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의 선두주자인 '스퀘어(Square)'를 창업한 짐 매켈비는 한때 유리 세공인이었다.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 회사는 돈을 벌지 못했고, 취미였던 유리 세공이 그의 유일한 소득원이었다. 그를 지원해준 첫 번째 벤처캐피털 회사는 유리 세공 회사였던 셈이다.
유리 세공 작품을 팔아 회사를 꾸려나가고 생계를 유지하던 중 거액의 손님을 놓치는 일이 발생했다. 신용카드를 결제할 단말기가 없어 거래가 성사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여기서 바로 창업의 실마리를 잡았다. 단말기 없이도 신용카드를 그어 계산할 수 있는 모바일 포스시스템이었다. 휴대전화 이어폰잭에 꽂는 작은 소형단말기와 앱 하나만 있으면 됐다. 간단한 방식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지자 비싼 단말기를 살 수 없었던 소상공인들은 열광했다.
2013년 기준 연간 결제규모가 200억달러에 이르는 스퀘어의 시작은 이처럼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히트칠 만한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문제를 느끼는 것에서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성공한 것이다.
창업에 관해선 사람들이 흔히 믿는 지침들이 있다. 기회를 열심히 찾아 위대한 상품을 발명하고, 빨리 일하고, 대담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MBN Y포럼을 방문한 스퀘어의 창업자 짐 매켈비는 창업에 관해서라면 이런 지침들이 틀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기회를 찾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고, 위대한 상품보다는 적당히 좋은 상품을 빨리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말기가 없어 신용카드를 못 받는 불편함을 해결한 스퀘어의 결제 시스템을 만든 건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무에서 유를 발명하기보다는 있는 기술을 활용하라고 했다. 스퀘어에 활용된 결제 기술도 그리 첨단 기술은 아니었다. 스마트폰의 앱을 잘 이용했을 뿐이다. 또한 빠르게 일하고 대담해지기보다는 참을성을 가지고 겸손하게 견디라고 충고했다. 스퀘어가 금융기관과 협력하고 정부 인허가를 얻기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젊은 창업가인 그는 MBN Y포럼의 강연에서 TED의 인기 강연자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제스처와 열정적인 메시지로 청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가 반복했던 메시지는 "일상의 문제 해결에서 창업의 실마리를 찾아라, 실패를 두려워 말라"였다. 그는 이제 라운치 코드(Launch Code)라는 창업지원기관을 설립해 젊은 프로그래머와 창업자를 육성하고 있다. 매일경제 MBA팀은 짐 매켈비 창업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창업 철학을 들어봤다.
―문제 해결 방안에 창업의 열쇠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딱 맞는 솔루션을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문제점을 느낀다고 바로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해결책을 탐구하게는 된다. 그러다보면 자기의 역량에 맞는 해결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기후변화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닌 일상의 문제라면 말이다.
스퀘어의 시작도 그렇고 지금 내가 몰두하고 있는 라운치 코드 사업도 그랬다. 희망 없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커다란 과제라 하더라도 작은 솔루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은 매우 열악한 곳이었다. 흑인 소요 사태가 일어난 퍼거슨시와 마찬가지였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왜 하필 프로그래밍이냐 하면 기업들의 프로그래머 수요는 많은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업자와 기업을 매칭시키는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토대로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일자리 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설계해 전파했다. 이처럼 내가 한 일은 한 도시에서 시작한 극히 미미한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스케일을 크게 키워줬다. 그러니 창업에서도 내가 해결책이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작다고 걱정하지 말라. 이를 카피하는 타인이 시장 규모를 키워줄 것이다.
―그렇다면 솔루션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할까.
▷솔루션은 우리가 필요한 유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에 집중하는 자세는 문제를 매우 단순화시키는 미덕을 발휘한다.
만약 기회에 집중해 대박 칠 사업 기회를 계속 찾는다고 하자.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다. 어디에 있는지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기회만 계속 찾다가 아무것도 못할 가능성도 있다.
