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더위와의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 시즌 들어 각 구단이 투수진 운용에 유독 애를 먹고 있는 터라 지난주처럼 무더위 속에 더블헤더를 거푸 치르고 나면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하루 뜨거워지는 날씨 만큼 순위경쟁도 치열해지고 체력소모도 부쩍 느는데요. 모쪼록 프로야구 종사자들이나,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을 잃지 않기 바랍니다. 한해 농사는 이제부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지난주 야구계를 적신 미담과 에피소드들을 풀어볼까요
●롯데란 보약은 너무 달콤해~
지난주 7연패의 늪에 빠졌던 기아가 롯데를 만나 힘을 내며 선두권 재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기아는 주초 대구 삼성과의 4연전에서 2승2패를 거둔 뒤 광주 롯데와의 3연전을 싹쓸이했습니다. 기아로서는 롯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올 시즌 9번 만나 한번도 지지 않으며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특히 롯데는 기아에 3연패의 일격을 가하고 4위까지 올라갔던 LG와의 지난주 중 잠실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이끈 뒤 광주로 와 기아의 ‘밥’이 돼줬으니 기아로서는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더군다나 LG는 롯데에 패한 충격이 컸는지 7일 더블헤더와 8일 경기 등 잠실 두산과의 3연전를 모두 놓쳤으니까요. 기아에 롯데는 ‘너무나 달콤한 보약’인 셈입니다.
●삼성 프런트의 용감한 시민정신
지난 6일 삼성 홍보팀의 권오택 차장과 심창섭 대리는 한화전이 끝난 뒤 숙소에 짐을 풀고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대전 시내 숙소 근처의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던 도중 싸움이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시내 한복판에서 술에 취한 한 남자가 여자의 목을 잡고 넘어뜨린 뒤 폭행하는 장면을 본 것이죠.
사실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는 남의 싸움에 끼어드는 사람이 좀처럼 없지 않습니까. 괜히 나섰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권 차장과 심 대리는 “남자가 연약한 여자를 때릴 수가 있느냐”며 용감하게 싸움을 말리더군요. 한 사람은 남자를 붙잡고 한 사람은 택시를 잡은 뒤 여자를 태워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 남자의 일행 한명이 나서더니 “이 사람들은 결혼할 사이다. 당신들이 왜 참견하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치더군요. 그러자 이들은 “결혼할 사이면 더더욱 폭행을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면서 “사정은 모르지만 일단 여자를 집에 돌려보내고 내일 술이 깬 뒤 이야기하라”고 그 남자들을 설득했습니다. 경찰까지 온 뒤 싸움이 끝났는데 삼성 프런트의 용감한 시민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라는 장가는 안 가고, 웬 남자시중?
SK의 외국인선수 에디 디아즈가 부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잠실 LG전에서 이승호의 볼에 맞아 왼쪽 복숭아뼈에 금이 가는 골절상을 입은 후 한동안 구단이 마련해준 인천 동춘동의 한 아파트에 기거하고 있었는데요. 깁스를 한 상태에다 가족들도 고국인 베네수엘라에 있기 때문에 통역담당인 김현수씨가 같이 머물면서 돌봐주었습니다. 식사부터 빨래, 씻는 것까지 하나하나 부인처럼 챙겼답니다.
김씨는 대구 출신의 노총각입니다. 요즘 결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인데요. 보수적인 고향 부모님이 갈색 눈동자에 피부색도 다른 외국남자의 색시노릇을 한 것을 알면 노발대발할 거라며 쉬쉬하더군요.
그래도 디아즈를 꼼꼼히 시중들어준 덕분에 사랑스러운 남편이 되기 위한 신랑수업을 했다며 자신을 ‘준비된 신랑’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성실하고 사람 좋은 김씨가 올해는 꼭 장가를 갔으면 하고 바라더군요.
●알칸트라의 비디오
LG가 한달간 저울질하던 새 외국인선수 이지 알칸트라가 8일 드디어 국내에 들어왔는데요. 입국하기 전 LG 홈페이지에는 그와 관련한 동영상 한편이 떠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알칸트라의 비디오’죠.
‘참을 수 없는’ 사구에 대응하는 알칸트라의 ‘역동적인’ 모습이 담긴 비디오인데요.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몸에 볼을 맞은 알칸트라는 우선 포수쪽을 향해 화가 났다는 액션을 취해 분위기를 잡은 뒤 투수쪽을 향해 돌진합니다. 그럼 당연히 그라운드에 흩어져 있는 동료들이 투수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올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때 알칸트라는 1대 다수의 불리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몰려드는 야수들 근처를 빙빙 돌며 또 한번 위협적인 액션을 취합니다. 홍콩 액션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처럼 ‘가까이 오면 큰일 난다’는 의사 표시죠.
일단 비디오는 여기서 끝이 나는데요. 체격과 힘이 좋아 LG 코칭스태프의 첫눈에 든 그가 올 시즌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갈지 호기심을 끄네요.
●SK가 무서워!
좀체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현대 김재박 감독이 이례적으로 SK 전력을 높게 평가하며 “무섭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SK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향상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맞대결에서 유독 귀신에 홀린 듯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급기야 7일 인천 더블헤더를 모두 내주며 5연패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이날 더블헤더 제1경기 선발 예정이던 정민태가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등 올 시즌 SK전에서 번번이 선발에 펑크가 나는 등 악재가 겹쳐 상대전적에서 4승7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8일 SK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3-2로 한점 차 승리를 거두며 5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무척 힘든 경기를 치렀지요. 김 감독은 “이거 푸닥거리라도 한판 벌여야겠다”며 SK전에 강한 두려움을 표시했죠. SK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시즌 전적에서는 앞서 있지만 SK 조범현 감독도 “김 감독님의 벤치워크가 워낙 무궁무진해 현대전만 끝나면 손에 땀이 흥건해진다”며 가장 힘든 적수로 현대를 꼽았습니다.
이만하면 현대와 SK가 신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누가 두산을 뚝심의 곰군단이라고 했나
올 시즌 두산은 마무리 부재로 단단히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 탓에 역전패의 빈도도 부쩍 늘었고요.
지난주만 해도 현대와 3연전에서 두번째, 세번째 경기를 뒷심 부족으로 지고 말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마운드가 든든하지 못하다 보니 끝없이 이어지는 투수교체로 지리한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8일까지 통계에 따르면 두산은 3시간16분으로 올 시즌 게임당 평균 소요시간이 가장 긴 팀으로 나타났습니다. 1위 기아와는 무려 14분 차가 나 두산을 상대한 팀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영이 선발로 나오는 날이면 모두 장기전 태세에 들어간답니다. 이재영은 공 한개를 던지고 쓸데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든지 볼이나 모자를 만지작거리는 군더더기 동작으로 동료들뿐 아니라 상대편 선수의 진을 빼고 있습니다. 상대편에서는 일부러 심리전을 펴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마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