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천명관/문학동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몇 년 전에 개봉했었다.
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미처 보지 못한 영화. 바로 <고령화 가족>이었다.
학교 전자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빌릴까 고민하다가 그 제목을 다시 만났다.
그렇게 <고령화 가족>을 읽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하고(작은 실패라도 하나쯤!) 누구나 역경을 만난다.
게다가 역경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역경이 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이걸 알면서도 우리는 매번 '이 역경만 지나면 꽃밭이 펼쳐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역경을 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속 깊이 접어둔다.
<고령화 가족>은 역경을 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한다.
주름살 가득한 120kg이 넘는 전과자 오한모, 그의 동생 실패한 영화 감독 오인모, 이혼 2번에 중학생 애 딸린 중년 막내 오미연.
이들은 각각 인생의 역경에 부딪치고 이를 넘지 못한 정체기에 엄마 품으로 되돌아간다.
교도소를 드나들며 살던 한모가 첫 번째로, 영화의 실패에 부인의 도망에다가 알콜중독자까지 이른 인모가 두 번째로, 바람을 피다가 2번째 이혼을 당한 미연이 마지막으로 엄마를 찾는다.
인생의 역경을 풍파를 건너다 처참히 무너진 이들을 보다보면 씁쓸함이 한없이 밀려온다.
한 때 큰 반향을 일으켰던 한 마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무색하게 이들은 청춘이 지난지 오래임에도 너무나 아프다.
꽃밭으로 달려갈 것만 같았던 내 인생에 낭떠러지로 가는 또 다른 길이 열리는듯한 기분이 든다.
현실적인 인모의 삶과 생각들이 더 강렬하게 그 길을 그려낸다.
<고령화 가족>에서는 끝까지 핑크빛 인생이 등장하지 않는다.
충무로에서 처참히 상처입었던 인모가 천재 감독이 되거나 '오함마' 한모가 사업에 성공해 떼돈을 버는 스토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절망이 아니다.
내게 펼쳐질지 모르는 낭떠러지가 절망스럽다기보단 '그럴 수 있지' 싶다.
왠지 내가 어디로 가든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근아...글 참 좋다. 낭떠러지를 절망으로 생각지 않겠다는 젊은 그대. 가슴 뭉클하구나..
근아... 글 참 좋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이 절망이 아니라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일쎄.
내가 밀가루의 강추에도 흔들리지 않았건만...
고령화...
웬지 무거운 주제에 뻔한 결론을 생각하게 했는데....
반전~~ 그리고 대박.
꼭 책으로 읽어 봐야겠다. 낭떠러지 절망이 아닌 결론을 보고 싶다.
근아님 화이팅 !!!