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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귀검신 31장 : 사천풍운(四川風雲)-3
.. 으악!”
무리의 후미에서 비명성이 울려 퍼지자 독왕 광무의 얼굴
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또… 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하는 독마의 얼굴 또한 편치 않았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벌써 스무 명이나 넘는
제자가 당했는데 적은커녕 어떤 무기에 당했는지도 알 수
없으니….”
독왕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선 살기가 물씬 풍겨나고 있었
다. 잠시 후 몇 명의 제자들이 축 늘어진 사내를 독왕의
앞에 데리고 왔다.
“살펴보게!”
독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독마는 이미 숨이 끊어진 제
자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똑같았다. 지금까진 당한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가슴에 횡 하니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그만한 구
멍을 만들고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가?”
“마찬가지입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역시 그놈 짓이란 말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독마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
“허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적이 몇인
지, 누군지도 모르는데 우린 벌써 스물이 넘는 제자를 잃
었네. 이래서야 당가를 치는 것은 고사하고 강호의 웃음거
리밖에 더 되겠는가? 그래 무슨 무기인지도 파악이 안 되
는 것인가?”
“…….”
독마가 아무런 말을 못 하고 고개를 숙이자 지금껏 시체를
살펴보던 혈수 갈태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엔 활이 아닌가 싶습니다.”
“활?”
독왕은 물론이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독마까지 고개를 번
쩍 들며 갈태악을 바라보았다.
“예.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
어보입니다.”
“활이라… 화살도 없는데?”
반문을 하는 독왕의 표정에 설마 하는 기색이 스쳐지나갔
다.
“우선 제가 활이라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지금
까지 계속해서 제자를 잃었음에도 우린 아직 그, 혹은 그
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암습이라지만 제자들도 긴장
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이토록 아무런 흔적도 남기
지 않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암기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암기라면 당연히 흔적이 남
기 마련이고 저처럼 정확하게 가슴에 구멍을 만들 수 있는
암기란 그다지 흔치 않습니다.”
갈태악은 설명을 하면서 앞에 쓰러진 제자의 상처를 가리
켰다.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저렇게 깨끗한 상처를 만들 수 있는 수법은 기를 이용한
수법 밖에는 없습니다. 가령 탄지신통(彈指神通)과 같은 극
상승의 지법(指法)이나 검기를 이용한 수법 이외엔 다른
무공을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상승의
지법이나 검기를 이용한다 해도 그 거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적은 그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네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활이라 단정 짓기
도 힘든 것이 아닌가? 활이라면 의당 화살이 있어야 하거늘
아직 그 어떤 화살도 발견되지 않았네.”
독마 역시 처음엔 활이 아닐까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문제
는 화살이었다.
“만약 화살을 기로 만든다면 어떻습니까?”
“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갈태악은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듣고 있던 독왕과
독마는 물론 지금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독마수 봉천
까지도 깜짝 놀랐다.
“검기라는 것은 검에서 기를 방출하여 적을 제압하는 것이
아닙니까? 특히 검강(劍?)은 무형(無形)의 기를 유형화(有
形化) 시키는 절정의 방법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무형의
기를 화살로 유형화 시키는 수법 또한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건 이론상(理論上)이나 그런 것이지 아직 그런
활솜씨를 지닌 자가 있다는 소린 들어보지 못했네.”
“아악!”
독왕이 그럴 리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을 때 또
한번 단발마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또!”
“안되겠습니다. 계속해서 후미의 제자들이 당하고 있습니
다. 막내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 저와 막내가 뒤에 서서 그
정체를 파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마는 갈태악에게 눈치를 하고 독왕 앞에 나섰다.
“후, 믿기 힘든 일이나 어쩔 수 없지. 자네들이 원하는 대
로 하게. 반드시 꼬리를 잡도록 하게. 반드시!”
“알겠습니다.”
독마와 갈태악은 독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부르르 떨고 있
는 독왕에게 읍을 하고는 무리의 후미로 이동을 하였다.
“흐흐, 네놈들이 감히 당가를 넘보다니 어리석은 놈들!”
