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즐거웠어요."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100년.
아, 정확히는 99년 12개월 27일이 지나갔다.
그동안 여러 계를 떠도며 신나게 관광한 쿠온과 나였다.
지금은 내가 창조한 흑백계고…….
"아우- 너무 잘 놀았더니 몸이 다 쑤시네."
"하하, 덕분에 시간가는줄도 몰랐잖아요?"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쿠온.
아, 기분나빠.
쿠온은 너무 잘 웃는단 말야.
저 연녹색 머리하며 내 눈보다 더 짙은 녹색 눈하며, 살짝 탄 피부에 붉은 입술하며…….
얼굴이 좀 나이들어 보여서 그렇지…….
쳇, 완벽한 미중년이잖아?
"왜 그러세요?"
내가 너무 쿠온을 빤히 쳐다봐서 그런지 쿠온은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쿠온, 그렇게 물으면……내가 뭐라고 대답해주길 바래?
'응?아아, 네 얼굴이 너무 완벽하게 생겨서……'라고 대답해 주길 바라는거냐?
난 무섭게 쿠온을 노려보며 걸음을 걸었다.
아, 내가 충고 하나 하는데 말이다.
절대 길을 걸어가며 다른 데로 시선을 두며 걸으면 안된다.
오직 앞만 보고 가야된다는 소리다.
안 그랬다간……나처럼 큰 일 당하니까 말이다.
큰 일이 뭐냐고?
바로 이 일이다!
난 괜히 앞을 안 보며 걷다가,
천천히 가는 마차에 쾅하고 부딪혀버렸다.
"마신님!"
"마신님, 괜찮으십니까!?"
마차가 잠시 흔들리고 조그맣게 꺄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리자,
그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잠시 마차 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무시무시하게 생긴 병사가 내게 외쳤다.
"무엄하다!마신님이 지나가는데 엎드리지 않고 뭘하는거냐!?"
순간 난 정말 놀랐다.
누군가 날 알아본지 알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쿠온도 놀랐다.
그리고…난 곧 엄청나게 어이없어해야했다.
마차에서 내린것은…갈색머리의 갈색 눈동자의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였다.
"마신님!!"
"오오, 마신님이 강림하셨다!!"
우리 주위의 악마들은 어느새 양쪽으로 갈라져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뭐야……?
도대체 이 이해못할 상황은?
하하, 저 여자가 마신이라고……………?
여자는 여전히 도도하게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나 참, 재수없게 노려보잖아?
따지고 보면 마신은 나라구, 나!!
"경외심이 없구나."
오랜 시간동안 그 자칭 마신을 쳐다보자 하는 소리가 저거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하는 소리가 저거란 말이다!!
곧 빠직-하고 내 인내심에 금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쿠온도 아주 신기하게도 그 소리가 들리는지 황급히 내 팔을 잡았다.
'세이렌님, 제발……!!'
후우후우- 니가 참아, 세이렌.
상대는 이제 고작 1800년 묵어 보이는 아직 새파랗게 작은 여자애야…….
그리고 넌 아주 죽을때까지 살잖아?
니가 나이를 더 먹었으니깐……참아야되, 세이렌.
"저 둘을 데리고 와라.
같이 마신성에 가면서 나에 대한 경외심을 키워야겠구나."
마신성? 마신성을 왜 가는거지?
난 곧 눈을 땡그랗게 굴리며 여자애를 봤고, 점점 그 여자애의 손이 들려지기 시작했다.
짜악-!
그리고, 그 들려진 손은 내 뺨을 세차게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