솔루션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난 유리 세공을 하면서 그걸 배웠다. 완벽한 작품은 목표이기는 하지만 최종 정착지는 아니다. 그러니 항상 뭔가를 고치면서 최대한 좋은 작품에 접근해 가야 한다. 비즈니스도 비슷하다. 완벽한 솔루션을 찾아 완벽한 상품을 출시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프로토 타입이라도 만든 다음 계속 개선을 하면 된다.
―창업에는 정형화된 공식이 없으며 대가들의 선례를 따라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창업엔 완벽한 솔루션이 없다. 사람들은 창업같이 높은 리스크가 있는 일에 도전할 땐 최소한의 보장을 받고 싶어한다.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말이다. 그러나 이런 법칙과 인과관계는 과학의 영역이다. 화학자라고 한다면 화학 물질을 결합할 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건 과학이 아닌 예술(art)의 영역이다. 마케팅도 예술이고 커뮤니케이션도 예술이다. 반복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따라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가들에게서 교훈을 얻고 그걸 답습하기보다는 항상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는 경영의 신이라는 잭 웰치 GE 회장의 강연에 수차례 참여한 적 있다. 분명히 그의 이론은 그 당시 GE에는 정답이었다. 그러나 작은 스타트업엔 맞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창업의 예술은 다른 영역에 그대로 되풀이될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성공한 창업자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얻을 것이라 기대하고 강연을 듣는 게 아닌가. ▷나 역시 오늘 강연의 연사로 나왔다. 그렇지만 난 성공 공식을 전파하는 것엔 반대 입장이다. 그건 내가 뭐라 말할 수 없고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말해줄 수도 없는 것이다. 내가 강연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연단에서 내려와 사람들 옆에 앉아서 '무엇을 하고 싶나? 무슨 문제를 풀고 싶나'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공한 창업자라고 하면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분명히 난 천재형은 아니다. 난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좀 더 잘 알아차리는 재능이 있고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을 뿐이다.
―무조건 빨리 움직이기보다는 때론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난 매우 조급한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항상 하나의 일을 하며 다른 일을 벌인다. 그렇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니 내 커리어가 그렇게 분산돼 있는 것 같다(웃음). 난 보통 한꺼번에 세 가지 또는 네 가지 일을 같이 하곤 한다. 프로젝트들이 내가 원하는 속도보다 훨씬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짜증이 안 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다른 일을 하면서 기다리기를 선택했고 그게 참을성을 키우는 방법이었다.
스퀘어 창업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3주 만에 결제 단말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우리가 정부 허가를 받고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하고 은행과 협의해 시장에 내놓기까진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성미 급한 내가 얼마나 화가 났겠나. 그러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 재촉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에선 인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기다리느냐는 개인의 문제다.
―정부기관의 규제를 해결하는 게 보통의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아무도 간 적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해결하는 게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는 걸 목격하며 보람을 느꼈다. 사실 스퀘어가 널리 작동하기 위해선 카드회사의 기존 룰을 깨는 것도 필요했다. 마스터카드를 비롯해 여러 임원들이 스퀘어가 왜 나왔는지 이해하고 룰을 깨는 모험을 감행해줬다. 우리가 계속 끈질기게 설득하고 스퀘어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다.
―스퀘어는 모바일 결제의 선두주자다. 그러나 지금은 구글, 애플, 삼성까지 핀테크 전쟁에 뛰어들어 레드오션이 돼버렸다. ▷잭 도시와 나 두 명이서 창립했던 스퀘어는 이제 1200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핀테크 시대의 새로운 전략도 그들이 잘 수립할 것으로 믿는다. 모바일 결제와 관련해 나는 우리가 회사를 처음 만들 때 아무도 관심없던 '결제'에 관해 이제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주고 있다는 것이 기쁠 뿐이다. 이제 한 주에 하나씩 결제에 관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 He is…
짐 매켈비는 잭 도시(Jack Dorsey)와 새로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스퀘어의 공동창업자다. 스퀘어는 비싼 포스기가 없어도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든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최근엔 라운치 코드를 설립하고 IT 분야 인재를 양성해 기업과 IT 분야 구직자를 연결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