만독문의 무리에서 약 오십 여장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지
켜보는 소문은 또 한번 활시위를 당겼다. 계속해서 무영시를
날리고 싶었지만 우거진 숲이 그의 시야를 가렸고 정체
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들의 모습이 가끔씩 드
러날 때마다 재빨리 화살을 날리고 몸을 숨겼다. 물론 이기
어시를 날린다면 그까짓 나무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겠지
만 이기어시의 수법은 너무나 많은 공력의 손실을 감수해
야 했기 때문에 가급적 자제하고 있었다.
또 한번의 무영시가 정확하게 적을 쓰러뜨린 것을 확인한
소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거 너무 간단한데…. 이제 이런 식으로 몇 명만 쓰러뜨
리면 되겠지….”
소문은 만독문의 모든 무인들을 쓰러뜨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지금처럼 몇 명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제풀에
지쳐 조용히 물러날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최대한의 공포
와 두려움을 주기 위해서 추호의 인정도 없이 심하게 손
을 쓰는 것이었다.
소문의 의도는 점차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처음 몇이 쓰러
졌을 때는 주위를 살피며 나름대로 긴장을 하는 듯 보였던
만독문의 문도들은 쓰러진 동료들이 수가 거의 삼십에
이르자 긴장을 넘어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상대를 보고
싸운다는 것과 아무런 예고도 모습도 없이 나타나 죽음
에 이르게 하는 적과 싸운다는 것이 주는 두려움은 천지
차이였다.
“당황하지마라. 좌우를 살피고 두 눈을 부릅떠라. 너희들이
누구더냐? 자랑스런 만독문의 제자들이다. 이까짓 눈속임에
이리 흔들려서야 어찌 당가를 치고 중원에 그 이름을 떨
칠 수 있겠느냐? 나와 여기 있는 삼장로가 너희들을 보호
할 것이다. 아무 염려하지 말고 경계에 만전을 기하라. 적
들이 기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마는 겁에 질린 제자들을 독려하며 갈태악과 무리의 맨
후미에 섰다. 만약 자신들마저 정체불명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연 뒤를 막고선 그들의 자세는 결연했다.
“반드시 막아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이 팽산에서 우리 만
독문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게 될 것이네.”
“물론입니다. 어차피 기의 화살이 날아온다 해도 그 이치는
검기나 다를 바 없습니다. 주의를 기울이며 못 막을 것도
없을 것입니다. 아니 반드시 막을 수 있을 것입….”
갈태악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아직 정확한 것은 아니었
지만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하는 위기감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하앗!”
갈태악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들어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오는 기의 화살을 쳐냈다.
“꽝!"
화살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그저 단순한 기로만 생
각하고 있던 갈태악은 화들짝 놀랐다.
‘이런 위력이라니! 생각보다 몇 배는 강력한 것이군. 도대체
누가 이런 실력을 지닌 것인가? 좋지 않다.’
간신히 막아내기는 했지만 단 한번의 충돌로 얼얼해진 자
신의 손바닥을 느끼며 걱정하고 있을 때, 만독문의 수하들은
기쁨에 겨워 환호성을 질렀다.
“삼장로님이 막아내셨다.”
“와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능히 화살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던 독마였지만 간신히 회복한 수하들의 사기를 꺾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다.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제자들을 상하게 하던 것은 그저
멀리서 날린 화살일 뿐이었다. 비록 그 위력이 강하긴 하
지만 지금 보았듯이 막지 못할 것은 아니다. 제자들은 더 이
상 염려하지 말거라.”
“와아!”
“만독문 만세!”
한층 사기가 오른 만독문의 문도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
이며 함성을 질렀다. 그 함성은 선두에 서 있던 독왕에게
까지 들려왔다.
‘되었다. 급한 불은 껐구나. 우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중
요하다. 이곳만 벗어나면 적도 함부로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니….’
“오랜 여행으로 힘들겠지만 조금 더 속력을 내도록 하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독왕은 갑자기 들려오는 함성에 독마의 장담이 이루어졌다
는 것을 직감하고 무리의 이동속도를 높였다. 문주의 명이
떨어지자 공격을 당하는 와중에도 빠르게 이동하던 만
독문의 무리들은 그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
을 옮겼다.
