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전망(이상우) - 한국 부동산, 얼마나 비쌀까?
증권사에서 일하면서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놓는 사람을 기업분석가, 혹은 애널리스트라고 부른다. 애널리스트의 이익 추정치, 다시 말해 기업이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릴 것인지 예측한 값이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주가가 출렁거리는 것을 보면 애널리스트들이 자본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좋은 소식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반대로 기업의 안 좋은 소식을 전달할 때에는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Fang&Yasuda(2005) 등 수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주주 중시 경영이 부각되며 기업 경영자들이 IR(Investor Relations)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에게 기업의 정보를 공개하고, 애널리스트들의 명성 및 보상 수준이 제공하는 자료의 정확성에 의해 결정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반도체나 조선, 그리고 은행 등 무수한 산업의 애널리스트들이 있지만 아마 가장 일하기 힘든 산업을 찾으라면 건설업이 아닐까? 왜냐하면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은 주식뿐만 게 아니라, 부동산에도 꽤 한이 맺혀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블로그에 부동산 관련 글을 올리는 날은 이른바 ‘조회수 폭발’의 날이다. 조용하던 경제학자의 블로그가 불 난 호떡집 마냥 시끄러워지는 이유는 갑자기 한 맺힌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한국 부동산에 버블이 없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점잖은 질문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건설회사에서 돈 받고 글 쓰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 왔습니다”라는 시니컬한 글까지 각양각색이다.
부동산과 별로 연관이 없는 경제학자의 블로그마저 사정이 이런데,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들은 뭘 해도 욕먹는 신세다. 건설경기가 좋아지니 건설주를 매입하라고 추천해도 욕먹고, 반대로 건설경기 나빠진다며 건설사의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해도 욕먹기 일쑤이니까. 그런데 건설업종 애널리스트 중에도 강심장의 사나이가 있다. 이상우 애널리스트가 그 주인공으로, 그가 쓴 책 “부동산 대전망(2017년 3월 출간 예정, 원앤원북스)”은 매우 흥미로운 분석을 들려준다.
어떤 회사의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 검증하듯, 한국 부동산 가격도 ‘가치평가’를 한번 해보자는 게 이 책의 주된 목적이다. 특히 책의 22페이지에 제일 먼저 눈이 간다.
대한민국 가계는 평균 3억 4,200만 원의 자산을 보유 중이며, 이 중 자본(순자산)은 2억 8,100만 원이다. 즉 부채비율이 22%(부채 6,100만 원/자본 2억 8,100만 원)로, 우려하고 있던 것보다는 낮다. 대한민국 가계의 부채비율은 통계청이 평균 가계재무 상황을 발표한 2010년 이후 6년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는 부채 총액이 증가한 만큼 자본도 함께 늘어났다는 뜻이다. 부채비율이 늘어나지 않으면 부채가 증가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득이 같이 증가하는 경우 단순히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경상소득을 살펴보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에 증가율이 둔화되었지만 향후에도 소득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승폭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부진한 국내 경기의 영향으로 임금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대한민국에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금 인상은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계부채로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가계의 ‘부채비율’이 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참신하게 들린다.
물론 이상의 인용문구 중 마지막 대목의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임금상승’에 대해 이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꽤 있겠지만, 적어도 2016년까지는 사실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국세수입 통계’에 따르면 근로소득세가 사상 최대인 31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근로소득세가 급증한 것은 임금이 1년 전에 비해 4% 상승하고 취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했을 수도 있지 않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의 최저임금이 1989년 시간당 600원에서 1993년 1,005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6년에는 6,030원으로 높아졌음을 잊지 말자.
소득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이상우 애널리스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책 24 페이지).
이처럼 건실한 자본구조에 이익 증가가 가능하다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효율성이다. 주식투자 시 매우 중요한 것이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다. 가계를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하면 이익(소득) 증가로 투자 여력(자본)이 계속 증가하는 경우, 과거만큼의 고수익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ROE는 하락하게 된다. 이를 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고 한다. 같은 자산이라도 수익성을 감안해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시장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국내 평균 가계의 ROE는 16~17%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업 관점에서는 투입자본 대비 수익구조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부채를 보유한 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아래의 표를 보면 부채 보유 가계(평균값 기준)는 평균 가계 대비 자산·부채·자본 모두 더 많으며, 이는 부채 보유 가구가 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부채비율이 29%로 조금 높아졌지만, 금리 인하로 이자보상배율(소득이 이자비용의 몇 배나 되는지를 따지는 채무상환능력)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ROE는 증가했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투자자산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가계의 ‘수익률(ROE)’이 왜 더 높을까?
