들강아지를 곁들인 감떡..어찌나 쫄깃하고 맛있어 보이는지..침이 꿀꺽 넘어간다. 갯벌 소스를 곁들인 백년초 무침과 벽안의 부부를 위한 신토불이 레시피인 바람꽃 고명을 올린 보리국수..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그리고 정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그의 자연요리는 보는 이의 마음을 풍성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해준다.
산과 들에서 직접 재료를 구해 만드는 그의 요리는 정성이 가득하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감떡은 우리 할머니가 살아계시면 대접해 드리고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깔스러워보인다.
벽안의 부부를 감동시킨 보리 국수 역시..타향에서 사는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없애는 데 도움이 될 훌륭한 음식이다. 그래 난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 와 있는거냐..하며 잠시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거 같다.
두 번째 장은 음식은 보은이다..
올레길 어귀에서 만난 기적 하귤조림과 감자범벅 말이 그리고 바람과 시간으로 만든 좁쌀수제비, 들풀의 자유를 비비고 먹을 수 있는 잡초 자장면,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다진 문어 숙회와 자리돔 튀김 등 특산물의 특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지역의 맛을 최대한 살린 요리들이다.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은..그러나 그의 손길에서 나온 음식이 아니면 그런 맛이 날 수 있을지..
세 번째 장은 음식은 미래다.
솔바람으로 심신의 독을 내리는 솔잎녹두찰떡과 개망초 된장국, 아토피를 위한 알로에단호박 문어요리.
요즘은 환경이 안 좋아 아토피가 심한 아이들이 많은데 많은 엄마들의 관심을 받을 내용이다.
편식을 이해해야 편식을 고친다는 편식하는 딸을 둔 내게도 정말 도움이 되었다. 아이를 이해하고 자연속에서 뒹굴게 해주고 만드는 과정을 아이와 함께하다 보면 아이도 점차 자연과 소통하게 되고 자연의 음식을 받아들이게 됨을...8년차 엄마인 나도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었다..새삼 감동적이었다.
네 번째 장은 음식은 만남이다.
고국의 맛을 전하는 배추보쌈과 백김치, 그리고 장미냉이 샐러드와 가지버섯 불고기, 낙엽차 등의 요리가 선보인다.
다섯 번째 장은 음식은 소통이다.
이웃한 나라들은 서로 음식문화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데. 간장으로 음식을 하는 문화권이라는 것은 같다. 다만 방식에서 약간씩의 차이를 가지는데 한국의 경우 발효양념과 찌거나 무치거나 말리는 방식을 중국의 경우는 고온에서 기름으로 익히는 방식을 일본은 조리하지 않는 조리를 최상으로 치며 시각적인 면을 강조시킨다고 한다.
이 장에서는 쉐프들의 요리대결과 이국적인 요리들의 한국화 그리고 각 나라의 음식의 특성까지 소개된다.
책은 한 권의 요리책이기도 했다가 마음을 다독여주는 심리학서이기도 했다가 역사와 문화를 다루기도 한다.
방랑식객 임지호의 천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책이랄까..외모에서 풍기는 수더분함과 달리 세계 어느나라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을 음식에 대한 지식과 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쉽게 따라하기는 어려웠다..재료가 조금씩 다르기에..
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그의 요리들을 조금씩 응용해 볼 생각이다.
먼저 재료들을 이해하고 자연을 이해하고,
내가 음식을 해 주어야 할 가족들을 이해하는 게 선행되어야 겠지만..
시간이 되면 그의 식당에 들러 음식을 먹으며 인스턴트와 빠른 음식에 물든 나를 조금씩 치유하는 시간도 가져보고 싶다.
첫댓글 카페후기 http://cafe.daum.net/qmftiahfjqm/Ke2i/1725
인터파크 http://book.interpark.com/blog/prettymsc/2348219
예스24 http://blog.yes24.com/document/5111492
교보문고 http://booklog.kyobobook.co.kr/moonshim/1043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