“흠, 이제야 알아차린 모양이군. 이젠 어쩐다….”
소문은 자신의 무영시가 갈태악에게 가로 막힌 것을 보고
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공을 좀더 불어넣거나 이기어시를
이용한다면 간단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역시 내공이었다.
천하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
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일 뿐이고 아무리 엄청
난 내공을 지니고 있어도 무영시에 이기어시를 남발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지. 정면을 막겠다면 위에서 공격하는 수 밖
에….”
잠깐의 고민도 끝나고 소문은 결정을 했는지 주변의 나뭇
가지를 꺾었다. 그리곤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가는 무리의
위에다 나뭇가지를 날렸다. 말이 나뭇가지지 활시위를 떠
난 나뭇가지를 더 이상 단순한 나뭇가지라 부르기엔 무리
가 있었다. 소문의 기가 가득실리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나뭇가지가 어디 보통 나뭇가지로 보이겠는가! 하늘 높이
올라간 나뭇가지는 무리의 후미를 지나 중앙에서 걸어가고
있는 문도의 정수리를 급습했다.
“크아악!”
단 한대의 화살이 그토록 빠르게 움직이던 만독문의 모든
문도들의 모든 발걸음을 일시에 정지시켜 버렸다.
‘아뿔싸!’
눈에 보이지도 않게 위력적으로 날아오던 기의 화살 대신
평범한 화살하나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지만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독마가 자신의 어리
석음을 질책하며 신음성을 질렀다.
“위다. 모두 위에서 떨어지는 화살을 주의 하랏!”
“크악!”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아와 동료의 몸을 관통(貫通)하자 모든
만독문의 문도들은 혹시나 자신에게도 화살이 떨어질까
두려워 그저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으악!”
다시 들려오는 비명성! 모든 사람들, 심지어 독마와 갈태악
마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소문은 또 한명의 제자를 날
려버렸다. 이번에 무영시를 쓸 필요도 없었다. 그저 정면으
로 화살을 날렸을 뿐이었다. 하늘에만 정신을 팔고 있는 목
표에 무영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무안한 일이었기 때문이었
다. 만독문의 문도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끔찍한
공포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말았
는데… 마침내 지금까지 침착하게 참고 있던 독왕의 분노
가 폭발하고 말았다.
“전 제자들은 흩어져라! 흩어져서 적을 찾아라.”
“문주님! 그리….”
“되었네. 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고, 맥없이 죽어가는 제
자들도 보고 싶지 않다네. 죽더라도 싸우기라도 하고 죽었
다면 이리 화가 나지도 않을 것을….”
독왕은 자신을 말리는 독마의 말을 중도에서 자르고 자신
의 의지를 관철했다.
“뭣들 하느냐? 어서 찾아라!”
독왕의 명령을 받은 만독문의 문도들은 좌우 사방으로 흩
어졌다. 그들도 가만히 앉아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화살에
당하느니 화살에 맞더라도 한번 이라도 제대로 싸웠으면
하는 심정이 간절했다.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어느새 독
왕의 곁으로 다가간 장로들이 독왕의 명령을 말리고 나섰다.
“문주님. 이래선 안됩니다. 적의 화살을 일반 제자들이 감
당하지 못합니다. 만에 하나 적이 한둘이 아니라면 모든
제자들의 목숨이 위험해 집니다.”
“어쩔 수 없네. 이미 명령은 내려졌고… 그리고 너무 걱정
하지 말게나. 적이 많았다면 화살이 그처럼 한 개씩 날아
오지는 않았을 것이니. 그리고 그런 무위를 보이는 자가
여럿이 있었다면 먼저 공격을 해도 몇 번을 했을 것이네.”
“하지만….”
“자네들이 저들을 이끌게. 자네들의 말대로 조금의 피해라
도 줄이려면 자네들이 나서야 할 것이네.”
“알겠습니다….”
아무리 자신들이 말려도 독왕의 의지가 확고한 것을 확인
한 독마와 장로들은 힘없이 뒤로 물러섰다. 독왕의 말대로
수하들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자신들이 나서야
했다. 그 짧은 시간에도 벌써 몇 번의 비명이 들리는 것
을 보니 이미 상당한 제자들이 쓰러진 모양이었다.
