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나의 숲, 나의 정원을 간직하자
- 봄비와 함께 영화<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든 생각
봄비가 내린 어느 날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일본 만화로, 저자인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귀농생활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일본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고, 우리나라에도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모리 준이치 감독과 하시모토 아이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1: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 이렇게 2편으로 영화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입소문으로 호평이 나있지요. 원작인 만화와 일본 영화 모두 잔잔하고 편안하면서 간간이 삶의 의미를 음미할 만한 경구를 던져주는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일본의 집밥을 지켜보는 재미와 영화를 통해 감상하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들도 좋았습니다.
2018년에 개봉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임순례 감독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번안한 작품입니다. 그녀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조명하고 살피는 진솔한 영화들로 관객들에게 큰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영화가 참 좋았습니다. 안 그래도 모두에게 여러 가지로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시기에 꼭 권하고 싶은 기대 이상의 영화였습니다. 잔잔한 흐름에 미소 지으며 몸과 마음을 맡기게 하면서도, 나른하기보다는 기운이 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의성군의 한 시골 동네의 정취와 풍광도 아름다웠고, 솔직하고 생기 있는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등 젊은 배우들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평온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원작에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주인공 혜원과 어머니의 관계, 분투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현실, 삶과 대면하며 자신을 지키고 회복력을 지닌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길을 적절히 포착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맛깔스럽고 건강한 제철음식을 요리하는 장면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새롭게 길어내고 있는 삶의 경험들도 곱씹을 만합니다. 영화는 개봉 시기에 어울리게 봄에서 시작해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이하며 끝을 맺습니다. 아니, 이제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요. 늘 봄이 그러 하듯 말입니다.
영화를 다 본 후, 저 나름대로 '내 안에 나의 숲, 나의 정원을 간직하자'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귀농은 이 메시지를 위한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살다가 지쳐 쓰러지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를 때, 다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을 우리는 나름대로 틈틈이 가꾸고 찾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나만의 치유 공간은 곧 행복의 비밀이지 않을까요. 그 공간에 따스한 사람의 온기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좋겠지요.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잔잔한 음악이 참 좋다 싶었습니다. 엔딩곡인 융진의 <걷는 마음>도 가슴을 뭉클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와 함께 개인적으로 떠오른 음악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재즈 피아니스트 티에리 랑의 너무나 아름답고 명상적인 곡 〈나의 정원Private garden)입니다. 1993년 발매된 마치 깨질 듯 아름다운 머리곡과 동명의 앨범은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 주었습니다. 20년 후 새롭게 녹음한 앨범 <서레너티Serenity>에서 듣게 되는 새로운 해석은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더 풍성합니다. 물론 둘 다 좋습니다만, 마치 일본 음식과 한국 음식의 차이 같다고 할까요.
‘Serenity‘라는 단어의 의미는 맑음, 청명함, 평온함입니다. 영화를 보고 받은 바로 그 느낌이지요. 나의 정원, 나의 숲에서 벗들과 함께 이런 마음을 얻고 싶습니다.
#리틀포레스트 #나의숲 #나의정원 #행복한가
(위 글의 저작권은 행복한가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