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습니다.
어릴 적 새벽 어스름에 성모상 앞에 고요히 앉아 묵주기도를 바치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그저 ‘예’라고 대답하셨던 성모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위해 애쓰는 사람의 뒷모습,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어려운 이들에게 말없이 손길을 내미는 사람의 뒷모습은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앞모습을 가꾸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고치며 앞모습을 잘 꾸미기 위해 애를 씁니다.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고 가진 것을 자랑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진정성은 앞모습보다도 뒷모습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뒷모습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입니다.
뒷모습은 그가 갈망하며 걸어온 삶의 발자취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삶의 무게에 그의 걸음이 멈춰서고 힘들었을 지라도, 자신 안에 사랑을 품었고 가난한 이웃의 짐을 나누었고
하느님과 사람에게 진실하려고 애쓴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그래서 내가 서있던 자리에 서있게 될 다른 이들, 내가 걸어온 길을 뒤따라 걸어올 사람들,
내가 머물던 자리에 찾아올 누군가를 생각하면 지금 나의 뒷모습을 진지하게 돌아다보게 됩니다.
하느님을 향해 가야할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신 예수님의 뒷모습은 그분의 믿음과 삶이 새겨져 있습니다.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에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며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우리를 향한 묵직한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그 분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오늘도 부활을 향한 여정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나를 따라라.”(루카 9,51)
김영수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