‘어느 놈인지 정체만 나타내거라.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씹
어 먹고 말리라!’
비명이 난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독마의 눈에서 시퍼런
독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궁귀검신 31장 : 사천풍운(四川風雲)-4
“지독한 놈들!”
연신 화살을 날려대는 소문은 줄기차게 자신을 쫓아오
는 만독문의 집요함에 치를 떨었다. 옆의 동료가 쓰러
지건 말건 오직 자신만을 노리며 질주해 오는 그들과
대치한지 벌써 반 시진. 거의 칠팔십 명이나 쓰러뜨렸
지만 적들은 도무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들의 경공으로는 출행랑을 시전하며 무영시를 날리는
소문을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생명을 도외시 하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제길, 몇 명만 쓰러뜨리면 알아서 물러날 줄 알았던
내가 멍청했지….”
그렇게 일각을 더 뒤로 물러나자 소문은 자신의 주위가
갑자기 환해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문이 갑자기 환
해진 주변에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제일먼저
들어온 것은 자신과 만독문이 하룻밤을 지낸 그 객점이었
다. 만독문의 무리들이 좌우로 넓게 퍼져 소문을 쫓
았기에 뒤로만 물러선 것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이런, 어느새 여기까지!”
어차피 이 공터만 지나면 다시 숲이 이어지기에 별다른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
몹시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소문의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했다.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구나!”
싸늘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또 하나의 무영시를 날리던
소문은 순간 동작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객점의 문이 열리며 어느새 십여 명의
인원이 쏟아져 나오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길, 미리 돌아서 와 있었군. 이제 정면 돌파만이 남
은 것인가?’
소문 자신의 도주로를 차단하는 만독문의 무인들을 보
며 생각을 정리했다. 도망을 가자면 불가능한 것은 아
니나 더 이상 그렇게 하기도 귀찮았다.
“허허, 자네도 왔는가? 어서 오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
기에 다들 팽산을 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가? 이분
들도 돌아오시더니….
” 소문을 보자마자 달려오며 반기던 객점의 노인은
더 이상의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하였다. 다만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여졌는지 모르는 노인의 입만이 뭐라
말을 하려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퍼억!”
독왕은 무의식 적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의식적으로
그런 것인지 모르나 자신의 발 아래로 굴러 떨어진 노
인의 머리를 밟으며 소문에게 다가왔다. 수박이 깨지는
소리를 내듯 너무나 힘없게 박살난 노인의 머리에서
하얀 뇌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예상보다 너무 늦었군. 그만큼 많은 제자들이 쓰러졌
다는 것이겠고….”
한발 한발 소문에게 다가가는 독왕의 살기는 짙어만 갔
다.
“그냥 물러났다면 모를까 불나방처럼 달려드니 그럴 수
밖에….”
소문은 자신에게 밀려오는 살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유가 있었다. 이미 패천궁의 포위망에서 남궁검을
구출한 경험도 있고, 사실 이 정도에 겁을 먹을 소문은
아니었다. 물론 독왕의 살기를 감지하면 할수록 긴장
감은 더 높아지고 있었지만… 소문은 쓰러진 노인을 바
라보며 안타까운 눈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누구 길래 아무런 상관도 없는
우리를 공격한 것이더냐?”
“훗, 다 이유가 있으니 그런 것이 아니겠소? 그게 궁금
한 것이오?”
“흐흐, 그렇지 이미 네놈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
고 말았다. 말이 필요 없겠지. 네놈의 죄는 우선 그 두
팔과 두 다리를 뽑아 놓고서 논해 보도록 하자.”
독왕은 벌써 소문의 사지(四肢)가 자신의 것인 냥 자신
감 넘치는 말을 하였다.
“문주님께서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어찌 요리조리 도
망만 다니는 쥐새끼를 상대하고자 문주님이 나서신단
말입니까? 제자들에게 맡겨주시지요.”
