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에게 큰 영향을 미친 스승은 둘 인데 한 명은 가치투자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벤자민 그레이엄'이며 다른 한 명은 성장주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피셔'다. '필립 피셔'는 저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를 통해 유명세를 얻게 되었으며 버핏은 이 책을 보자 마자 피셔를 만났고 훗날 자신을 키워낸 진정한 스승 중 한 명으로 고백하게 된다.
'필립 피셔'의 투자 방식은 '사실 수집'이라는 정보 수집방법을 통해 기업이라는 유기체를 이루고 있는 각 부분(영업,R&D,생산)을 철저히 점검하는 방식을 말한다. 피셔가 소개하고 있는 15가지 체크포인트는 위대한 기업을 추려내는 '체'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그러한 정보를 얻어내는 노하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가 이야기하는 기업분석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피셔는 특히 '연구개발조직'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하였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지목하면서 '연구개발조직'의 변화와 역량에 대해 확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의 실적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려는 기업의 노력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그러한 기업 변화의 선봉은 바로 '연구개발조직'이라고 단호히 짚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구개발조직'에서 이뤄지는 모든 연구개발과제들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지는 않지만 연구개발은 분명 기업의 매출액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신제품이 탄생하는 지점임에는 틀림없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피셔'의 조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세심한 관심을 갖고 기업관련 정보 하나하나에 주목한다면 새로운 변화를 먼저 읽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부모를 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동철이', '동양제철화학'은 '태양광 테마주'로 알려져 있으나 면밀히 살펴본다면 사실 그 이전에 피셔의 기준에 부합한 '가치주'라고 볼 수 있다. '동양제철화학'을 수년간 지켜봐 온 투자자라면 이러한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만큼 '피셔'가 제시하는 기준을 두루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제철화학'이 지금의 주가로 평가 받게 된 계기였던 '태양광' 관련사업은 사실 '피셔' 방식의 투자를 고민해온 투자자라면 꾸준한 관심을 통해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2006년에 발표 하긴 했지만 그 이전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변화에 대한 힌트를 알게 모르게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 상의 '연구개발활동' 부분이 바로 신규사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인데 2004년까지는 없었던 '정보전략소재팀'이 2005년도 들어서면서 살짝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정보전략소재팀'과 함께 '생명공학센터' 또한 연구소 조직에서 못 보던 조직인데 당시 신규사업 중의 하나로서 '생명공학' 분야도 '소재사업'과 함께 검토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동양제철화학 연구소 조직 변화)
당시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본 투자자라면 동사가 '소재산업'과 '생명공학산업' 방면에서 뭔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40여 년간 화학사업에만 매진해 온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했던 동사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상력을 펼치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피셔'의 지적대로 기업의 변화는 분명 '연구개발조직'에서 시작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제철화학'의 주 사업은 기초화학과 화합물제조사업으로 주로 화학원료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안정적이며 연간 1조원대의 매출액에 10%안팎의 영업이익, 1500억원대의 영업현금흐름을 가져다 주는 캐시카우 사업이다. 그러나 국내 화학산업의 대부이면서 철저히 보수적인 동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이는 고 이회림 명예회장으로부터 2세 경영체제로 안착하면서 2006년에 '태양광' 산업의 원료라 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할 것을 선언하면서 부터다.
동사의 이런 부분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존 사업과 관련 있는 분야에 회사의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을 충분히 쏟고 있는 회사를 최고의 투자처로 삼았던 '피셔'의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사의 주가는 '태양광 테마'와 함께 맞물리면서 2007년 초 4만7200원이던 주가가 5배가 넘게 뛰어 버려 함께했던 투자자들은 한 해 동안 5루타를 날릴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투자자들은 지난 한 해 동안 폭등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 했었다.
그렇다면 동사에 투자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은 테마주가 되어버린 동철이를 향후에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건지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동사는 이미 주가가 미래가치를 반영해버렸으므로 '피셔'의 기준에 부합하는 다른 기업을 찾아봐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피셔'의 저서를 읽어본 투자자라면 이에 대한 해답 또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피셔'는 이렇게 성장을 준비하는 종목의 적정 매수시기에 대해 그의 저서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페이지를 할애 하고 있다. 물론 신규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시점이 누가 보더라도 베스트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신규사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신규사업의 원활한 일정과 관련된 우려가 시장에 퍼지는 시기를 '피셔'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매수 시기로 소개한다.
아쉽게도 동사의 경우에도 '피셔'가 이야기하는 투자 적기가 2007년 11월 중에 있었는데 당시 '폴리 실리콘'의 상업화와 관련된 우려와 불안한 주식시장 장세가 맞물리면서 39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8만원대로 급전 직하했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시제품의 생산소식과 함께 주가는 30만원대를 다시 회복했으며 대주주 일가는 이 시기를 빌어 상속과 추가 매집을 통해 지분율을 높인 바 있다.
위의 시기도 놓쳤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아직 본격적인 '폴리 실리콘' 양산까지는 시간이 있으며 그 안에 일정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충분히 미래의 성장성을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작은 일정차질이나 우려만으로도 급락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노련한 투자자라면 '피셔'의 조언과 더불어 충분히 이런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피셔'가 투자자들에게 '연구개발조직'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주문하기는 하지만, 꼭 신규사업을 통한 향후 성장성에만 신경을 썼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업조직'이나 '생산조직',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진'의 퀄리티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점검을 통해 종합적인 투자 판단을 내릴 것을 당부하고 있다.
따라서 훌륭한 투자자라면 투자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동사의 각 부분에 대해서도 점검을 해야 하며 모든 부분이 고려된 결론을 통해 최종 투자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동사의 경우 '40년 업력' 이라는 타이틀이 이에 대해 대략적인 답을 주고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