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화상으로 피부가 굳어버려서 찡그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늘 웃을 수밖에 없어서 좋아요. 호호"
이지선 씨는 이화여대에 다니던 2000년 7월 30일,
올림픽도로에서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를 겪습니다.
그녀의 차는 폭발했고, 솟아오르는 불길 속에서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이 사고로 전신 70%의 화상을 입고 40번의 대수술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첫 번째 책
'지선아 사랑해'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됩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36일 동안
18명의 환자가 죽는 걸 밤마다 봤어요.
그걸 보면서도 나는 살기 위해서 먹어야 했습니다.
결국 병원에서 살아 나오면서
내 안에 생명이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하니 항상 감사한 마음이 샘솟았어요"
그녀는 손가락 10개 중 8개의 마디를 잘라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2개가 남아 있고 엄지가 온전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엄마, 더 많이 자르지 않아서 감사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하루에 한 가지씩 감사할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할 것이 없으면 사고를 입지 않은 유일한 부위,
발을 씻을 수 있는 지금을 감사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감사는 책에 실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이후 많은 후원단체와 복지단체가 그녀의 재활을 응원하게 됩니다.
그녀의 감사는 새로운 문을 여는 힘이었습니다.
그녀에게 배운 두 번째 생각은 바로 긍정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사고와 이후 재활 과정을
그녀는 늘 긍정적으로 해석합니다.
"저는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항상 사고를 만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그날의 사고는 만나진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피해자가 되어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갇히지만,
사고를 만났다고 표현한다면
운명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라는 것이지요.
마치 길에서 아는 사람과 부딪힌 것처럼.
그렇게 그녀는 '사고'를 의인화합니다.
그리고 '사고를 당하다'를
'사고를 만나다'로 희석하면서 삶을 객관화합니다.
"그래서 사고를 만나고 저는 생일이 두 개라고 생각하고 사는데요.
78년도에 제가 태어난 날. 어머니가 낳아주신 날이 있고
사고를 만난 날이 2000년 7월 30일이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을
모두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자신이 행복하게 해석해내는 고수입니다.
그녀에게 배운 세 번째 생각은 유머입니다.
이지선 씨는 2016년 미 UCLA에서
"어떻게 하면 장애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사건을 바꿀 수 있는지"를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3월부터 한동대에서
사회복지심리학과 교수로 근무하게 됩니다.
얼마 전 한 행사에서 한 그녀의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재생 수술을 받아야 하는 끔찍한 고통을 가졌지만
그녀의 영혼은 맑고도 투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유머감각은
더 강력해지고 매력적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홀라당 타버린 여자! 이지선입니다."
와우! 숨이 넘어갈 정도로 놀라운 첫마디입니다.
자신의 가장 큰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켜버리다니!
와우! 하는 감탄사가 터졌습니다.
이어지는 그녀의 멘트는 아름답고 유쾌합니다.
"종종 사람들이 제 인생이 화끈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렇게 다 타버렸는데
어떻게 제 인생이 뜨겁고 화끈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유머가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다시 홀린 듯 그녀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끊임없이 화상을 유머의 소재로 만들면서 상처를 가지고 놉니다.
미국의 소설가이며 심리학자인 토머스 배런은
유머의 가장 멋진 기능은 상황을 멋지게 해석하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이라고 합니다.
리프레이밍은 상황과 조건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유머창조자였던 것입니다.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이렇게 자신을 해학합니다.
"거리에만 나서면 '쯧쯧쯧' 소리가 들려왔어요.
한 번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내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뒤쪽에 계시던 아주머니들이 '데었나 봐, 어쩌면 좋아' 하시더라고요.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려고 내가
'덴 게 아니고 홀랑 탔어요, 홀랑' 하면서 히죽 웃어드렸습니다.
그리고 함께 웃었습니다."
신체에 장애가 있으면
그 사람을 안타까움의 대상으로만 보던 시각을
웃음으로 넘겨버리는 지혜가 놀랍기만 합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얼굴 화상을 가리키면서
'화상둥이 이지선입니다'를
자신 있게 말하고 있을 그녀를 상상합니다.
종종 삶의 무게가 허리를 휘게 할 때
그녀를 슬쩍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집니다.
그녀는 저의 진정한 유머멘토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무한한 긍정 박수보냅니다.
본인의 모습에 감사, 긍정, 유머 갖기 힘들텐데, 이지선씨 생각하며 행복지수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긍정의 힘,,, 유머도 배워 보아야 겠어요,, 많이 부족하지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