이제야 막 공터에 들어선 독마와 장로들은 재빨리 앞으
로 나서며 말을 하였다. 아닌게아니라 독마를 따라 공
터에 들어선 만독문의 문도들은 하나같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소문을 노려보았다. 수 없이 많은 동료들의 목
숨을 앗으며 자신들에게 죽음의 공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刻印)시킨 인물이었다.
자신들이 언제 그런 상황에 처해 본 적이 있었는가? 잠
시 동안 공포를 느꼈던 것을 수치라 여기는 이들은 자
신들을 그리 만든 소문에게 모든 분노를 쏟고자 했다.
독마는 이런 제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를 했
고, 독왕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까지 나설 필요도 없다는 것인가? 그것도 좋겠지.
알아서 하도록 하라!”
독왕의 명이 떨어지자 그때까지 소문을 노려보기만 하
던 만독문의 문도들이 움직임이 서서히 시작됐다. 하늘
끝까지 뻗을 듯한 살기. 흉험한 기세로 공터의 중앙
에 서 있는 소문을 둘러쌌다. 소문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만독문의 문도들을 보며 냉소를 지을 뿐 당황하
거나 조급해 하는 표정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한명
의 문도에게 다가간 소문은 다른 특별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그저 갑자기 나타난 소문의 신형에 어쩔 줄 몰
라 하며 당황하는 그의 배를 가볍게 한대 질러주고는
쓰러지는 그에게서 검 하나를 빼앗아 왔을 뿐이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한
사람은 이미 쓰러져 정신을 잃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이
들은 그저 멍 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뭣들 하느냐?”
독마는 멍청히 서 있는 제자들을 향하여 일갈을 했다.
적은 이미 검을 빼앗아 싱글거리고 있는데 눈앞에 그런
적을 두고 멍해있는 제자들이라니….
“쳐라!”
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그제 서야 소문
을 포위하고 있던 문도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공
격에 나섰다.
‘훗, 지난번 혈참마대에 비하면 네놈들의 공격은 공격이
라 부를 수도 없는 것이다.’
소문은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에서 쏟아져 오는 공격을
살피고 있었다. 이처럼 일대 다수의 싸움에서는 무엇
보다 상방에서 시작되는 공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눈과, 그에 대응하는 빠른 몸놀림, 공격에 대한 우선순
위를 파악해 대처하는 판단능력, 그리고 이런 긴장 상
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체력 즉 내공과 정신력
이 필요했다. 그리고 소문은 이 모든 것을 갖춘 상태였다
. 다만 부족한 것이라면 지금까지 제법 싸움을 했다
지만 그래도 아직은 실전의 감각이 다른 절정의 고수
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터라 순간순간 공격에 대응
하는 판단 능력에서 실수를 범하곤 했다. 다만 출행랑
이라는 최고의 보법을 지니고 있는 그 인지라 잠깐의
판단실수는 그런대로 무사히 넘어가고 있었다.
“크악!”
“죽여라!”
소문은 마치 성난 황소처럼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최초의 충돌에서 적들이 기가 실린 자신의 검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다는 사실을 안 소문은 마구잡이로 검
을 휘두르고 있었다. 절대삼검은커녕 구양풍에게 배운
간단한 삼초식의 무공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 누
구도 그의 검을 받아내는 자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이 따위 실력으로 당가를 친다는 것이지?’
소문은 공격을 하면서도 의아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
다. 자신이 그 동안 보고 느낀 바에 의하면 당가의 무
인들은 하나 같이 고수가 아닌 자가 없었다. 특히 전
대가주였던 당천호의 실력은 대단한 것이었는데 그런 당
가를 치러 간다는 자들의 실력이 이 정도에 불과하자
오히려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의 실망과는 다르게 소문을 공격하는
만독문의 문도들이나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우두머리
들은 경악에 경악을 하고 있었다. 소문이 느끼듯이
만독문의 문도들이 지닌 개개인의 무공실력은 그 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아니 그 명성에 비하면 너무
도 초라한 수준이었다. 그런 그들이 당가와 어깨를 나
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독공이었다. 만독문에는 문
주에서부터 하급의 무인까지 익히는 만독문의 가장 기
초가 되는 내공 심법인 혼염묵공(魂炎墨功)이라는 절세
의 독공(毒功)이 있었는데 혼염묵공의 특징은 내공을
일으키며 저절로 독기(毒氣)가 발출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만독문의 문도들이 익히는 무공들이 이 혼염묵공
을 바탕으로 익히는 지라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들이
쓰는 모든 무공에는 자연스레 독기가 흐르게 되었다.
