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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푸름도 다 사라지고 화려한 단풍들도 낙엽으로 져서 앙상한 가지를 들어낸 나무들이 을씨년스러운 계절이면 왠지 마음도 침울해지고 침체하기 쉽다.
이토록 우울해지는 계절에 그래도 성탄 4주 전부터 대강절 촛불을 켜고, 네온사인으로 어둠을 밝히고 화려하게 장식하게 되니 참 다행한 일이다. 이 대강절 기간이 없다면 이곳의 겨울은 너무 어둡고 암울하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강절이 되면 하나님과 일체인 전능하고 거룩하신 성자 예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어 가장 낮은 마구간에 아기 예수로 이 세상에 오신 그 큰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을 새삼 헤아려 보며 낮아지는 마음으로 대강절 주일 아침마다 촛불을 하나하나 더 밝혀가며 설렘으로 성탄을 기다린다. 이곳 독일의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은 성탄절과 부활절이다.
대강절에는 각 도시 중심가마다 특색 있게 디자인한 네온사인 전등 그림들로 장식된 거리가 참으로 화려하고 멋있다. 그리고 또 각 시에 형성된 성탄절 야시장은 분주하던 일상을 벗어나 잠시나마 낭만적 감정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이때부터 이웃집 정원 잔디밭에는 순록들이 끄는 썰매에 니콜라우스가 선물을 잔뜩 싣고 번쩍번쩍 불빛을 밝히며 달리고, 건넛집 창문들은 여러 모양으로 장식된 네온 불빛들도 화려하다. 이곳에선 대강절 장식도 약간의 유행을 타는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는 바깥벽에 니콜라우스 할아버지가 커다란 선물 자루를 어깨에 메고 창문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모형은 거의 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에 찾아온다고 알고 있는데 이곳에선 산타클로스를 니콜라우스라고 부른다. 니콜라우스가 오는 날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매년 12월 6일이다. 니콜라우스는 지금 터키의 한 도시에 살았던 주교의 세례명인데, 그는 매일 큰 자루에 여러 간식을 담아 메고 성 밖 거리로 나가서 가난한 사람들과 특히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자비를 베풀며 선행을 도모하였다고 한다. 그가 죽자, 사람들이 슬퍼하며 그가 죽은 날 12월 6일을 기념한 것이 니콜라우스 날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이곳의 어린아이들은 니콜라우스가 12월 5일 밤이면 잠자는 사이에 선물을 가져다 놓고 간다고 믿는다. 우리 손자 손녀도 그걸 믿고 있어서 12월 6일 아침에 엄마 아빠가 몰래 사다 놓았던 선물을 내어주면 그들은 니콜라우스가 가져다주었다고 무척 기뻐했는데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는 니콜라우스 날 선물에 관한 진실을 밝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아메리카로 이주하면서 네덜란드어로 세인트 니콜라스라고 했는데 그곳에서 변명 되어 산타클로스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성탄 4주 전부터 촛불을 밝히고 기다리던 성탄 전야가 오면 이곳에선 전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하고 그 트리 아래 다음날 성탄일에 주고받을 선물을 놓아둔다.
우리도 두 아들이 어릴 적에는 싱싱한 전나무를 미리 사다가 지하실에 두었다가 성탄 전야에 빨강, 파랑, 은색, 금색의 큼직한 구슬들을 걸고, 유아원에서 만들어 온 종이 조각품들, 썰매, 아기천사, 별 등을 걸고 그 위에 은색 라메타를 둘러 걸쳐서 제법 볼만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아이들과 장식했다.
그 후 아들들이 장성하여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지 않았었기에 이스라엘 촛대 형식의 나무 장식 촛대 전구를 방 창턱에 두 군데 세우고, 후원의 전나무 울타리에는 작은 전등들을 걸어 밤이면 환한 불빛이 어둠을 밝혔다. 몇 년 전에 그 전나무 울타리를 다 잘라 버렸기에 그 후부터는 두 창문에 오색 찬란한 아주 작은 전구들이 달린 긴 줄을 사다가 별 모양을 만들어서 붙였는데, 올해는 남편이 별 모양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그냥 구불구불 무늬가 나오는 대로 붙여 놓았다.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신경 쓰는 모든 일이 귀찮아지나 보다는 생각으로 좀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무늬도 그런대로 볼만하다고 위로했다.
일반적으로 이곳에선 새해를 맞아 신년 첫 주 토요일에는 대강절 네온 장식들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모두 치운다. 도로변에 내어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거두어 가는 날은 시마다 차이가 있다.
새해로 들어서 갑자기 전 유럽의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많은 눈이 내렸다. 남부 독일에는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내려갔다. 이곳 독일엔 작년에 눈이 한 번도 오지 않고 땅도 얼지를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흰 눈이 수북이 내려앉은 순백의 절경에 마음마저 하얘지는 느낌이 들며 어릴 적 고향의 설경을 회상하며 향수에 젖었다.
나는 오늘 이 시간에 대강절 장식을 거두며 이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는 현실에 입각하게 된다. 올 한 해도 별일 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는 소망한다. 새해로 들어 무슨 특별한 계획이나 비전이 없어도 그저 별일 없이 하루하루를 넘긴다는 것, 참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이 나이가 되면 절감하게 된다.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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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PEN 회원, 시산맥 특별회원, 문학의봄작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