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마음
제18회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나 내 보기에는 무척 재밌다. 대한민국 팀 감독은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무려 64년 만이란다. 예선통과는 문제가 아니고 준결승까지는 순조로울 것 같았다. 선수 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단단했다. 국민들 기대도 그만큼이나 높았다. 관계 언론들도 일본과 대한민국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만만한 팀이 없다. 예선전적 1승2무, 전승을 예상했지만 힘들었다. 그나마 첫 경기는 그런대로 이겼지만 그 후로 내리 두 판을 비겼다. 어느 모로 보아도 그럴 수 없는 경기였다. 두 번째 판은 먼저 득점을 하고도 두 골을 연속으로 내주고 간신히 비겼다. 예선 마지막 경기는 더욱 가관이었다. 이미 연패로 탈락이 확정된 팀과 경기를 했는데 대진표가 어찌 된 것인지 승리는 최악, 비기면 보통, 지면 순조로운 경우로 짜여졌다.
두 경기로 이미 주전급 선수 7명이 경고를 받았다. 주전들에게 휴식을 준다는 명분으로 그동안 출전하지 않은 2진급 선수들을 내보내 여유로운 경기를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언론에서야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 상대를 가리는가? 팀 사기를 위해서 이기는 경기를 하라는 어조였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주전급이었다. 조금 뛰게 하다가 바꾸겠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전체 경기를 반드시 이기려는 마음으로 뛰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탐탁지 않았다. 전반은 한 골을 앞서가더니 후반 들어 오히려 두 골을 내주어 역전을 당했다. 정규시간에 간신히 동점을 이루고 추가시간에 한 골을 더 득점해 이기는 판이 되었다. 이게 아닌데 싶었을 때에 한 점을 내주어 결국 비기고 말았다.
간신히 비겨서 보통의 대진표를 이루게 되었다. 예선을 거치는 동안 전문기관의 우승확률은 현격히 낮아졌다. 언론에서도 감독을 향한 불평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최악은 면했다 해도 대진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조 예선에서 무려 8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다. 한 번 더 경고를 받으면 그 다음 경기는 뛸 수 없다. 불안을 안고 임하는 경기에 전문기관들은 승리확률을 반 조금 넘게 예측했다.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이 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은 아슬아슬 득점이 없었다. 후반이 시작되자 교체되어 들어간 사우디아라비아 선수에게 1분 만에 실점을 했다. 그 후로 상대는 시간을 끌고 수비중심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후반 정규시간 내내 득점을 못하고 주어진 10분의 추가시간, 종료를 1분 남기고 득점을 해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 골은 나지 않고 승부차기로 넘어가 긴장을 풀 수 없었지만 우리 골키퍼의 선방과 선수들의 침착함으로 4:2로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8강전은 더욱 여유가 없었다. 신체조건이 좋고 탄탄한 수비로 조에서 1위를 한 호주 팀을 상대해야 했다. 호주 팀은 16강전에서 상대를 정규시간 내에 4:0으로 간단히 제압하고 8강에 선착해 우리보다 두 배의 휴식을 취했다. 경고누적에 피로가 쌓인 우리 팀에게 유리한 점은 없었다. 이길 확률도 반이 되지 않았다. 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었다. 언론들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경기를 위해서는 먼저 득점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끌려 다니다 패할 것이라고 했다. 상대 팀은 키 크고 힘이 좋아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선취골을 원한 대한민국은 부지런히 공격을 펼쳤다. 그렇지만 기대와 다르게 상대에게 먼저 득점을 내주었다. 후반에 접어들자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위기의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정규시간이 모두 흘러가고 7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행운의 종료 1분전, 페널티 킥을 얻어내고 그것을 힘차게 꽂아 넣었다. 다시 연장전으로 접어들었고 프리킥 기회에 한 골을 더 넣어 두 경기 연속으로 탈락 직전에 경기를 뒤집었다.
우리가 잘 해서 이겼다 할 수 없었다. 두 경기 다 지는 경기를 간신히 뒤집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편을 도왔다고 밖에 말하기 어렵다. 지난 월드컵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경구처럼 쓰곤 했는데 이번 경기들이야말로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었다. 준결승 상대는 예선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요르단 팀이라고 한다. 승부 예측은 칠대 삼으로 한국이 이길 것이라 했고 우승확률도 우리 팀이 가장 높이 나왔다고 한다. 이제까지 예측이 빗나간 일이 많은 것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간의 경험으로 이제 그리 주눅들 것도 없고 만심할 일도 아니다. 실력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보는 것이다.
본선 두 경기를 통해서 우리 팀은 상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도 이제는 아시아에서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팀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예선에서 우리와 붙었던 팀들도 자기들과 비긴 팀이 우승하면 자신들을 그리 약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본선에서 다 이겼다가 마지막 순간에 승리를 빼앗긴 팀들도 그리 주눅 들지 않으리라.
그리되면 우리 선수들 사기도 올라가고 감독 얼굴이 웬만큼 서리라. 이토록 정치와 경제, 군사문제로 어려운 시국에 국민들에게도 큰 격려와 위안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게다.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정신이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승리할 기회는 반드시 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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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예선에서 우리와 붙었던 팀들도 자기들과 비긴 팀이 우승하면 자신들을 그리 약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본선에서 다 이겼다가 마지막 순간에 승리를 빼앗긴 팀들도 그리 주눅 들지 않으리라.
그리되면 우리 선수들 사기도 올라가고 감독 얼굴이 웬만큼 서리라. 이토록 정치와 경제, 군사문제로 어려운 시국에 국민들에게도 큰 격려와 위안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게다.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정신이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승리할 기회는 반드시 꼭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