무공의 화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독기를 안으로 갈
무리 할 수도 있고 흘러나오는 독기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는 만독문에서도 몇
되지 않았다. 이들이 내뿜는 독기는 사람을 바로 죽일
수 있는 극독(劇毒)은 아니지만 내공의 운영이나
몸의 움직임을 현저히 막는 무인에게 있어선 아주 치명적
인 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과 싸우는 사
람들은 이 독기에 노출되는 자신을 막고자 힘썼고 자연
지니고 있는 실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였다. 그런
이점을 지니고 싸움에 임했기에 만독문의 문도들은 본신
실력은 떨어지지만 함부로 무시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그들과 상대하는 소문에겐 이 독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들이 내뿜는
독기가 맑은 공기라도 되는 듯 한껏 심호흡을 하며
공격을 하고 있으니 그들이 당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저놈의 움직임이 느
려지긴 고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지 않은가?”
“제자들이 내뿜는 독기가 저 놈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
지 않는 모양입니다.”
독마는 말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저놈이 당가에서 우리를 막고자 보낸 고수가 아닐
까요? 당가에서 왔다면 저 정도의 독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을 수 있지 않습니까? 아니 독공을 익힌 고
수라면 더 좋아 할 수도 있겠지요. 저 독기를 흡수할
수도 있으니까요.”
갈태악은 혹시나 하는 얼굴로 독마를 바라보면 말을 했
다. 하지만 곧 들려온 독마의 말은 갈태악의 말을 정
면에서 부정했다.
“당가에서 저처럼 궁에 뛰어난 고수가 있다는 것을 들
어보지 못했네. 그리고 저놈에게서 독공을 익힌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고….”
“그건 독마의 말이 맞네. 그리고 설사 암왕이라도 저런
독기에 노출된다면 그 실력이 줄어드는 수밖에는 없는데
어찌 저놈은….”
독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적이 등장한 것이었다.
“안되겠습니다. 저희들이 나서야지 너무 많은 제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저희가 함께 나서는 것도 보기 좋진 않습니다. 우선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독마수 봉천은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소문에게 다가
갔다. 독마는 고개를 돌려 독왕을 바라보았다. 독왕은
정면을 주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서라.”
봉천은 우선 주변의 제자들에게 물러설 것을 명령하였
다. 어차피 그들은 소문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고
자신에게도 방해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문은
갑자기 등장한 봉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다지 크
지 않은 키에 냉막한 인상을 지닌 노인이었다.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군. 하지만 잔재주는 거기까
지다. 나 독마수 봉천이 너를 상대하마!”
“큿, 잔재주라… 그럼 어디 잔재주 맛을 한번 보시구
려.”
봉천은 소문의 빈정거림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천천
히 자세를 잡았다. 역시 강호에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봉천인지라 그 기세가 실로 예사롭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 전의 싸움으로 만독문을 과소평가(過小評價)하
고 있는 소문에겐 그저 별 볼일 없는 노인의 기세였다.
“하앗!”
봉천은 소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빠르게 접근
하고는 어깨에 일장을 날렸다.
“흥, 어딜!”
그런 봉천의 움직임이 그저 가소로울 뿐인 소문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검을 들어 자신을 공격하는 봉천의
오른손을 베어갔다.
“깡!”
‘깡?’
소문은 갑자기 저려오는 손과 귀에 들려오는 금속성(金
屬聲)에 화급히 놀라며 몸을 틀었다. 간발의 차이로
봉천의 손길을 피한 소문은 철렁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황당하다는 듯이 봉천을 바라보았다. 봉천의 일수가
자신의 가슴에 적중할 뻔한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깡이라니… 그게 어디 검과 부딪친 팔에서 날 소리란
말인가?’
“후후, 놀랐는냐? 아직 놀랄 일이 이 남았다.”
