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잇단 도발 위협에 취업교육기회 놓쳐
전역 다음 날 바로 비상계획관 시험 준비
1년 내 합격 부담에도 서울-안산 오가며 공부
한번 낙방, 포기 않고 도전…5개월 만에 합격
30여 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시작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전역을 앞둔 후배들이 간혹 전화해온다. 선배님이 부럽다며 전역 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냐는 것이 공통적인 내용이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현재 하고 있는 직책에 부끄럽지 않도록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충실하고 직업보도반에 가서나 전역 후에 준비하라고 말해준다.
지금까지 잘해오다 전역을 며칠 앞두고 불행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과거 사례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영광스럽게 전역하고 미래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물론 전역 후 무엇을 할 것인지 방향설정과 자료준비는 해 놓아야 한다.
필자는
2010년 연대장을 하고 있을 당시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 등으로 전역 전 아무런 준비도 못 했고 직업보도반 교육도 없이
바로 전역하게 됐다. 그 당시 나의 절박한 심정이 전역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역 후에 내가 했던 것들과
마음의 자세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2010년 12월 28일 육군본부에서 전역하는 날,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던지 전역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참 행복했고 고마웠다. 인생 2막도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전역기념 여행도 생략하고 다음 날부터 곧바로 비상계획관 시험 준비를
위해 연말연시를 반납했다.
각종 법령 등을 프린트해서 공부하기 쉽도록 편집하고 서울에 있는 비상재난안전협회에 등록했다. 약 60명
이상이 수업을 받았는데 대부분이 전역 1~3년을 앞둔 사람들이었고 전역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같이 전역한 동기생을 만났는데 그 친구는
군 생활하면서 1년 전부터 출석수업과 공부를 했다며 내게 예비군지휘관이나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당시 비상계획관 시험은
전역 2년 전부터 전역 후 1년까지만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1년 내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기생은 나를 위해서 해주는 말이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생각과 마음은 군 생활을 통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다. 군 생활 중 이른바 비선호지역이나 보직을 우선 희망했고 보직됐을
때는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했다.
비상계획관 시험 합격 후에야 전역 1~2년 전에 학원 등에서 각종 법령과 헌법과목은 완료하고
직업보도반이나 전역 후 별도의 논술준비를 위해 스터디그룹이나 개별지도를 받는 고수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전반기 5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6시간 수업을 받기 위해서 안산과 서울을 오갔다. 4개 법령과 헌법은 모든 내용이 새롭고 암기해야 하는 것들이어서 월~금요일은 법령에 대한
예습과 복습을 했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헌법은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5월 중순 시험에 응시해 낙방했는데 원인은 논술이었다.
일반적인 안보 관련 내용이 아닌 비상계획관 업무에 관한 세부적인 주제가 나오는 바람에 제한된 시간 안에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학원에서 제시해준 몇 가지 주제와 그동안 안보 관련 지식으로 대충 보려고 했던 안일한 자세가 문제였다.
물론 법령, 헌법, 논술
등 세 가지를 5개월 만에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예비군지휘관 시험이나 다른 직장을 구할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준비했다. 남은 기회가 있는데 미리 겁먹고 다른 것을 준비한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 때마침 비상계획관 시험을 준비하는 10여 명이 일주일에
두 번씩 논술과 법령을 토의하는 스터디그룹에 들어가서 함께 공부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스터디그룹은 서울에서 화, 목요일
4시간(18:30~22:30)씩 할애했고, 나머지 시간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하고 식사시간도 아끼기 위해
교내식당을 이용했다. 저녁에는 인터넷 강의로 헌법을 2시간 이상 공부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후반기 11월에 비상계획관
시험에 합격, 현재는 한국조폐공사 비상계획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뒤 오직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나는 비상계획관 시험에 합격한 뒤
공사에 임용되기 전 6개월 동안 빌딩경영관리사, 1급 소방안전관리자, 위험물취급관리자격증을 취득했고 공사 임용 후에는 대학원 박사과정 5학기에
재학 중이다. 마지막으로 군에 있는 전우들이나 전역을 앞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성실이 능력이요, 최대 무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