그 이유는 지렛대 효과에 있다. 예를 들어 1억의 자기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해 1천만원의 수익을 올린 경우를 생각해보자(ROE 10%). 그런데 이 사업가가 만일 1억원의 빚을 내서 1억의 자기자본을 합쳐 총액 2억을 들여 동일한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가정해보면, 이 사업의 총 수익은 2천만원으로 늘어날 것이다(ROE 20%). 물론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내야겠지만, 최근처럼 이자율이 낮을 때에는 돈을 빌리는 게 훨씬 더 이익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주택가격이 급락할 위험이 낮다면 능력 범위 내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게 훨씬 더 높은 성과(=ROE)를 올리게 된다.
이상의 숫자를 기반으로 한국 부동산 가격의 수준이 ‘적정’한지 아닌지 판단해보자(책 26~27 페이지).
주식과 유사한 관점에서 대한민국 부동산을 판단하자. 주가 수준으로 판단하면 주로 사용하는 밸류에이션 방법이 수익 기준 PER(Price 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 순자산 기준 PBR(Price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이다. 수익성 및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은 PBR 1.0배, PIR 6.1배다(전국 평균기준). 여기서 PIR(Price to Income Ratio)은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로 주식의 PER과 유사한 개념이다. 언론에서 근로자 연 소득으로 주택구입시 6.1년이 소요된다는 기사가 나온다면, 바로 이 6.1이라는 수치가 PIR을 의미한다. 따라서 PIR은 일반인 관점에서 부동산시장을 분석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소득 대비 집값이라는 개념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PBR 1.0배, PIR 6.1배를 비싸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앞에서 언급한 ROE와 이익증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PER, PBR 계산식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PER (PIR) = 1 / R
PBR = (ROE-g) / (R-g)
여기서 g(이익증가율)와 ROE는 통계청이 제시한 숫자를 이용하면 된다. 단, R(할인률)은 자의적 수치다. 부동산투자를 통한 연간 기대수익률을 의미하는데, 보통 10%를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지만 각자 생각하는 수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수치는 독자의 선택에 맡기겠다. 아무튼 ROE(17%)와 이익증가율(2.3%)에 기반한 PBR 계산식은 다음과 같이 바뀌게 된다.
PER (PIR) = 1 / R
PBR = (ROE-g) / (R-g) = 14.7% / (R - 2.3%)
간단한 수식이다. 이때 R(할인률)을 ROE와 같은 17%로 가정하면 PBR이 1.0으로 계산된다. 부동산 가격 연간 기대수익률을 17%로 예상하는 건 월간 상승률을 0.24%로 상정하는 것이다. R을 17%로 산정하는 것은 상당히 공격적인 가정이다. 또한 PIR 역시도 할인률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ROE와 같은 17%로 할인률을 가정하고 계산하면 PIR이 5.9배가 된다. R값은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10%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금리가 1.25%인 시대에 17%의 할인율이 무척 높은 것으로 느껴지지만, 이렇게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PBR 1배에 불과하다. 참고로 같은 기준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의 부동산가격과 비교하면 한국이 27.5%나 싸다고 한다.
물론 서울은 전국 평균에 비해 비싸다. PBR 기준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서울은 60%나 비싸지만, 지방광역시의 PBR은 전국 평균에 비해 20%나 낮으니까. 이게 정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또 비정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다른 나라에 비교해보면,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책 118~119 페이지).
한국 서울의 평균 매매가는 전용면적 85m2 기준 5억 8천만 원 수준이다. 대만(타이페이 11억 2천만원), 일본(도쿄 19억 7천만 원)과의 차이는 전국 기준보다 더욱 확대된다. 수도권 집중의 결과는 대부분 수도 거주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에 한 맺혀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상우 애널리스트의 주장은 ‘한낱 헛소리’로 치부될 지 모른다. 그러나 나처럼, 항상 시장가격이 버블인지 아니면 저평가되었는지 점검하고 또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사이다 한잔 마신 기분’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출처: http://m.blog.naver.com/hong8706/220947946699)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네요..서울은 글로벌과 비교하면 싸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감ㄱ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