소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자 봉천은 어
깨를 으쓱이며 팔을 흔들며 말을 했다.
“아주 단단한 팔을 가지고 있구려.”
“뭘 이 정도를 가지고 그러느냐? 그런데 네놈에게 하나
물어볼 말이 있다.”
“물어보시구랴.”
소문은 계속해서 이놈 저놈 하는 봉천의 말투가 그 다
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퉁명스럽게 대꾸를 했다.
“네놈이 우리를 공격한 까닭이 무엇이냐?”
“참 답답한 노인이네. 아까 말하지 않았소. 다 까닭이
있으니 공격하는 거라고….”
“…….”
“흠, 흠.”
“그 한마디로 네놈이 죽음은 결정되었다.”
“그럼 살려 줄라고 했소?”
봉천은 소문이 자신을 우롱한다고 생각했는지 안 그래
도 냉막한 얼굴에 웃음을 지우고 소문을 노려보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두 손을 앞으로 내민 봉천의 몸이
천천히 움직였다.
‘어라. 저것이 무엇이지?’
소문은 점점 새까맣게 변해가는 봉천의 양손에서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왜 독마수라 불리는지 똑똑히 가르쳐주마!”
봉천은 양손을 기묘하게 교차하며 소문을 공격했다. 봉
천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의 손에서 묵빛 연기가 솟
아오르며 소문을 압박했다. 그 기운이 범상치 않은 것
을 느낀 소문은 감히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며 그 기운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봉천은 그런 소문의 의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새로운 공격을 하였다.
“그렇게 거리를 둔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하앗! 암연소
혼장(暗煙消魂掌)!”
봉천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두 손에서 발출된 묵빛 기
운은 하나의 공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소문에게 쏘아져
나갔다.
“오, 저것은 장강(掌?)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둘째의 화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모
양입니다.”
독마는 나날이 깊어가는 의제의 실력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저 정도의 강기면 저 건방진 애
송이의 목숨을 취하는 것은 매우 손쉬울 듯했다. 그들
이 만족해하는 만큼 소문은 당황을 했다. 이 정도의 강
기는 패천궁의 태상장로라던 궁사흔이 뿜어내던 검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함부로 대처하지 못하
는 것은 그 기운 속에서 느껴지는 뭔가 모를 불안감이었다.
‘에라. 부딪쳐 보면 알겠지.’
몇 번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소문은 더 이상 피하기
만 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는 듯이 강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팡!”
소문의 검에서 쏘아져 나간 검기는 너무나 손쉽게 자신
을 괴롭히던 강기를 소멸시켰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약
간의 연기를 들이마셨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저
약간 속이 느끼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흥, 난 또 뭐라고. 괜히 겁을 먹었군.’
은연중 겁을 먹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진 소문은 그
화풀이의 대상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멍한 눈
으로 바라보는 봉천이 눈에 띄었다.
“흥, 그게 다란 말이지…. 그럼 이제 내 공격을 받아보
시구려.”
소문은 검을 곧추세우고 기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절
대삼검을 제외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최강의 검법인
팔방풍우를 시전 하였다. 무시무시한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팔방풍우는 그 어떤 검법의 초식보다 훌륭한
것이었다. 잠시 동안 멍하니 소문을 바라보던 봉천은
갑작스레 시작된 소문의 공격에 이리 몰리고 저리 몰
리며 곤경에 처했다. 자신을 독마수라는 명칭을 가지게
해준 양팔을 무기삼아 겨우겨우 공격을 막아내긴 했
지만 모든 기운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멀쩡했던 팔에
도 점점 깊은 상처가 아로새겨졌고 미처 막지 못한 검
기가 봉천의 온 몸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갔다.
“멈춰랏!”
여유 있게 봉천을 압박하던 소문은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잠시 손을 늦추고 몸을 뺐다.
“호, 합공이시구려. 하려면 진작 하시지. 이미 저럼 몸
이 되어서야… 쯧쯧.”
소문은 새롭게 나타난 갈태악과 봉천을 바라보며 안됐
다는 듯이 혀를 찼다. 과연 소문의 말대로 봉천의 모
습은 처절했다. 결정적으로 치명타를 맞은 것은 아니지
만 이미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마, 만독불침(萬毒不侵)….”
