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던 비행기가 엔진을 끄고 활강 비행하는 것 같아요. 승객들은 엔진이 꺼진 줄도 모르고." 한 재계 인사는 요즘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이렇게 비유했다. 고속 성장했던 우리 경제가 동력을 잃고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도 정부나 국민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경제지표에도 이런 징후가 나타난다. 1분기 성장률이 0.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고 상반기 수출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상반기 기업들의 신규 시설 투자는 2년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현재보다 미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주식시장 역시 유독 우리나라만 1년 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투자 부진의 원인으론 경제계 리더십 공백이 크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2개월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고, SK 최태원 회장은 2년 7개월 더 옥살이를 해야 한다. 태양광 사업에 화끈하게 투자했던 한화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지만 심신(心身)이 지친 탓에 보고조차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콩팥 이식 수술을 받은 CJ 이재현 회장은 병원과 구치소를 오가고 있고, 창업 오너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동부의 김준기 회장은 동부제철 부실 처리를 놓고 금융 당국과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은 IMF 외환 위기 당시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빚어졌던 분식(粉飾) 회계로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포스코·KT·한진·현대그룹 등도 부실 계열사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나라 투자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30대 그룹 중 멀쩡한 곳이 한두 곳에 불과할 정도이니,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초강력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고 한 번 나면 사업장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유해물질관리법, 내년부터 기업에 4조원 이상을 부담 지우는 온실가스 규제 등 끝이 없다. 게다가 금융 당국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생각하는 지주회사법은 얼마나 까다로운지 한 대기업 그룹은 지주(持株)회사 전환을 위해 계열사끼리 지분을 사고파느라 생돈 수조원을 날린 것은 물론 새로운 투자를 할 때마다 법적 요건을 갖추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지주회사를 '저주회사'라고 부를 지경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민주화와 성장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 끼여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표적으로 한 갖가지 규제를 만들면서 동시에 고도 성장을 이루는 마술은 좀처럼 일어나기 어렵다. 동전을 던져놓고 앞면이 나오는 동시에 뒷면도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 경제 리더십에 조언하고 싶은 것은 어느 쪽을 택할지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성장을 택했다면 '기업을 옥죄는 환경 규제 8만 페이지 분량을 없애겠다'는 캐머런 영국 총리처럼 과감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믿고 움직인다.
첫댓글 여기다 더한 것은.... 아직도 세계의 금융 문제는 폭탄 돌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