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20대 후반쯤의 여자가 누군가와 문자메시지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 손놀림이 독특해서 자연스레 그 스마트폰 화면에 눈길이 갔다. 메시지는 대략 이런 형태였다. "어제 개그콘서트 봤어?ㅋㅋㅋㅋㅋ", "ㅋㅋㅋㅋ봤지ㅋㅋㅋ", "ㅋㅋㅋ넘 웃기지 않아?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보다도 키읔의 개수가 훨씬 많았다. 과장하지 않고 문자메시지 한 건에 대략 20~30개의 키읔이 붙어 있었다. 그녀의 손놀림이 독특했던 것은 화면 속 키패드의 특정 키들을 수십번 반복해 터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녀 왼손 엄지는 ㄱ키를 두 번 눌러 ㅋ을 만들었고 이어 오른손 엄지는 띄어쓰기 키를 눌렀다. 그 기계적인 동작이 어찌나 빠르고도 정확한지 단 한 번도 ㅋ 대신 ㄲ을 입력하거나 불필요한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다. 정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ㅋ인 것 같았다.
바야흐로 키읔 전성시대다. 국어사전에서 리을 다음으로 가장 적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키읔이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자음이 됐다. 세종대왕께서도 이것을 예견치 못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대학 1학년인 조카가 나의 대학 시절 사진을 찾아내 이런 문자와 함께 보냈다. '헐 삼촌!!!! 앨범 보다 충격받아서 보내봤어요ㅋㅋㅋㅋ'. 아 참, 키읔과 함께 느낌표와 모음 'ㅠ'도 엄청나게 쓰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서 '전화하지 마세요. 나도 안 할게요(Don't call me. I won't call you.)'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은 것이 이미 3년 전 일이다. 이 신문의 서평(書評) 에디터인 파멜라 폴은 이 칼럼에서 "다들 문자로 대화하는 지금,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면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밤 10시 이후에 전화 거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배웠으나 지금은 '전화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다'고 가르쳐야 할 지경"이라고 썼다. 문자로 인사하고 축하하고 위로하고 회의하고 보고한다. 아무도 전화를 걸지 않는다. 전화를 걸 정도라면 정말 무슨 일이 난 것이다.
첫댓글 ㅋㅋㅋ 잼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