봉천은 갈태악의 부축을 받고 몸을 움직이며 소리를 질
렀다. 그러자 봉천을 부축하던 갈태악은 물론이고 독
왕과 독마도 깜짝 놀랐다.
“만독불침이라니? 그 무슨 말입니까?”
갈태악은 소문과 봉천을 번갈아보며 바라보며 소리쳤
다.
“트, 틀림없이 만독…지체야. 아까의 공격에서 난 최선
을 다했네.”
“알고 있소. 하지만 그걸 막았다고 만독불침이라니요?”
“그 공격은 무위로 끝났지만 그가 마신 연기가 무슨 연
기인가를 생각해 보게.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이 아
닌가?”
“그, 그야 그렇지만….”
“게다가 내가 공격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내 몸에선 계속
해서 많은 독기가 뻗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 누가 있어
그걸 마시고도 저렇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갈태악은 봉천의 말에 미처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방금
소문이 들여 마신 연기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만독불침? 그게 뭐지?’
소문은 자신은 아랑곳없이 만독불침이 어쩌구 하며 주
절대는 봉천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쓸데없는 말로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덤비시구랴. 혼자
덤벼도 좋고 힘들겠지만 같이 덤벼도 좋지만….”
소문의 말에 발작적으로 나서려던 갈태악을 붙잡은 봉
천은 소문에게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네 실력은 인정하마. 그 정도 무위에 당치도 않은 만
독불침을 이루어 냈으니 우리가 우습게 보이기도 하
겠지. 그러나 우리 만독문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잠시만 기다리면 그 이유를 알게 해주마.”
“자꾸 만독이 어쩌구 하는데 난 그런 거 모르오. 그러
나 잠시 기다릴 시간은 있으니 걱정은 마시구려.”
소문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을 하였다. 이쯤하면
몸을 빼는 것이 상책이건만 수십 명에 이르는 만독문의
문도들을 상처하나 없이 쓰러뜨리고 무리의 우두머리
정도 되는 인물마저 쉽게 물리치자 기고만장한 소문
은 뵈는 게 없었다. 그 동안 웬만하면 싸움을 피하고자
했고, 힘쓰는 것을 귀찮아했던 소문이지만 이제 곧
중원 여행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여 정혼녀를 본다는
설렘과 그런 정혼녀의 집을 급습하려는 적들을 자신
의 힘으로 물리치게 되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지배하자
평소의 그와는 다르게 상당히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흠, 정녕 그 방법뿐인가?”
독왕은 침울하게 말을 하였다.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문주님과 여기 있는 형님과
막내가 함께 나선다면 이기기야 하겠지만 우리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벌써 많은 제자들의 피해
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주님이나 장로들이 부상을
당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설마 그 정도까지야….”
독마는 힘겹게 말을 잇는 봉천의 말에 수긍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여기서 보는 것과는 달리 저놈과 싸운 저는 저놈의 실
력을 이제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그것을 쓰지
않는다면 어쩌면 여기서 뼈를 묻을 수도….”
“그 정도인가? 나 독왕과 자네들이 합세해도 당하지 못
할 정도의 무위를 지니고 있단 말인가?”
“…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무런 피해 없이 잡기는 힘들
것입니다.”
“허허허허! 창피한 일이로군. 창피한 일이야. 결국 우리
의 명성은 다 허명(虛名)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고작 약관(弱冠)을 넘은 어린놈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
게 될 줄이야….”
독왕은 허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사부
를 보며 기수곤이 뭐라 말을 하려 하였지만 독마의 제
지로 입을 다물었다.
“평생 그런 말을 하지 않은 자네가 아닌가? 자네의 판
단이 그러하다면 그 말이 옳겠지. 알았네. 그걸 쓰도록
하지. 당가에서나 쓰일까 한 물건이었는데….”
“알겠습니다.”
첫댓글 즐감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즐감
감사해요~~~^~
ㅎㅎㅎ
그게 무슨 물건이지?
잼납니다
ㅈㄷㄱ~~~~~```````````````
만독문
ㅈㄷㄳ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아좋아
즐독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