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등대다. 니 맘대로 해봐라!!!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함장 과 일병
군함 한척이 어두운 밤에 항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면에 불빛이 보이는 것이었다.
군함 정면에 불빛을 보고
함장은 급히 신호를 보냈다.
방향을 서쪽으로 10도 돌려라!
상대가 답신을 보냈다.
당신이 방향을 동쪽으로 10도 돌려라!
화가 난 함장은 다시 신호를 보냈다.
나는 해군함장이다.
네가 방향을 돌려라!
상대가 다시 신호를 보내왔다.
나는 해군 일병이다.
그쪽에서 방향을 돌려라!
화가 난 함장은 최후의 신호를 보냈다.
이 배는 전투함이다.
절대 진로를 바꿀 수 없다!
그리고 "모두 전투 준비하라
자동 발칸포 장전"
그러자 상대방도 마지막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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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등대다.
니 맘대로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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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퍼다가 카페에 실은 글입니다
우화라고는 해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중에 특히 부부의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함장이 남편이고 등대지기가 아내라면
남편은 저 스스로 방향을 바꾸어야 살고
아내가 함장이고 등대지기 일병이 남편이라면
아내가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충돌을 면할 수 있는데
우리는 저 무모한 함장처럼
나를 바꾸려 하지는 않고
상대를 바꾸라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부딛히고 싸우고
일촉즉발의 전쟁상황에 이르지만
정작 둘 사이에 이긴 자가 없는 전쟁입니다.
같이 죽는 길 외엔 달리 없습니다.
하여 오래 같이 산 부부들도
나이 먹어 가면서 이혼은 그렇고
우리 졸혼이라도 합시다 하여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부부가 있다
하는 소식도 간간이 들립니다.
도무지 바뀔 수 없는
등대같은 아내를 향해
혹은 남편을 향해
아무리 발칸포를 준비해도
피해는 포를 준비한 사람이 큽니다.
그럴바에는 내가 먼저 져 주자 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이루는 길인데
그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다 보니
상처투성이 혼인 생활을 이어 갑니다.
서로 말도 안 섞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밥도 혼자 먹게 차려 주고
몸에서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하루 종일 하는 말이라고는
아랫녁 남자들 한다 소리처럼
밥묵었나? 아는? 디비 자자.
세마디입니다.
ㅎㅎ
애들 커서 나가고
큰 집에서 달랑 둘이 사는데
부부가 각방을 쓰기도 하는 등
말만 즐거운 우리집이고
속 내용은 감옥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럴바엔 어느쪽이든 먼저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건가
다 내 잘못이다 그만 하자 하면 될텐데
존심상 그 말이 안나오니 문제입니다.
어느 집 노부부가 한바탕 하고
말을 잊고 묵언패를 목에 두른지
어언 한달이 지납니다.
속마음으로는 이제나 저제나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주길 바라지만
본인이 먼저 말 걸었다가는 평생
코를 꿴 채로 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도무지 천근같은 입이 열리지 않습니다.
살림도 각자가 되고 보니
밖에 나가 무엇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아예 물어 보거나 알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속으로 걱정은 하면서도.
그런데 어느 날 밖에서 돌아 온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장롱부터 싱크대 찬장
장독대 애들 방 책상서랍 신발장 창고등을 열어
그 속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꺼내 놓습니다.
뭐 귀중한 것이라도 찾는 듯이.
처음엔 지저분하게 왜 저러나 하다가
부인이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저 양반이 갑자기 치매가 와서
잊었다고 생각되는 집문서 땅등기 찾느라
저렇게 헤매고 다니는가 싶어
차마 뜯어 말리지는 못하고 지켜 봅니다.
한나절이 지나도록
열고 본 곳을 다시 보는 남편을 보며
늦어가는 저녁에 부인이 말합니다.
"여보 영감
답답해 죽겠네.
뭘 찾느라 그러시는지 말이나 해 보시요.
내 알면 말해 주리다."
남자가 빙그시 웃으며
'이제 찾았다' 합니다.
'뭘 말이요?' 하고 물으니
'당신 목소리' 라고 말하는 남자를 보고
둘 사이에는 어쩔수 없이 다시 훈풍이 돕니다.
그렇게 싸워 봤자 양패구상이지
득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우리는 부부가 싸우고
남북이 갈라 싸우고
검찰과 경찰이 싸우며
여야가 나눠 싸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평생을 허물없이 산 부부라도
상대의 마지막 자존심만은
반드시 지켜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번 가족 앞에 자존심이 꺾이거나
상처받은 남자는 그날로 남자 구실을 못하게 되니
그렇게 마음이 식으면 눈길도 멀어지고
몸은 더욱 얼음짱이 됩니다.
거기에 드라마에서 보면
설상가상으로 자식들마저
제 뜻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등대가 아닌
태산같은 아비와 어미를 향해
막말을 쏘아 대는 것을 보면
금수만도 못한 사람들 이야기를
저렇게 온 국민들에게 교육하고 있구나 싶어
안타까운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함장은 가까스로 충돌을 면하고
일병님 감사합니다 깍듯이 인사하였겠지요.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함장과 등대이기를 고집하지 말고
우리는 때로는 함장이 되고
때로는 등대 일병의 역할을 주고 받으며
능소능대하고 살활자재하는 삶을 살아야
세상 마치고 돌아가는 날
잘 살고 간다 할 것입니다.
집집마다 함께 사는 사람과
평생 동반자요
다음 생의 영원한 반려자가 되는가 하면
철천지 원수가 되는 집도 없지 않으니
그렇게 미워하고 싸우다가는
다음 생에 다시 만나서
그 미움을 또 이어 가야 합니다.
아내는 남편을 평생의 등대로 생각하고
남편 역시 아내를 평생의 등대로 생각해야
바꿀수 없는 등대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지 않고
자기가 먼저 방향을 바꾸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나는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지만
주변에 살아가는 부부들을 보며
배우는 바가 그러해서 이렇게 적습니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글:해월스님 2019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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