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전주 기린로 골목의 한 낚시점 지하에 자리잡은 '레드 제플린(LED-ZEPPELIN)'은 인디밴드들이 숨쉴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었다. 4년 만에 문은 닫았지만, 꽤 많은 팀들이 다녀갔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웃음) 농수산물 공판장에서 10년 동안 배추 나르고 야채 배달하고 번 돈, 그 때 다 까먹었어요. 이제는 가능성도 보이고, 옛날에 겪었던 시행착오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도전했습니다. 사실 유지만 되면 다행일 것 같아요."
지난달 말 다시 문을 연 아트 스페이스 '레드 제플린'. 위치도 전주시내 한복판 옛 프리머스 영화관 3층으로 옮겼다. 하지만 전설적인 밴드 '레드 제플린'이란 이름은 그대로. 정상현 대표(38)는 "음악적 영향력도 크지만, 드럼 연주자가 죽은 뒤 활동을 중단한 전무후무한 밴드"라며 "음악하는 뮤지션들이 닮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른 넘으면서 밴드는 접었어요. '크리에이션' 활동도 했었고, 카드 대란 때는 멤버들이 전부 신용불량이라 '신용불량'이란 밴드도 만들었었죠. 얼마전까지는 재미로 나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시즌 원'으로 활동했었어요."
그 역시 밴드에서 활동했던 베이스 주자.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치른 뒤 친구들과 처음으로 밴드를 결성했다. 당시만 해도 '시나위' '부활' '들국화' 등 락밴드가 많이 활동하던 시절. 그는 "공부도 곧잘 했던 것 같은데 음악에 빠져 졸업할 때는 꼴등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웃었다. 물론, 밴드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한시간을 걸어 도착한 지하 연습실에서 기타 줄이 끊어질 때까지 연습하고 라면만 끓여먹던 시절이 있었다.
'레드 제플린'을 접은 동안에도 악기를 판매하고 대여하는 '기타 플랜트'와 밴드 연습실 '아이 러브 락앤롤'을 운영하며, 인디밴드나 대중음악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고등학교부터 대학생, 직장인밴드까지 합하면 전라북도에만 200여개 팀이 있는데, 그런데도 공연할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복합적인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많이 오면 기획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더 좋아질 테고, 서로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공공적 성격을 더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밴드 앨범이나 음악 관련 티셔츠, 액세서리를 물물교환하거나 사고파는 아트마켓도 준비하고 있어요."
13일에는 프로야구 출신 이상훈이 몸담고 있는 'What', 21일에는 홍대 유명 인디밴드 '네미시스', 26일에는 전북지역 대학생 동아리 밴드, 4월 3일에는 아트마켓, 4월 10일에는 직장인 밴드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레드 제플린'은 인디밴드부터 학생·직장인·동아리 밴드까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330m²(100여평) 정도 되는 공간에, 무엇보다 악기와 음향에 많은 투자를 해 밴드들에게 인기가 좋다. 객석도 의자를 고정시켜 놓지 않아 스탠딩으로 즐길 수 있다. 대관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창작음악발전소'라고, 법인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공간과 창작하는 뮤지션들을 결합시켜 앨범도 내고, 지역 축제와도 연계하고 싶어요."
정대표는 "홍대 클럽문화가 잘된 면도 있지만, 자본이 들어오면서 부터 문제도 생기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클래식이나 국악에 대한 정책적 지원만큼 대중음악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밴드 음악이 마니아들만의 음악이란 건 편견에 불과하다"며 "현장에 와보면 에너지가 엄청나다"고도 덧붙였다.
|
첫댓글 10여년전에 금암동 대성학원 뒷 골목 지하에 있었을 때 몇번 가본 곳인데...... 중노송동 구 남중학교 근처로 옮겼다가 문을 닫은 곳입니다. 최근 메일이 몇차례 오더니만 시내에 다시 둥지를 틀었군요.... 젊은 음악인들이 모여 신나게 노는 재미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